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공필의 The 건강]
부자병 전 국민의 문제로 자리 잡아
최근 부자병이 암으로 확산되는 모습
고지방 식습관 선진국형 암 증가의 요인
만성질환 암 대응 전략 생활 습관 개선 핵심

최근에 부자병이 암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감염과 위생, 백신 접종 부족 등으로 발생했던 과거의 ‘후진국형 암’은 줄어들고 영양 과잉과 고령화가 주요 요인으로 추정되는 ‘선진국형 암’이 급증하며 암의 지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에 부자병이 암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감염과 위생, 백신 접종 부족 등으로 발생했던 과거의 ‘후진국형 암’은 줄어들고 영양 과잉과 고령화가 주요 요인으로 추정되는 ‘선진국형 암’이 급증하며 암의 지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후진국형 암 감소, 선진국형 암 증가 뚜렷

한때 ‘부자병(富者病)’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먹고 적게 움직여 생기는 질환을 가리키는 말로 비만,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통풍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현대인의 식단과 생활 양식이 전반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부자병은 더 이상 일부 계층만의 질환이 아닌 전 국민의 문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부자병이 암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감염과 위생, 백신 접종 부족 등으로 발생했던 과거의 ‘후진국형 암’은 줄어들고 영양 과잉과 고령화가 주요 요인으로 추정되는 ‘선진국형 암’이 급증하며 암의 지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인의 10대 암은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위암, 전립선암, 간암, 췌장암, 담낭·담도암, 신장암 순이다. 이를 2012년과 비교해보면 위암, 간암, 자궁경부암은 감소한 반면, 전립선암, 췌장암, 유방암, 폐암, 대장암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여성경제신문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인의 10대 암은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위암, 전립선암, 간암, 췌장암, 담낭·담도암, 신장암 순이다. 이를 2012년과 비교해보면 위암, 간암, 자궁경부암은 감소한 반면, 전립선암, 췌장암, 유방암, 폐암, 대장암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여성경제신문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인의 10대 암은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위암, 전립선암, 간암, 췌장암, 담낭·담도암, 신장암 순이다. 이를 2012년과 비교해보면 위암, 간암, 자궁경부암은 감소한 반면, 전립선암, 췌장암, 유방암, 폐암, 대장암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위암 발생자 수는 2012년 3만 1228명에서 2022년 2만 9487명으로 5.6% 감소해, 2위에서 5위로 밀려났다. 간암은 1만 6194명에서 1만 4913명으로 8% 줄었고, 자궁경부암은 14.4% 감소했다.

이들 암은 특정 병원균이나 바이러스가 주요 원인이다. 위암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짠 음식, 과도한 음주와 관련이 깊고, 간암은 B형·C형 간염 바이러스와 음주가 주요 위험 요인이다. 2014년 대한간암학회 발표에 따르면 간암 환자의 72%가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였다. 자궁경부암은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핵심 원인이다. 이러한 감염 요인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후진국형 암 발생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제균제와 백신이 일등 공신이다. 소금에 절인 염장 음식 섭취 감소와 음주 감소도 도움이 됐다고 본다. 

고지방 식습관이 선진국형 암 증가의 한 요인

발생률이 가장 크게 증가한 암은 전립선암이다. 2012년 9473명에서 2022년 2만 754명으로 119% 급증했다. 같은 기간 췌장암은 76.9%, 유방암은 74.5% 증가했고, 폐암은 43.7%, 대장암은 11.9% 늘었다. 

암의 원인은 워낙 복합적이어서 한 두 가지를 꼭 짚어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상세포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암세포가 되는 데는 유전적 요인, 음식, 화학물질, 흡연, 음주, 비만, 스트레스 등 매우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증가 추세인 선진국형 암들은 육류 섭취 증가, 비만, 인구 고령화와 연결되어 있다. 포화지방이 많이 함유된 육류를 과다하게 섭취하면 전립선암 발병 가능성이 커진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같은 붉은 고기, 소세지나 햄, 베이컨 따위 육가공품을 즐기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여럿이다.

췌장암은 당뇨병이나 비만과 관련이 있는데, 동물성 지방을 비롯한 영양 과다 섭취는 당뇨병과 비만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폐암의 첫 번째 요인은 흡연이지만 최근 증가하고 있는 비흡연자 폐암의 위험 인자로 환경 오염 물질과 조리시 발생하는 물질이 주목된다.

2023년을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전세계 최상위 수준인데 높은 연령은 암 발생의 주요 인자다. 우리나라 주요 암들의 인구 조발생률(10만명당 발생자수)을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80~84세가 가장 높고 75~79세와 85세 이상이 뒤를 잇는다. 유방암은 45~49세가 가장 많지만 발병 연령이 꾸준한 높아지고 있다. 신체 건강이 전반적으로 좋아져 폐경이 늦어지는 것도 유방암 증가의 요인이다. 모든 선진국들의 공통적인 걱정거리인 저출산도 유방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암은 만성질환… 생활습관 개선이 핵심

암 지도가 선진국형으로 바뀐 만큼 대응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치료 측면에서는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의 발전으로 암 생존율이 크게 향상됐다. 유전자 돌연변이를 조절하는 정밀 의료 기술이 도입되고 있으며 조기 진단 기법과 수술, 방사선 치료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 기술 발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선진국형 암은 본질적으로 만성질환인만큼 예방과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행히 해법은 부자병에 대처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과식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고, 과음을 피하고, 충분히 자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 이 단순한 생활 원칙이 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암의 30~50%는 위험 요인을 피하고 근거 기반 예방 전략을 실천함으로써 예방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는 ▲금연 ▲건강한 체중 유지 ▲과일·채소를 포함한 식단 ▲규칙적인 운동 ▲절주 ▲환경오염 노출 감소 등을 권장한다. 한국인 10명 중 3~4명은 일평생 암을 경험한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뻔한’ 건강 상식에 다시 한 번 밑줄을 긋자.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여성경제신문 김공필 의학저널리스트 kpkim62@gmail.com

김공필 의학저널리스트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조선일보 출판국 기자, 월간 <여성조선> 편집장, 조선일보 행복플러스 섹션 편집장, 월간 <헬스조선> 편집장,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을 지냈다. 현재 의학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며 <주간조선> 등 다양한 매체에 의학 기사와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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