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건강보험 적용으로 본인부담 30%
간병인력 최대 28만명 필요하나 무자격
유자격 요양보호사 200만명은 간병 불가
돌봄 질은 뒷전인 간병비 급여화 정책 우려

정부는 요양병원 간병비를 2030년까지 본인부담 3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최대 28만 명의 무자격 간병인이 필요하며 정작 자격 있는 요양보호사는 제도상 간병에 참여할 수 없어 인력 활용의 비효율이 지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요양병원 간병비를 2030년까지 본인부담 3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최대 28만 명의 무자격 간병인이 필요하며 정작 자격 있는 요양보호사는 제도상 간병에 참여할 수 없어 인력 활용의 비효율이 지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간병비는 줄여준대요. 그런데 누가 와서 엄마를 돌보는지는 아직도 몰라요.”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80대 어머니를 돌보는 김모(54) 씨는 정부가 내년부터 일부 요양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숨부터 쉬었다. 본인부담이 30%로 낮아진다지만 병원은 아직 간병인을 구하지 못해 가족이 교대로 병실에 머물고 있다. 무엇보다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정부는 요양병원 간병비를 점차 낮춰 2030년까지 본인부담률을 30% 수준으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한데 정책을 실제로 실행하기 위해선 최대 28만명의 간병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대부분이 자격이 없는 ‘무자격 인력’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국가 공인 자격시험을 거친 요양보호사 200만명이 전국에 있다. 그런데 이들은 법적으로 요양병원 간병 업무에 참여할 수 없다. 자격이 있는 사람은 못 쓰고 자격이 없는 사람만 늘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제도적 현실이 정책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2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의료 역량이 높은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간병비 본인부담률을 현재 100%에서 2030년에 30% 안팎으로 줄일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요양병원 약 200곳을 대상으로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을 시범 실시할 예정이다. 본인부담금은 30% 수준으로 설정된다. 의료중심 요양병원 및 중증환자 비율이 높은 병원을 중심으로 선정 기준이 마련된다.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은 기존 100% 본인 부담에서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한데 해당 정책의 확대를 위해서는 대규모 간병인력 확보가 필수다. 복지부가 공개한 시범사업 모델에 따르면 간병비 본인부담률을 30%로 낮출 경우 환자 상태와 교대 방식에 따라 최소 7만 5000명, 최대 28만명의 간병인이 필요하다.

이 추계는 모두 무자격 간병인을 기준으로 한 인력 산정이다. 현재 간병지원 시범사업에서는 간단한 현장교육만 이수하면 간병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 별도 자격증은 요구되지 않는다. 애시당초 간병인은 요양보호사와 달리 국가공인자격증이 필요 없다.

요양보호사는 법적으로 240시간의 교육과정과 국가자격시험을 거친 공인 돌봄 인력이다. 2025년 현재 자격 보유자 수는 약 200만명에 달한다. 이 중 약 45만명이 활동 중이며 나머지 150만 명 이상은 비활동 상태다.

요양보호사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재가 또는 시설 요양서비스에 한해 활동이 가능하고,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의 간병 업무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간병비 급여화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요양보호사는 공식적인 인력 자원으로 포함되지 않고 있다. 무자격 인력을 신규로 대량 확보해야 한다는 정책적 한계가 존재한다.

현재 요양병원 간병인 중 외국인의 비중은 약 50%에 달한다. 내국인 간병인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외국인 간병인의 경우 용역비는 내국인의 70~80% 수준으로 책정된다. 언어·문화 장벽에 따른 의사소통 어려움도 지적된다.

익명을 요구한 장기요양 전문 변호사 A씨는 여성경제신문에 "현재 간병인과 요양보호사 인력 체계가 분리되어 있어 인력 수급, 교육, 관리 면에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요양보호사는 검증된 인력임에도 법적 제약으로 간병 업무에서 제외되고 간병 현장은 자격 없는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간병비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요양보호사와 간병인의 임금 및 근무 조건 차이가 줄어들 경우, 돌봄 인력 전체의 유입 및 이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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