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공필의 The 건강]
뜨거워진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더 강력해진 치료제 연이어 등장
생활습관 개선 없이는 효과 없어

위고비는 올 상반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73.1%를 점유했다. 마운자로는 미국에서 젭바운드(Zepbound)라는 이름의 비만치료제로 승인받았는데 젭바운드의 미국 내 점유율은 위고비를 약 7% 앞서고 있다. /연합뉴스
위고비는 올 상반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73.1%를 점유했다. 마운자로는 미국에서 젭바운드(Zepbound)라는 이름의 비만치료제로 승인받았는데 젭바운드의 미국 내 점유율은 위고비를 약 7% 앞서고 있다. /연합뉴스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열기가 더해지는 분야가 있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다. 8월 중순 새로운 비만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가 국내 판매를 시작한다. 작년 10월 출시된 위고비(Wegovy)에 이어 더욱 강력한 효과의 마운자로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실제 위고비는 올 상반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73.1%를 점유했다. 마운자로는 미국에서 젭바운드(Zepbound)라는 이름의 비만치료제로 승인받았는데 젭바운드의 미국 내 점유율은 위고비를 약 7% 앞서고 있다.

WHO의 경고 “비만은 질병이다”

한때 ‘풍요의 상징’이었던 비만은 이제 '만병의 근원'으로 여겨진다. 산업화 이전에는 퉁퉁한 몸이 건강과 생존력의 지표였지만 현대의 비만은 온갖 대사질환의 뿌리로 간주된다. 심혈관질환, 제2형당뇨병, 지방간, 일부 암과의 연관성이 점점 더 명확하게 밝혀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7년 비만을 ‘전 지구적 유행병(Global Epidemic)’으로 규정했고 2020년 이후에는 ‘조용한 팬데믹’이라 부를 만큼 비만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서구식 식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이 주범이다. 한국의 비만 기준은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인데 성인 비만율은 37.1%, 남성은 44%에 달한다. 30~50대 남성의 비만율은 50%를 넘는다. 이렇듯 비만은 생활습관 문제나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비만 치료 신약 대전의 포문을 연 약은 위고비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사가 개발한 이 약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던 GLP-1 유사체를 비만 치료에까지 확대했다. 유사체는 구조나 기능이 특정 물질과 유사하게 설계된 합성 약물을 의미한다.

강력한 비만치료제 연이어 등장

GLP-1은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포만감을 유도하고 식욕을 억제하며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킨다. 위고비는 이러한 GLP-1의 작용을 인공적으로 강화해 체중 감소를 유도한다. 78주간 사용 시 평균 13.7%의 체중 감소 효과가 입증됐다.

마운자로는 GLP-1에 GIP를 추가한 이중 작용제다. GIP 또한 인슐린 분비 촉진과 식욕 억제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마운자로는 78주 사용 시 평균 20.2%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이는 기존 위절제술 등 외과적 비만 수술에 근접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더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는 신약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GLP-1과 아밀린 수용체 작용제를 병용한 카그리세마(CagriSema)는 68주간 평균 22.7%의 체중 감소를 보였고 GLP-1과 GIP에 글루카곤까지 붙인 3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는 48주에 24.2%까지 감량 효과를 보였다. 

이제 비만치료제 덕분에 살 찔 걱정 하지 않고 마음껏 먹고 활동을 적게 해도 될 것 같지만 장벽은 있다. 우선 약값이 만만찮다. 위고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약값이 4주 기준 약 40만~60만원대다. 마운자로는 이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역시 비보험이다.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메스꺼움, 구토, 위장장애는 흔한 부작용이며 드물지만 췌장염이나 담낭 질환 발생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이들 약은 식욕을 줄이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체중은 줄지만 근육도 함께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약을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느는데 이때 체중은 지방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어 근감소형 요요가 우려된다.

약보다 먼저 바꿔야 할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약들이 생활습관 개선 없이 살을 빼주는 ‘마법의 약’은 아니라는 점이다. 약 사용을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늘어 운동, 식단, 수면, 스트레스 관리와 병행해야 장기 효과가 유지된다. 특히 근육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육은 포도당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지방 저장을 줄인다. 인슐린이 근육세포의 문을 열어 포도당을 집어넣는데 근육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이런 인슐린의 작용 없이도 포도당이 근육 안으로 들어간다. 또한 근육운동 후에는 인슐린 감수성이 증가하여 같은 인슐린 농도에서도 포도당이 더 잘 흡수된다.

‘비만과의 전쟁’은 현대인의 삶을 고스란히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활동 부족, 과식, 수면 부족, 스트레스, 인간관계 단절까지 비만은 단순한 칼로리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구조와 습관이 만든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약은 체중 감소를 돕는 가장 강력하고 손쉬운 도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진정한 비만 치료는 몸무게의 숫자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변화, 건강한 생체 리듬 회복에 방점을 둬야 한다. 

여성경제신문 김공필 의학저널리스트 kpkim62@gmail.com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공필 의학저널리스트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조선일보 출판국 기자, 월간 <여성조선> 편집장, 조선일보 행복플러스 섹션 편집장, 월간 <헬스조선> 편집장,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을 지냈다. 현재 의학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며 <주간조선> 등 다양한 매체에 의학 기사와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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