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채가 1% 늘어나면
소비자물가 최대 0.15% 상승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내수 부진 등 악화 일로를 겪고 있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지만 늘어나는 재정적자가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30조5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번 추경안은 경제 위기의 가뭄을 해소하기 위한 마중물이자, 경제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지금은 경제가 다시 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설 때"라고 밝혔다.

문제는 전체 재원의 3분의 2 가까이 빚으로 충당하면서 국가채무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추경은 세출 확대 20조2000억원, 세입 경정 10조3000억원으로 구성됐다. 세입 경정은 올해 세수 실적을 반영해 연간 수입 전망을 하향 조정한 조치다.

전체 추경 재원 중 5조3000억원은 지출 구조조정, 2조5000억원은 기금 여유 재원으로 활용한다. 또 3조원은 외평채 발행 규모 조정을 통해 충당하고, 전체의 65%에 해당하는 19조8000억원은 국채를 통해 조달한다.

따라서 국가채무는 기존 1280조8000억원에서 1300조6000억원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6조4000억원에서 110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GDP 대비 채무 비율은 48.4%에서 49.0%로 0.6%포인트(p) 상승했으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3%에서 -4.2%로 확대됐다.

채무가 늘면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생긴다.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의 경우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위험성이 크다.

정부 부채가 1% 늘어나면 소비자물가는 최대 0.15% 상승한다는 학계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재명 정부가 과감한 재정 투입으로 경기 부양에 나선 가운데, 과도한 적자 부채 증가는 장기적인 물가 상승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국재정학회에 따르면 성균관대 경제학과 이준상 교수·장성우 연구원, 한국은행 이형석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재정건전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재정학연구 5월에 게재했다.

연구 결과 정부부채·지출이 늘어나 재정수지가 나빠지면 소비자물가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정부부채가 1.0% 늘어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최대 0.15%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효과는 재정적자일 때 더 강하게 나타난다. 재정흑자 때는 일시적인 물가 상승에 그쳤지만 재정적자 상황에는 장기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했다.

다만 이같은 우려에 여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내수 부진이 지속된 상황에서 물가 상방 압력은 약할 것이라는 학계의 의견도 있다"며 "추경을 소모적으로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소비 쿠폰으로 경기부양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오늘 국회 시정 연설에서 '호텔 경제학 포퓰리즘' 시작을 공식 선언했다"며  "'이재명 당선 축하금'인 돈 뿌리기 방식은 효과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며, 이번에도 뚜렷한 경기 회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여야는 상임위별로 추경안 심사에 돌입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 공석인 상임위원장 자리 5개 배분을 마치면 추경안 심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다음 달 4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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