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공필의 The 건강]
가격 천차만별 건강검진
가성비 높은 검진 선택 중요
암·혈관 질환 조기진단 방법

여름이 지나면 숙제처럼 기다리는 ‘일’이 있다. 바로 건강검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여름이 지나면 숙제처럼 기다리는 ‘일’이 있다. 바로 건강검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여름이 지나면 숙제처럼 기다리는 ‘일’이 있다. 바로 건강검진이다. 건강검진은 검진자가 덜 붐비는 상반기에 받는 게 좋다고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한달 두달 미루다 보면 여름, 가을이 가고 찬바람 부는 12월에야 막차를 타기가 다반사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1월에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은 988명에 불과하고 11월에 7478명, 12월에 8261명으로, 연초에 비해 7~8배나 더 많은 인원이 연말에 검진을 받았다.

이렇게 검진자가 몰려들면 검사 시행자나 판독자의 업무가 과부하에 이르기 때문에 검사나 진단이 조금이라도 더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올해 검진을 아직 받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무료 검진부터 수천만원대 검진까지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국가에서 2년에 한 번 제공하는 기본건강검진과 직장인들이 주로 받는 종합검진이 기본이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특화 프로그램을 추가한 프리미엄 검진이 주목받고 있고 VIP검진이나 VVIP검진도 인기를 누린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국가검진은 무료이고 직장인 종합검진 비용은 대개 수십만원이다. 프리미엄 검진이나 VIP검진 비용은 수백만원이고 VVIP검진은 최고 2000만원대에 이른다. 

검진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비용이 비싸거나 검사 항목 수가 많거나 특이한 진단 방법이 포함된 프로그램에 눈길이 간다. 그러나 비싸거나 검진 항목 수가 많다고 해서 좋은 검진이라고 할 수 없다. 검진자의 연령, 성별, 건강 상태에 알맞은 ‘가성비 높은 검진’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간편하면서 요긴한 검사법은 생각보다 많다. 

암 조기 발견에 효과적인 지표들

대표적인 질환이 암이다. 암의 평균 5년생존율은 1기일 경우 92.1%지만, 암이 먼 장기까지 전이된 4기에 이르면 27.1%로 뚝 떨어지는만큼 조기진단 여부가 생사를 가른다. 

건강검진에서 무료 또는 적은 비용으로 주요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방법이 더러 있다. 위암, 대장암, 폐암, 전립선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이 대표적이다. 위암은 2년에 한 번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되어 있는 위내시경검사를 제대로 받으면 대체로 조기발견이 가능하다. 위축성위염, 장상피화생(위 점막이 장 점막과 비슷하게 변형되는 상태) 등 위암 고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1년에 한 번 위내시경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대장암도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해 용종 상태에서 미리 제거할 수 있다. 국가건강검진에서는 대변 검사에서 피가 섞여 나올 경우(분변잠혈검사) 대장내시경검사를 무료로 해주지만 이때는 이미 암이 1기 이상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5년에 한 번은 자기 비용을 들여서라도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대장내시경검사 비용은 10만원 대다. 이전 검사에서 융모형 선종이 발견되었다면 2년 후에 재검사를 해보는 게 바람직하다.

폐암은 1기에 발견되면 5년생존율이 79.8%지만 4기에는 7.9%에 불과하다. 따라서 조기 발견이 특히 중요하다. 문제는 국가건강검진이나 종합검진에서 제공하는 엑스레이 검사만으로는 초기 암을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가성비 높은 대안은 저선량흉부CT검사다. 저선량흉부CT는 3~4mm의 작은 암까지 효과적으로 찾아낸다. 방사선 양이 CT검사의 10분의 1로 적기 때문에 방사선 피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담배를 30갑년 이상 피운 고위험군에게는 국가가 무료로 매년 저선량흉부CT검사를 해주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정기적으로 저선량흉부CT검사를 하길 권한다. 비용은 15만원 정도다.          

전립선암에도 PSA(전립선특이항원)검사라는 제법 정확한 조기 진단법이 있다. 혈액검사를 통해 PSA수치가 3~4ng/mL를 초과하면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아보길 권고한다. 대부분의 종합검진 프로그램에는 PSA검사가 포함되어 있지만 국가검진의 기본 항목에는 PSA검사가 없다. 따라서 50세 이상 남자라면 검진을 할 때 PSA검사를 추가해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있다. 비용은 1~3만원 수준이다. 

간암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AFP(알파태아단백) 수치를 참고할만 하다. AFP는 태아 발생 초기에 만들어져 출생 8~10개월 후에 수치가 감소해 성인에게는 거의 없는데, 혈액검사에서 AFP수치가 10ng/mL를 초과하면 간암, 간경변, 간염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간경변이 있는 고위험군에게는 국가가 년 2회 무료로 AFP검사를 해준다. 일반인은 1만원 수준의 자기 비용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여성을 괴롭히는 유방암과 자궁경부암도 조기진단 방법이 있다. 유방암은 유방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따라서 40세 이상 여성은 2년에 한 번씩 국가검진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유방암 엑스레이 촬영 검사를 챙겨야 한다. 자궁경부암은 정기적인 자궁경부세포검사를 통해 조기진단이 가능하다. 국가검진에서 20세 이상 여성에게 2년 간격으로 무료로 검사를 해주고 있다. 자궁경부세포검사는 민감도(질환이 있을 경우에 질환이 있다고 판정하는 비율)가 80%로 매우 높다. 

혈관 건강의 바로미터는 경동맥 초음파검사  

한국인은 암을 가장 무서워하지만 각종 혈관질환이 더 위험하다. 실제로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 질환은 암이지만 뇌졸중, 심혈관질환 등 혈관질환들이 그 아래에 포진하고 있다. 이들 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모두 합하면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앞선다.  

혈관 건강의 바로미터는 경동맥에 있다. 경동맥은 뇌와 연결되는 직경 5~8mm의 동맥으로 목 양쪽에 있다. 경동맥 초음파검사를 통해 경동맥에 혈전이나 플라크가 끼여 있는지를 확인하면 전신 동맥의 건강 상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관상동맥조영술이나 뇌MRI검사처럼 복잡하지 않고 몇분 간 초음파검사를 하면 된다.

국가검진에는 초음파검사가 기본으로 제공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기 비용을 들여서라도 정기적으로 경동맥 초음파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비용은 4만~10만원 수준이다. 검사에서 경동맥에 플라크나 혈전이 발견되면 심근경색, 협심증, 뇌경색 예방을 위해 치료해야 한다. 건강검진 결과지에 고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 밖이라면 이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김공필 의학저널리스트 kpkim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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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공필 의학저널리스트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조선일보 출판국 기자, 월간 <여성조선> 편집장, 조선일보 행복플러스 섹션 편집장, 월간 <헬스조선> 편집장,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을 지냈다. 현재 의학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며 <주간조선> 등 다양한 매체에 의학 기사와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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