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의 쉘위댄스] (82)
가면 쓰고 하는 모임은 가면무도회가 유일
재미도 있으나 실제는 체격 조건 보고 선호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면, 몬터규가의 로미오는 원수 집안인 캐풀렛가의 가면 파티에 몰래 갔다가 우연히 아름다운 여인을 본다.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로미오는 그녀가 바로 원수 캐풀렛가의 딸 줄리엣이란 사실을 알고 놀란다. 하지만 그녀에게 끌리는 감정을 막을 수 없었던 그는 밤에 담장을 넘어 창가에서 그녀를 만난다. 줄리엣 또한 로미오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원래 중세 유럽에서는 왕실과 귀족사회에서 종종 결혼, 정치적 동맹을 위해 가면 파티가 성행했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카니발에서 대중적으로 가면이 확산하여, 화려한 의상과 함께 정교한 가면이 지금도 관광 상품점에 가면 손님들의 눈길을 끈다. 루이 14세가 한창 날리던 프랑스 궁정에서는 가면 파티가 사교와 정치의 도구로 발전하여 익명성 속에 자유로운 대화와 연애를 할 수 있었었다.
TV 인기 프로그램 <복면가왕>은 복면으로 얼굴 전체를 가리고 노래하기 때문에 평가단이 누군지 알아채기 어렵다. 복면 속의 가수는 얼굴이 안 보이므로 관객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끼를 발휘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사람도 있다.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재미있다.
<히든싱어>도 가려 놓은 각 방에 진짜 가수와 모창을 잘하는 출연자들이 들어가 노래를 부르면 진짜 가수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얼굴이 안 보이기 때문에 진짜 가수가 탈락하는 예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역시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이처럼 얼굴을 가리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것과 누구인지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가 확실히 있는 것이다.
로미오가 가면 파티에 갈 수 있었던 것은 가면 파티라서 가면이 얼굴을 가렸기 때문이다. 가면의 상징과 의미는 익명성, 신분 숨김, 심리적 해방, 이중성 같은 것들이다. 가면을 쓰고 춤을 추면 유혹과 긴장, 표현의 역동성 등이 나타난다. 가면 속에서의 자유가 있음과 동시에 전체 참가자들은 규율이 공존한다.

우리도 일상에서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직업적인 이유 때문일 수도 있고 사회적인 지위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는 아예 사람들이 나를 몰라보는 것이 편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가면까지는 아니더라도 선글라스나 마스크를 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면 파티는 가면무도회가 유일할 것이다. 가면을 쓰고 참가하기 때문에 고정 파트너도 없는 것이 원칙이다. 참석한 사람끼리 서로 춤을 청할 수 있고 별 이의 없으면 같이 추는 형식의 댄스파티다.
그런데 내가 참석한 가면무도회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이 파티에 참여한 사람들이 서로 잘 아는 사람들이라 가면이 얼굴 전체를 덮지 않으면 누가 누구인지 식별이 가능한 것이었다. 눈만 가리는 식의 가면은 특히 식별이 용이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모인 가면무도회는 나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참석해 봤지만, 얼굴이 가려지면 그 사람의 키 등 신체적 조건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나처럼 키 작은 사람은 기대보다 실망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은 키 큰 남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여성경제신문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ksy69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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