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 및 글로벌 수요 둔화 영향
재고 평가손실에 실적 악화 가능성
업계, 차세대 배터리 개발 통해 돌파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연료인 리튬의 가격이 추락하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고점에서 수급한 원재료로 생산한 제품을 저가에 팔아야 하는 역마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24일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탄산리튬(전기차 배터리 원료인 리튬 정제물) 가격은 지난 19일 기준 ㎏당 58.50위안(1만1200원)을 기록했다. 리튬 가격이 50위안대로 떨어진 건 2021년 1월 18일(58.5위안) 이후 약 4년 5개월 만이다.
탄산리튬은 보급형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인산철(LFP)의 주원료다. 이를 가공해 만드는 수산화리튬은 국내 배터리 업계가 주력으로 삼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에 주로 사용된다.
탄산리튬 가격은 2020년 전기차 수요 증가로 상승세를 그렸다. 2020년 1월 39.50위안에 불과했으나 2021년 8월 100위안을 넘어섰다. 2022년 11월엔 581.50위안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을 거듭했다. 지난 19일 가격은 2022년 11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 대비 90% 가량 주저앉은 수준이다.
리튬 몸값의 급락 이유로는 공급 과잉과 전기차 수요 둔화가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리튬 수요는 전년 대비 30% 증가했지만 공급은 35% 이상 늘어나며 ‘초과 공급’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까지 발생했다.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 증가세가 둔화하고 북미·유럽 자동차 업체들도 전기차 전환 시기를 미루기 시작한 것이다.
배터리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고점에서 수급한 원재료로 생산한 제품을 저가에 팔아야 하는 ‘역마진’ 상황에 직면했다.
한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배터리 기업은 보통 광물 가격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고객사와 판가 계약을 맺는다”며 “이 때문에 리튬 고점 시점에 원재료를 매입하고 납품 시점에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팔게 되면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이나 공급 시기 변동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가격만 반영할 경우 계약 금액이 수천억~1조원 이상 줄어드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중국은 리튬 외의 소재를 적극 활용한 배터리 양산에 나섰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CATL은 지난 4월 2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 ‘낙스트라’의 상용화 준비가 완료돼 하반기 중 양산 예정이다. 중국 업체인 BYD는 최근 리튬 가격 급락을 이유로 칠레 리튬 양극재 공장 건립 계획을 철회했다.
국내 업계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중국 LFP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 양극재 시험 생산에 성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 모터스(GM)와 손잡고 LMR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일부 지역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자 중심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전방 수요 역시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하반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충격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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