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독서율 역대 최저···조사 이래 가장 낮아
지원 축소에 "독서 복지·예산 복원 시급" 주장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계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출판 시장은 여전히 터널 속에 있다. 업계는 독서 인구 감소, 정책 지원 부재가 겹치면서 호재가 구조적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1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출판 시장에 여러 긍정적인 신호들이 관측됐다. 대표적으로 지난 6월 22일 2025 서울국제도서전이 성황리에 폐막한 것을 들 수 있다. '믿을 구석 - The Last Resort'라는 주제로 6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 동안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도서전에는 약 15만명이 방문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났다. 번역원은 지난 6일 2024년 한 해 동안 번역원 지원 도서의 해외 판매는 전년도 대비 130% 이상 늘어난 120만 부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외 판매 증가가 노벨상 특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도 우려한다.
여러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이런 현상들이 한국 출판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지진 않았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겸 출판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긍정적인 신호들이 있지만 출판 시장의 활성화를 말하기는 이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도서전도 관람객의 다수가 기존 독자층이었으며 평소 책을 읽지 않던 사람을 새로 끌어들이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출판업계의 불황에는 독서율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만 19세 이상 성인 5000명과 4학년 이상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 2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종합 독서율은 43.0%로 10명 가운데 약 6명이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이는 2021년 대비 4.5%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1994년 독서 실태조사(격년)를 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독서 인구의 감소는 출판 시장의 축소로 이어졌다. 국내 주요 출판사의 2023년 총매출은 4조9336억원으로 10년 전보다 10.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0% 넘게 줄었으며 중소 도매업체들은 문을 닫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네 서점들은 대부분 사라졌고 대형 서점들마저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24년 출판시장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71개 출판사의 2024년 매출액은 약 4조8911억원으로 전년 대비 0.1% 감소했으나 총 영업이익은 약 1468억원으로 전년 대비 36.4% 증가했다. 단 해당 자료는 소위 공시 기업들 위주로 파악이 돼 1인 출판사나 소형 출판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환경 변화에 맞춘 장기적 독서 진흥 전략이 병행되지 않으면 단발성 호재 이후 시장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에 업계는 정부에 관련 정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마땅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오히려 예산 삭감과 정책 제외 등의 문제만 겪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독서 아카데미 운영, 대한민국 독서대전 개최 등 독서 문화 증진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최근 발표한 2025 세제 개편안의 K문화·콘텐츠산업 지원 분야에서 출판 관련 내용을 제외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지난 5월 13일 '제21대 대통령 후보에게 바란다–책 읽는 민주사회를 위한 출판 정책 제안집'을 발표하고 출판 예산 증액, 출판콘텐츠 세액공제, 저작인접권 도입, 공공 도서 대출 보상 제도 신설 등을 주요 정책과제로 제안했다.
그러나 이번 세제 개편안에는 웹툰 콘텐츠 제작비용 세제 지원과 영상 콘텐츠 세제지원 확대 및 적용 기한 연장, 문화산업 전문회사 출자 시 세제지원 확대 및 적용 기한 연장의 내용은 담겼으나 출판 관련 법안은 없었다.
전문가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상황에서 한국 문학의 도약을 위해 출판계가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도서전 경비 지원을 포함해 사라진 예산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라며 "새 정부에서도 출판업계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책과 관련해서는 독서 복지 정책의 강화를 요구했다. 백 대표는 "원하는 때에 원하는 책을 볼 수 있는 독서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출판 생태계도 활성화될 수 있다"라며 취약계층을 위한 보편적인 독서 시설 확충과 문화쿠폰을 이용한 도서 구매비 지원 등을 제시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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