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의 에코테인먼트]
댐이 만들어 낸 거대한 생태계의 현장
대청호 오백리길 거닐며 자연을 만끽

더위가 많이 사라졌다. 한낮은 뜨겁지만 새벽은 서늘하다. 이제 나들이를 나설만한 때가 왔다. 여름에는 자연 에어컨을 찾아 떠났다면 가을에는 눈이 시원한 곳을 가면 좋겠다. 가을 생태관광의 시작으로 대청호 탐방을 추천한다. 

대청호는 충청북도와 대전광역시에 접하며 조성된 인공 호수이다. 대전시, 옥천시, 보은시, 청주시가 접해 있다. 대전과 충청권 지역에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공업용수 및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대청호란 이름은 대전과 청주를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은 1980년대 초 댐이 조성되고 난 후 수십 년이 지난 현재 댐·호수 생태계라는 독특한 생태계로 변화하여 안정화되고 있다. 수생태계와 육상생태계의 균형이 이루어져 생물 서식처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인위적인 수자원 공간이라고 무시하고 많은 동식물이 행복하게 지내는 호수 생태계임을 지나치고 있었다. 오히려 잘 보존되고 생태관광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로 진화하였다. 

대청호에는 곳곳에 아름다운 절경들이 있다. 그 호수 변의 길과 숲속에는 수많은 동식물이 생태계를 이루어 서식하고 있다. /사진=김성주
대청호에는 곳곳에 아름다운 절경들이 있다. 그 호수 변의 길과 숲속에는 수많은 동식물이 생태계를 이루어 서식하고 있다. /사진=김성주

댐이 조성되면서 마을들과 유적들이 수몰되어 사람들이 떠났지만 그 빈자리에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고 마을과 다양한 공간들이 조성되어 또 다른 생태계를 이루며 살고 있다. 

댐이란 자연을 극복하고자 만든 공간이지만, 지금에서야 자연이야말로 공존과 안식의 대상이고 우리 인간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공간이다. 대청호는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그만큼 사람들을 공손하게 만든다. 

대청호에는 수많은 생물이 산다. 대청호의 식물을 조사하면 쥐방울덩굴, 이팝나무, 꽃창포 등의 희귀종이 있다. 상당수는 인공적으로 식재된 주목, 모감주나무, 이팝나무들이다. 대청호를 대표하는 나무를 대라면 상수리나무이다. 그래서 도토리가 많다. 도토리를 가지고 작은 동물이 먹고 살고 사람들도 도토리로 묵을 만들어 먹고 산다. 대전의 도토리마을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대청호에서는 수달, 담비, 하늘다람쥐와 삵이 산다.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종들이다. 다행히도 대청호는 접근성이 낮은 지역이 많아 이들이 잘 산다. 예전에는 봉우리였을 지점들이 수몰되어 섬이 되었으니 말이다. 

대청댐과 수변에는 새들이 많다. 큰고니, 조롱이, 새매, 새호리기, 수리부엉이, 원앙, 황조롱이 같은 희귀종들이 제법 보인다. 물을 방류하는 신탄진 쪽은 얕은 하천이 되어 다양한 새들이 안전하게 서식하니 관찰하기에 딱 좋다. 수변으로 덱이 잘 지어져 있어 사진을 찍기에도 편하다.

대청호를 찾은 생태 탐방객들이 생태 전문가의 해설을 들으며 수변을 걷고 있다. 대청댐 하부 지역에는 수많은 물새가 서식하고 있어 탐조의 천국이다. /사진=김성주
대청호를 찾은 생태 탐방객들이 생태 전문가의 해설을 들으며 수변을 걷고 있다. 대청댐 하부 지역에는 수많은 물새가 서식하고 있어 탐조의 천국이다. /사진=김성주

또한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포함되는 맹꽁이, 금개구리, 구렁이가 살고 참개구리, 도롱뇽, 무당개구리, 두꺼비, 청개구리, 한국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 옴개구리, 아무르장지뱀, 줄장지뱀, 무자치, 누룩뱀, 유혈목이, 쇠살무사 같은 관심종들이 서식한다. 

대청호 지역에 분포하는 희귀한 나비로는 왕은점표범나비가 있다. 그리고 반딧불이가 출몰하는 지역들이 많다. 옥천의 안티마을은 5월에 반디불이 축제를 한다. 무려 10만명이 왔다 간다. 

대청호는 거대한 호수인지라 어류의 종들이 많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해마다 여름이면 녹조현상이 일어나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류 중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나 천연기념물이 보이지 않는다. 중고기, 참중고기, 버들붕어, 참몰개, 긴몰개 등의 관심종들이 있는 정도이다.

예전에는 법정보호종인 감돌고기가 있었다고 한다. 깨끗한 물에서 산다는 감돌고기는 대청호의 수호신과 같은 종이다. 대청호의 마을들은 감돌고기 복원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대청호의 대세는 배스와 블루길 같은 외래종이다. 그런데 이 험악한 외래 물고기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수달들이 힘쓰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청호를 새벽에 걸으면 물안개가 올라오며 신비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사진=김성주
대청호를 새벽에 걸으면 물안개가 올라오며 신비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사진=김성주

이제 대청호의 생물들을 알았으니 즐겨 보자. 물론 생물들을 몰라도 된다. 생태관광은 배움이 중요하다지만 즐기는 것이 우선이다. 꽃이나 나무 좀 안다고 더 잘 즐기는 것은 아니다. 

우선 걸어 보자. 거대한 호수를 둘러서 만들어진 대청호 오백리길이 좋다. 대청호는 물을 채워서 만들었기에 물의 모습이 구불구불한 게 승천하는 용의 모습이다. 답사 코스만 21구간이다. 

이곳을 답사할 때는 주제를 정해서 가는 것이 좋다. 마을과 역사 문화유산을 찾아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대전시의 추동마을, 이현동 아주맑은마을, 비룡마을. 옥천군의 안터마을, 지오리 서화천생태습지마을. 청주시의 벌랏한지마을, 마동창작마을. 보은군의 분저리체험마을이 대표적인 마을이다. 마을마다 워낙 개성이 강해서 반나절 이상을 보낼만하다. 

대청호의 자연환경을 감상하고 다니는 것이 심심하다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들을 가보자. 대전의 추동마을은 대청호 답사의 시작점인데 마을 안에 흑백사진을 셀프로 찍는 인생 사진관이 있다.

자기 모습을 자기가 리모컨을 눌러 가며 찍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사색의 시간이 된다. 이현동 아주맑은마을은 감돌고기를 복원하고 보존하려는 예술마을이다. 마을 안의 아틀리에로 가면 감돌고기와 대청호 생물을 주제로 만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대전에서 대청호 탐방을 시작한다면 추동마을을 들러야 한다. 그곳에는 흑백사진을 셀프로 찍는 사진관과 카페가 있어 사람들이 찾는다. /사진=김성주
대전에서 대청호 탐방을 시작한다면 추동마을을 들러야 한다. 그곳에는 흑백사진을 셀프로 찍는 사진관과 카페가 있어 사람들이 찾는다. /사진=김성주

옥천군으로 가면 시간을 점프할 수 있다. 옥천 안터마을은 반딧불이도 있지만 고인돌도 있다. 고인돌은 대략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졌다는데 근처 이지당이라는 한옥을 찾아 가면 바닥에 공룡 발자국 화석을 볼 수 있다. 청동기에서 쥐라기로 점프하는 셈이다. 그러고는 다시 현대로 와 시인 정지용 생가를 방문한다. 그리고 ‘향수’를 부른다. 옥천은 자전거로 여행하기 좋은 도시이다.

청주시에는 청남대가 있다. 대청호 물은 상수원이라 수변에 개발이 금지되어 있다. 청남대도 수변에 있어서 예외가 아니다. 예전에 건물들은 어떻게 하였는지 지었다만 더 이상의 추가 개발이 안 되어 예전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대통령 박물관 성격을 지닌 청남대에 가면 숲과 정원이 훌륭하다. 

보은군의 대청호 마을들은 오지 마을이 많다. 지금은 도로가 뚫려서 어찌어찌 가지만 예전에는 읍내로 가려면 배로 다녔단다. 보은군 코스를 드라이브하다 보면 길이 워낙 구불구불하여 다이나믹한 상황을 많이 만난다. 위험하다기보다는 고개를 넘을 때마다 새로운 풍경을 만난다. 

대청호의 물을 보내는 대청댐으로 가면 생태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고 전망대가 있다. 댐 아래 지역은 물새들의 천국이다. 전국의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몰려온다. 

대청호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액자처럼 생긴 의자에 앉아 대청호를 바라보고 있다. 대청호에는 사진이 잘 나오는 존이 많다. /사진-김성주
대청호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액자처럼 생긴 의자에 앉아 대청호를 바라보고 있다. 대청호에는 사진이 잘 나오는 존이 많다. /사진-김성주

생태관광은 비교적 훼손되지 않은 자연 지역으로 가서 감사하고 즐기는 것으로, 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여행을 권장한다. 그리고 환경 보전과 함께 지역 주민에게 사회 경제적 편익을 제공하는 관광이다. 그 모습을 대청호에서 볼 수 있다.

자연을 훼손하며 댐을 지었지만 댐으로 생긴 물들이 자연을 회복하여 수많은 동식물이 모이고, 떠나간 사람들이 새롭게 보금자리를 틀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이루어낸 모습. 그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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