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확정에 새 정부 지원책 거론
미국發 관세 피해보단 반사이익 파이↑
SK온 이어 삼성SDI 설비 투자 본격화

배터리 업계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온 국내, 국외 정치 발(發) 변수들이 하나씩 사라져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적 지원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배터리 3사는 생산설비 합리화 등을 지속 추진하면서 점차 안정돼 가는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심판 청구를 인용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2일만으로 약 4개월 만에 계엄·탄핵 정국이 매듭지어졌다.
아직 대선 이후 새 정부 출범이라는 과제가 남았지만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에 마침표가 찍힌 것이어서 산업계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배터리 업계가 대표적 사례다.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 장기화와 중국 공세, 미국 관세 등 3중고의 어려운 시간을 보내왔는데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까지 가세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힘들었다.
미국·중국·유럽·일본 등이 국가적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 산업인 이차전지에 막대한 자금을 쏟고 있는 것과 차이 난다. 특히 중국 정부는 그간 배터리 산업에 1000조원, 전기차 보조금에 320조원을 다양한 형태로 지원해 배터리와 전기차 산업이 글로벌 리더의 지위에 올랐다. 한국의 경쟁사인 CATL과 BYD는 각각 50조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아 성장일로에 있다.
윤석열 탄핵 인용과 조기 대선 날짜가 오는 6월 3일로 확정되면서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의 공약 등으로 K-배터리 지원책이 거론될 확률이 높아졌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적 지원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까지 가세한다. 불확실성이 기대감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올라탄 것이다.
김승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정책기획본부장은 여성경제신문에 “환급형 세액공제, 첨단전략산업 기금에 정책금융 지원 강화를 비롯해 기업들이 관세 위기를 기회 요인으로 삼을 수 있게 생산 원가 절감을 위한 R&D 지원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때”라며 “국내 배터리 업계가 현지 생산을 위해 이미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사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배터리를 흔들던 정치 변수는 국외에서 촉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관세 장벽’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매일 K-배터리 주가의 등락폭이 컸다.
미국 관세의 구체적 내용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이 또한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3사는 미국 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배터리 완제품이 직접 관세를 맞을 가능성은 작다. ‘첨단 제조 생산세액공제(AMPC)’에 따라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배터리 부품 전반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중국산 배터리에는 이보다 높은 34%의 관세를 책정하면서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란 전망이 명확하다.
이에 더해 미 하원은 최근 국토안보부(DHS)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서 CATL, 비야디(BYD) 등 중국 배터리 기업 6곳의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해외 적대국 배터리 의존도 감소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에 중국 기업 명단이 직접 명시돼 있어 우회 수출도 원천 차단된다.
2023년 미국의 중국산 리튬이온 배터리 수입액은 131억 달러(약 18조9059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3년 미국 전체 리튬이온 배터리 수입액의 70% 수준이다. 미국 배터리 시장을 장악해 온 중국의 위상은 내년부터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점차 잠식당할 것이란 게 배터리 업계의 중론이다.
배터리 3사는 생산설비 합리화 등을 지속 추진하면서 점차 안정돼 가는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GM과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최근 협력사 선정을 마무리했다. GM 합작공장 공급망은 '안정성'에 중점을 뒀다는 평가다. SK온은 지난달 일본 닛산과 99.4GWh 규모 계약을 맺으면서 배터리 생산을 위한 장비 발주를 시작했다. 전체 금액이 15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대형 계약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우리 배터리 회사들의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수주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며 “매출로 이어지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반등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