[고현희의 마음을 여는 말하기 비법]
나는 괜찮아! 너는 어때?
너 괜찮아? 나는 괜찮아
괜찮아? 마음이 어때?
5살 소년이 할아버지 댁에서 신나게 놉니다. 할아버지 댁은 여러 가지 물건들이 다릅니다. 특히 소파가 꿀렁꿀렁 잘 흔들립니다. 소파 위에서 춤추듯 움직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그러다가 바닥으로 뜁니다. 더 재미있습니다. 여러 번 이렇게 놀다가 이런, 뛰어내린 바닥에서 넘어졌습니다. 아파서 “으앙!” 눈물이 납니다.
엄마는, “뛰지 말랬지!”
할아버지는, “괜찮아?”
방에서 나오시는 할머니는, “괜찮아, 씩씩한 사람은 울지 않아.”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아줍니다.

유치원생들이 공원 산책을 합니다. 그저 신이 납니다. 통통통 뛰며 앞서가던 소녀가 넘어졌습니다.
선생님은 “괜찮아, 7살은 넘어져도 괜찮은 거야. 탁탁 털고 일어나세요.”
하지만 이를 어째, 소녀의 무릎에서 피가 주르륵 흐릅니다. 어쩔 줄 모르는 아이의 표정···.
중학생 체육 시간, 원반을 주고받는 것이 점점 능숙해집니다. 손에 착 잡히는 원반 낚아채기가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내가 원반을 받을 때 옆 조의 친구도 자기의 원반을 받으려고 하다가 꽝! 부딪혔습니다. 둘 다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내가 일어나며, “나는 괜찮아, 너는 어때?”
친구는, “나는 안 괜찮은 듯···. 광대뼈가 아프네.”
체육 선생님과 아이들이 몰려듭니다.
체육 선생님께서, “괜찮니?”
“선생님, 저는 괜찮은데 얘는 광대뼈가 아프대요.”
“그래? 어디 보자, 같이 보건실로 가볼까?”
“네···.”

오랜만에 친구들과 산행, 가을을 즐기기에 딱 좋은 산입니다. 하지만 산행이 만만하지 않아서 헉헉··· 잠시 쉽니다. 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단풍 구경만큼 재미있습니다. 그때 친구가 올라옵니다. 얼굴이 하얗습니다.
“너 괜찮아?”
“아고 힘드네···.”
“힘들지? 나도 그래. 그래도 난 정상까지 괜찮을 것 같은데, 너는 어때?”
“그래도 왔으니 정상까지 슬슬 가봐야겠지?”
“그래, 괜찮으면 슬슬 정상을 밟아보자고!”

그림책 “괜찮아!”의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아이 - 개미는 작아.
개미 - 괜찮아! 나는 영차영차 힘이 세.
아이 – 고슴도치는 가시가 많아.
고슴도치 – 괜찮아! 뾰족뾰족 나는 무섭지 않아. (고슴도치는 웅크렸고, 사자의 발바닥에 고슴도치 가시가 박힌 그림)
뱀, 타조, 기린! 동물들의 특징이 아이에게 이상해 보이지만 모두 잘하는 것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마지막에 아이는 “괜찮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크게 웃을 수 있어”라고 합니다.
동물도 아이도 스스로 괜찮다고 하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스스로 괜찮다고 하는 것은 듣는 사람의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하지만 상대를 평가하거나 단정하는 “괜찮아!”는 괜찮지 않은 상대에게는 불편할 수 있답니다.

친구가 내 스카프를 보고, “그 스카프 괜찮네.”
나는 이 선물 받은 스카프가 영 어색한데 처음으로 매고 나간 것입니다. 이 말을 들으니 조금 마음이 놓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영··· 이 색이 내게 어울리는지는 갸우뚱입니다.
홍 대리가 나를 보며 “이 대리, 이 대리는 참 괜찮아!”
나는 지금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 이 말을 들으니 나를 놀리나? 하고 생각되어 얼굴이 일그러집니다. 내가 뭐가 괜찮다는 거지? 의아합니다.
검색으로 맛집을 찾아갔습니다. 같이 간 사람은 “오, 이 집 진짜 괜찮은데!” 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보기에 그 스카프 괜찮네. 너는 어때? 마음에 들어?”
“이 대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고 있네. 이 대리의 진행 방식이 참 괜찮아 보여!”
“나는 이 집 음식 괜찮은데, 넌 어때?”
단정과 평가를 멈추고 이것은 나의 의견이고, 너의 의견은 어떤지를 묻는 열린 대화로 삶을 여유롭고 풍요롭게 만드는 가을이길 바랍니다.
여성경제신문 고현희 사단법인 사람사이로 이사장 anyangkhh@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