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구 1위 도시의 얼굴 원주터미널
원주시외버스터미널 10층 중 1층만 활용
편의 시설·관리 부족에 버스 승객들 '불만'
"건물 민간 소유·KTX 개통이 결정적 원인"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국립강릉원주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모바일뉴스실습’ 전공수업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를 연재합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이 수업을 지도하는 이 학부 허만섭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 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원주시외버스터미널 홈페이지의 한가운데에 "원주에 오시면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라고 적혀있다. /원주시외버스터미널 홈페이지 캡처
원주시외버스터미널 홈페이지의 한가운데에 "원주에 오시면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라고 적혀있다. /원주시외버스터미널 홈페이지 캡처

"원주에 오시면 제일 먼저 만나는 곳"

원주시외버스터미널 홈페이지의 한가운데에 적힌 말이다. 강원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 원주의 관문인 이곳은 총면적 3만2000㎡, 지상 10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로 지어졌다. 원주를 처음 찾는 이들에게 첫인상을 남기는 상징적 공간이다.

한때 위용을 자랑했던 해당 건물은 현재 버스 승하차장·매표소·대합실로 사용되는 1층 터미널 구역 외엔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했다. 필자가 현장을 찾은 날도 2층부터 10층까지 대부분 공간은 불이 꺼진 채 텅 비어 있었다. 원주시 한 관계자는 "올 초 마지막 남은 영화관마저 문을 닫으면서 공실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라고 전했다.

터미널 홈페이지에 게시된 과거 내부 사진 /원주시외버스터미널 홈페이지 캡
터미널 홈페이지에 게시된 과거 내부 사진 /원주시외버스터미널 홈페이지 캡

10층 중 1층만 '활용 중'

터미널의 과거와 현재는 사진 한 장으로도 극명히 갈린다. 터미널 홈페이지에 게시된 과거 내부 사진에는 1층뿐 아니라 2·3층까지 밝은 조명과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사람들이 오가며 활기가 느껴진다.

반면 현재 모습은 정반대다. 취재 당시 찍은 사진 속 터미널은 1층을 제외한 전 층이 어두웠다. 에스컬레이터는 멈췄고 일부 복도는 아예 차단됐다. 과거 화려했던 내부 인테리어는 을씨년스럽게 변해 있었다.

원주시외버스터미널 내부 현재 모습 /이주혁
원주시외버스터미널 내부 현재 모습 /이주혁

지방 도시 침체 상징

강원도 최대 도시 원주와 전국을 잇는 주요 관문이 이처럼 방치되는 것은 단순한 미관 문제를 넘어 지방 도시 침체를 상징한다. 이용객 이모 씨(27)는 "2층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섰는데 다니는 사람도 없고 상점은 모두 문을 닫아 어두웠다"며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1층 터미널로 내려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라며 "원주의 얼굴을 이런 꼴로 방치하는 게 안타깝다"라고 설명했다. 

"너무 어둡고 으슥해"

통학을 위해 터미널을 자주 이용한다는 대학생 김모 씨(여·23)의 발걸음은 늘 조심스럽다. 그는 "밤늦게 버스에서 내리면 상층부의 불 꺼진 빈 가게들이 늘어선 통로와 중단된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된 지하의 모습이 너무 어둡고 으슥하다"라며 "혼자 다닐 때는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주변을 계속 살피게 된다"라고 말했다. 

시외버스를 이용해 장거리 출장을 자주 다닌다는 박모 씨(35)는 "건물 안에 마땅히 갈만한 데도 없고 대합실 의자 수도 적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예전에는 영화라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영화관마저 폐점됐다"라며 "터미널 안에서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오락 시설이나 여가시설이 별로 없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이용객 이모 씨(여·58)는 "화장실 관리도 엉망"이라며 기본적 편의시설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최모 씨(62)는 "터미널은 원주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곳인데 이렇게 텅 비고 황량한 모습을 보면 도시 이미지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라며 "이렇게 방치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흉물 방치 답답"

이 공간이 흉물로 전락하게 된 배경에는 복합적 요인이 얽혀 있다. 원주시외버스터미널은 2009년 현재의 단계동 자리로 신축 이전했다. 이후 건물이 개인 소유로 넘어가면서 주인이 1층 이외에 세입자를 받지 않았기에 공실률이 높아졌다. 일부 관계자는 "KTX 개통으로 버스 이용객이 줄면서 터미널 운영사의 수익도 줄었다"라며 "시설 투자와 관리가 소홀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라고 말했다. 

다만 원주시에 사는 최모 씨(여·55)는 "KTX 개통 후에도 터미널 이용객은 꾸준히 있었다"라고 했다. 최씨는 "원주시가 산발적으로 개발되어 도시 전체에 구심점이 없다"며 "죄다 어물쩍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터미널이 장기간 흉물로 방치되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치된 대형 건물의 안전 문제도 우려한다. 건축설비 전문가 J씨(50)는 "겉으로 보이는 문제 외에도 관리가 안 되면 누수나 전기설비 노후화가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라면서 안전 문제를 우려했다. 

여성경제신문 청년이 보는 세상 youngworld@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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