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쉘위댄스] (83)
회상해 보니 나도 인기 강사였다
가르치는 처지가 되어야 바로소
그 부문에 입문한 보람이 있다

어떤 부문이든 10년 정도 배우면 가르치는 수준이 될 수 있다. /사진=강신영
어떤 부문이든 10년 정도 배우면 가르치는 수준이 될 수 있다. /사진=강신영

댄스를 10년 정도 배우고 나니 배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지도자로 댄스를 가르쳐 보고 싶은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다른 종목 같았으면 그 정도면 벌써 강사로 나설 수 있었을 텐데 댄스스포츠는 10종목이나 되다 보니 언제나 배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어떤 부문이든지 처음 강사에게 배우기 시작하여 드디어 반대로 남을 가르치게 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된 것은 강사로서 대단히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처음으로 강사를 해 본 것은 같이 배우던 회원이 부탁해서 실로암 시각장애인들을 가르친 것이다. 봉사로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가르쳐야 했으니 개인 강습이었다. 이들은 놀랄 정도로 열심히 연습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여성의 날, 영부인이 참석한 장애인의 날 오프닝 무대에 설 수 있었다.

단체로 강습을 나간 곳은 서울을 비롯하여 수도권에 체인을 갖고 있는 요양원이었다. 서울시와 근교에 10여 곳의 지점을 두고 있었다. 당시 요양원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는데 직원 복지 차원에서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물으니, 댄스스포츠가 단연 1위였다고 한다. 그래서 강사로 사랑마루 전 지점을 돌며 강습했다.

다행히 교통이 좋은 역세권이었다. 한 지점당 10여명의 여성 직원들이 대상으로, 따로 강습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환자들이 주로 기거하는 거실을 강습장으로 이용했다. 한번은 음악을 틀어 놓고 여직원과 붙잡고 춤을 추는데 누군가가 나타나 느닷없이 뒤통수를 때리는 것이었다. 치매 환자였는데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여직원과 붙잡고 춤을 추는 것을 눈 뜨고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서울시 50플러스 센터가 개원하고 댄스 강사로 선발되었다. 당시 호흡기 전염병인 메르스가 한창이었는데 과연 수강생이 올까, 걱정했는데 공간이 꽉 찰 정도로 모두 참석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댄스를 했는데 나중에 코로나 이후에는 마스크가 일반화되었지만, 그 당시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었다.

사회연대은행이 자리를 만들어준 ‘KDB시니어브리지 아카데미’ 댄스 강습은 인기가 있어 몇 달간 연장하여 지속할 수 있었다. 그 후 ‘서울시 50플러스’로 장소를 이전하여 모르는 사람들을 안 받기 위해 ‘캉캉스쿨’이라는 묘한 강습 명으로 제한된 인원만으로 1년 반 동안 지속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강습은 ‘강남시니어플라자’ 댄스 특강이었다. 그 건물에 댄스반이 6개나 있었는데 신입회원은 신청해도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거기에 외부 강사인 내가 지명을 받은 것이다. 200여명이나 왔는데 이론만으로 2시간을 쉬는 시간 없이 강의했는데 기립 박수를 받았다. 말로 하는 댄스의 데뷔 강습이었다. 비슷한 강습을 고려대 평생교육원에서도 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댄스를 가르치고 같이 선수 활동 한 것이 가장 보람 있는 강사 경력이었다. /사진=강신영
시각장애인들에게 댄스를 가르치고 같이 선수 활동 한 것이 가장 보람 있는 강사 경력이었다. /사진=강신영

‘서울시 장애인댄스연맹’에서 시각장애인 파트너에게 댄스를 가르친 것은 개인 레슨 차원이었다. 직접 가르쳐서 같이 선수로 경기대회에 나가야 하니 1 : 1 강습인 것이다. 부득이하게 4년간 4명이나 파트너가 바뀌었다.

멀리 경북의 한 도서관에서 댄스 교양 강습을 해 달라고 요청이 온 일도 있었다. 너무 멀어서 못 갈 것 같다고 하자, 생각보다 멀지 않다며 서울에서부터 교통편에 맞춰 강습 시간을 잡아 주겠다고 했다. 당시 최상급의 강습료에 교통비까지 준다고 하여 전날 내려가서 미리 준비하고, 다음날 잘하고 왔다. 수강생들이 댄스스포츠에 관심이 많았으나 영덕에는 댄스스포츠를 가르치는 학원이 없다고 해서 마음이 아팠다.

지도자로서 가르치는 것도 웬만큼 해 본 셈이다. 춤이 필수인 크루즈 여행이나 단체 강습 요청이 종종 들어오고 있으나 내가 스케줄에 매이는 것이 싫어 거절한 적이 많다. 실습은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로 하는 이론 강습은 날짜를 맞추면 되므로 언제나 환영이다.

여성경제신문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ksy69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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