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논란 속 실적 호조···표면과 내부 괴리
문화예산 확대하지만 산업 맞춤형 대책 실종

정치권이 K-POP을 '국격을 높이는 한류'로 강조하지만 음악 산업으로서의 구조적 문제에는 무관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K-POP 업계에서 연일 문제가 이어지며 취약한 산업 기반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오전 9시 20분 기준 하이브는 전일 대비 1만8000원(6.95%) 상승한 27만7000원에 거래 중이다. 하이브는 전날 올해 2분기 매출액 7057억원, 영업이익 659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2분기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방시혁 의장의 논란에도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셈이다.
방 의장은 하이브 상장 전인 2019년 벤처캐피털 등 기존 하이브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 계획이 없다고 밝힌 뒤 자신과 관계있는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팔도록 한 혐의(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4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용산구 하이브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방 의장은 지난 6일 "조속히 귀국해 당국의 조사를 받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에는 아이돌 '과잉 경호'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 크래비티(CRAVITY)의 팬이 공항에서 경호원에게 폭행당해 뇌진탕에 걸렸다며 해당 경호원을 고소한 것이다. 이에 크래비티의 소속사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측은 지난달 22일 공식 사과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건들이 단발성이 아닌 K-POP 산업이 지닌 구조적 취약성을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K-POP 산업은 앞서 언급한 문제 외에도 △대형 기획사의 독점적 권한 △아이돌 노동환경 △계약 표준화 △수익 분배 구조 △지나친 상술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K-POP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K-POP이 한류라는 이름 아래 국위 선양으로 이해될 뿐 '음악 산업'으로서의 이해나 공감대는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에 불거진 구조적 문제는 K-POP이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나왔다"라며 "사실 K-POP 산업은 세계 시장 기준으로 봤을 때 아주 작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브가 레이블을 묶어 본격적인 해외 글로벌 산업을 시도했지만 긴 역사와 공감대 없이 시도한 결과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김 평론가의 설명이다.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은 한류 예산 지원과 입법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지난 6월 19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서에 따르면 문체부는 K-컬처 시장을 30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세계 5대 문화강국을 실현하기 위해 '문화 예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국회에서도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22일 22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한류 산업진흥기본법을 대표로 발의했다. 해당 법은 한류 산업의 지원·육성에 필요한 사항,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 조성에 관한 구체적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K-POP을 포함한 문화 산업 전반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수준으로 정작 음악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김 평론가는 "예산과 제도를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현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라며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마구잡이로 투자하기보다 간담회를 통해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K-POP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K-POP 데몬 헌터스가 큰 성과를 거두면서 'K-POP 4.0'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성공과 함께 위기가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해외 시장의 자본가들과 기획자들이 이익을 얻는 방향으로 산업이 재편될 수 있다"라며 "공공과 민간이 합쳐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이돌 음악으로 대표되는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이돌 중심으로 획일화되는 상황 속에서 음악적 다양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신경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K-POP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 구조와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한류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뿐 아니라 음악 산업의 특성과 현장 수요를 반영한 별도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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