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직업 삼아 경쟁과 훈련 속 버텨
닉네임이 브랜드이자 팬과의 연결고리
기본 하루 8시간 대회 전 10시간 훈련
"지면 자극받아 이길때까지 하는 집념"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국립강릉원주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모바일뉴스실습’ 전공수업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를 연재합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이 수업을 지도하는 이 학부 허만섭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 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발로란트 공식 사진. /발로란트
발로란트 공식 사진. /발로란트

필자는 오랜 시간 아마추어 게이머로 게임을 즐겨왔고 그 과정에서 현재 프로게이머로 활동 중인 두 선수와 인연이 닿았다. DRX 발로란트 챌린저스 팀의 SacrificE(23) 선수와 T1 아카데미 소속 Moothie(27) 선수다. 이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프로게이머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이들은 단순히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열정을 직업으로 삼아 혹독한 경쟁과 훈련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프로였다. 필자는 온라인 게임을 접해보지 않은 독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게임 스토리와 용어를 함께 설명한다.

우선 발로란트라는 게임부터 알아야 한다. 발로란트는 '1인칭 슈팅(FPS) 게임'으로 화면 속 캐릭터의 시점에서 총을 쏘며 상대를 무찌르는 게임이다. 다섯 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스파이크(Spike)라고 불리는 폭탄을 상대 진영에 설치하거나 해체하며 승패를 가린다. 

각 선수는 '요원(Agent)'이라는 고유 능력을 가진 캐릭터를 선택해 팀 전략에 맞게 플레이한다. 예컨대 어떤 요원은 시야 확보에 뛰어나고 어떤 요원은 적의 움직임을 늦출 수 있다. 축구나 야구처럼 선수마다 역할이 있고 팀워크가 중요한 팀 스포츠다.

닉네임이 이름이자 브랜드

프로게이머들은 실제 이름 대신 닉네임을 쓴다. 팬과 소통하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드는 수단이다. SacrificE라는 닉네임은 'Sacrifice(희생)'에서 따왔다. 그는 "팀을 위해 개인을 희생한다는 뜻을 담았다"라고 했다. Moothie는 자신의 개성을 살린 이름이다. 이런 이름은 프로게이머의 브랜드이자 팬과의 연결고리가 된다.

SacrificE는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DRX 아카데미 테스트를 받았다. 이 시험은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한 까다로운 관문이다. SacrificE에 따르면 이 과정을 통해 게임 실력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 크기, 팀 내 보이스 커뮤니케이션 능력, 전술 이해도, 경기에서의 판단력 등 다양한 부분을 평가한다. 

그는 "실력이 좋아도 목소리가 너무 작거나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팀에서 신뢰받기 어렵다"라며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팀원과의 의견 충돌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평가 기준이다. 즉 혼자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발로란트 플레이 장면. /김건우
발로란트 플레이 장면. /김건우

오전 타격 훈련, 오후 전술훈련

T1 아카데미 소속 Moothie 선수는 체계적 훈련 루틴을 소개했다. 그는 "오전에는 개인 조준력 향상을 위한 타격 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팀과 함께 전술을 맞춘다"라며 "축구나 야구처럼 선수들도 철저한 훈련 스케줄을 따른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매 경기 영상을 다시 보며 판단 실수와 상대 패턴을 분석한다. "어느 라운드에서 실수했는지 상대 팀의 공략법은 무엇인지 알게 되면 다음에 같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두 선수 모두 입단 테스트, 팀 간 연습 경기인 스크림(Scrim), 아마추어 대회, 경기 영상 분석 과제까지 많은 관문을 거쳐 입단했다. 스크림은 실전처럼 치열하게 진행된다. 감정 조절 능력까지 평가 대상이다. Moothie는 "목소리가 작거나 감정을 못 다스리면 바로 불합격"이라며 "지금도 매일 나 자신을 시험받는 기분"이라고 털어놓았다.

하루 8시간 이상 훈련

이들이 프로게이머가 된 이유는 단순하다. 어릴 적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그 열정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기 때문이다. SacrificE는 "좋아하는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고 팬도 생긴다"라며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의 삶이 항상 빛나는 것만은 아니다. 하루 8시간 이상, 대회를 앞두고 10시간 넘게 훈련한다.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가 크다. "게임을 좋아해서 시작했지만 어느새 일이 됐다"라는 그의 말에서 프로게이머의 고충이 느껴졌다.

프로게이머들의 수입과 관련해 SacrificE는 급여 외에 대회 상금, 개인 방송, 콘텐츠 제작으로 추가 수입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세계 랭킹 37위까지 올랐던 김모 씨(20)는 현재 프로 생활을 잠시 쉬고 있다. 그는 "매일 6시간 이상 게임하고 2시간씩 영상 피드백을 반복하면서 스트레스가 컸다. 어느 순간부터 게임이 즐겁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는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도 경험했지만 팀 해체와 정신적 압박으로 결국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

"졌을 때 가장 자극받아"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왜 프로게이머의 길을 걷고 있냐고 물었다. SacrificE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라고 답했다. Moothie는 "졌을 때 가장 자극을 받는다"라며 "그 자극이 있어야 다시 연습실에 앉아 이길 때까지 계속한다"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청년이 보는 세상 youngworld@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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