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공필의 The 건강]
맨발 걷기 기대 효과 힐링에서 건강 확장
주요 설명 이론 접지 이론 유사 과학 평가
논란과 증명 한계에도 권장하는 활동
자연 직접 맞닿는 경험 긴장 스트레스 완화

전국에서 맨발 걷기 열풍이 뜨겁다. 지자체들은 ‘맨발길’을 조성하고 관련 프로그램과 동호회도 부쩍 늘고 있다. 도심 공원은 물론이고 산속 흙길에서도 신발을 벗고 걷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경기도는 내년까지 맨발길 1000개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했고 지난 5월 현재 전국 157개 지방자치단체는 ‘맨발 걷기 활성화 조례’를 제정해 맨발 걷기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이렇듯 맨발 걷기는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건강법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맨발 걷기의 효과에 대한 기대는 힐링에서 건강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맨발로 걸으면 평소 사용하지 않던 발의 근육과 말초신경이 자극을 받아 신체 기능이 좋아지고 균형감각과 순환 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심지어 불면증, 알레르기, 변비, 이명,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까지 고친다는 주장도 펼쳐진다. 발바닥은 인체의 축소판이므로 발바닥 지압 효과로 인해 오장육부가 건강해진다거나 ‘자연의 기운’이 발로 흡수되어 만병을 치유한다는 전통적 관점까지 더해진다.
땅속 전자가 신체 염증을 없앤다?
맨발 걷기의 과학적 효과를 설명할 때 ‘접지(earthing)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냉장고를 땅에 접지하듯 사람도 땅에 접지하면 만성염증과 만성질환이 효과적으로 잡힌다는 것이다. 맨발로 땅을 밟으면 지구에서 전자가 몸 안으로 올라와 활성산소를 중화함으로써 염증과 통증은 물론 만성질환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접지 이론에 따르면, 지구는 음전하를 띤 거대한 전자 저장소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 대사 과정 등을 통해 활성산소를 과도하게 만들어낸다. 활성산소(프리래디컬‧free radical)는 ‘짝 없는 전자’를 가진 불안정한 분자로, 정상 분자에서 전자를 빼앗아 자기는 안정을 찾지만 다른 분자들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세포를 손상시키고 염증과 노화를 유발한다. 파트너 없이 혼자서 파티에 참석해 다른 사람의 파트너를 빼앗음으로써 파티장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행위와 비슷하다. 이 같은 활성산소의 악행(惡行)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있다.
접지 이론은 맨발로 땅을 밟는 순간 전자가 몸 안에 들어와 과잉 활성산소와 결합하고, 이를 안정화해 세포 손상을 줄인다고 본다. 실제로 염증 수치 개선에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는 몇몇 연구도 있다. 하지만 이들 연구는 대체로 규모가 작고 연구 설계가 미흡하다고 지적받는다.
만병통치약인가, 유사 과학인가?
주류 의학계는 접지 이론은 유사 과학에 가깝다고 평가 절하한다. 땅에서 체내로 전달되는 전자는 양이 너무 적을뿐더러, 극소량의 전자가 피부를 지나 세포 깊숙이 도달해 활성산소와 반응한다는 주장은 과학적 팩트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또한 맨발 걷기 효과라고 이야기되는 것 중 상당수는 신발을 신고 걸어도 얻을 수 있는 효과이며 플라세보 효과도 가세했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논란과 증명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맨발 걷기는 권장할 만한 신체 활동임은 분명해 보인다.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 발가락, 발등의 미세한 근육들이 깨어난다. 신발을 신은 채 걸을 때는 자극을 받지 않는 근육들이다. 이런 작은 근육과 촉각 신경은 균형 감각과 자세 유지에 큰 역할을 한다. 덕분에 자세가 교정되고 하체 근육이 안정되며 낙상 예방과 신경 자극에도 도움이 된다. 감각 자극은 뇌의 감각 통합 기능까지 끌어올린다.
자연의 자극이 회복력을 높여
자연과 직접 맞닿는 경험도 빼놓을 수 없다. 심리적 긴장을 풀어주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낮추며 수면과 기분 개선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꼭 전자가 아니라도 자연의 자극에 몸 전체가 반응하면서 회복력을 높인다고 할 수 있다.
주의할 점도 있다. 무엇보다 파상풍균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흙길이나 공원 바닥에는 파상풍균이 있을 수 있고 맨발에 생긴 작은 상처로도 파상풍균에 감염될 수 있다. 이 균은 신경계를 마비시키는 독소를 만들며 사망률은 10~90%까지 보고된다. 따라서 맨발로 자주 걷는다면 파상풍 예방접종을 챙기는 것이 안전하다.
그 외에도 유리 조각, 날카로운 돌, 곤충이나 독초로 인한 상처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당뇨병이 있거나 발 질환이 있거나 말초신경이 둔한 사람은 전문의와 상의 후 실천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있을 경우 발의 감각이 떨어져 상처가 생겨도 잘 느끼지 못해 2차 감염이나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한여름에는 일사병 위험이 있으니,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
여성경제신문 김공필 의학저널리스트 kpkim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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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공필 의학저널리스트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조선일보 출판국 기자, 월간 <여성조선> 편집장, 조선일보 행복플러스 섹션 편집장, 월간 <헬스조선> 편집장,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을 지냈다. 현재 의학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며 <주간조선> 등 다양한 매체에 의학 기사와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