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권위자 황일순 서울대 명예교수
핵개발은 ‘반국가·반역사·반인류적’
핵무장 포기가 원자력 강국 지름길
“평화적 원자력 산업의 초일류 한국”
6·3 대선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각 후보들은 에너지 믹스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쳤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원자력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적극 활용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원전의 위험성과 사용후핵연료 문제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까지만 사용하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여성경제신문은 한국 원자력계 최고 권위자인 황일순 서울대 명예교수(前 UNIST 석좌교수)의 작심 인터뷰를 녹여내어 차기 정부의 원자력 정책에 제언한다. 핵무기화, 사용후핵연료, 안전 사고, 우라늄 고갈 등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서의 원자력 발전의 역할을 풀어내는 코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앞서 <“AUKUS(미·영·호주) 틈 파고들어야···‘K(한국)+AUKUS’ 원자력 안보 동맹” [원자력 정책 제안➁]>을 통해 원자력 정책은 한 국가의 에너지 정책 차원을 넘어 외교 전략과 맞물려 추진해야 함을 살펴보았다.
원자력 국제 동맹 체제가 가능하려면 한국이 먼저 비핵화에 대한 의지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결단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게 황일순 교수의 지론이다.
최근 미국 에너지부(DOE)가 ‘민감국가 리스트’에 한국을 추가한 것을 두고 각종 해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한국 내 핵 개발 필요성이 조장되는 분위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 조치라는 해석이 소식통을 통해 전해졌다.
DOE가 특정 국가를 민감 국가로 분류하는 이유는 국가 안보, 핵 비확산, 역내 불안정, 경제 안보 위협, 테러 지원 등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 한국에 해당하는 사유는 핵 비확산 문제로 좁혀진다. 그간 국내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북핵에 맞서 우리도 핵개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핵 무장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황 교수는 “핵무장에 미련을 갖는 것은 정말 미련한 일”이라며 “욕심을 부리다가 지금까지 지어놓은 원자력 농사를 망치게 되는 것은 물론 한국이 지금까지 다져놓은 국제적 관계 안에서 고립을 자처하면서 경제가 곤두박질 칠 것”이라고 비평했다.
현재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핵보유국은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북한 등 4개국이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 세 나라는 NPT에 가입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핵무기를 개발·보유했고 북한은 이 조약에서 탈퇴해 핵무장을 강행한 유일한 나라다.
국제 비확산 체제에서 이탈한 뒤 자체 핵무장을 이행한 여파는 참혹했다. 1인당 GDP가 최근까지도 파키스탄은 1600달러, 인도는 2200달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1200달러 수준으로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이는 남한(3만5569달러)의 30분의 1 수준이다.
황일순 교수는 “국제사회의 경제 재제가 어마어마해 이 나라들은 사실상 핵무장 당시 GDP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며 “여기에 국가 예산의 투자 방향성이 핵무기 유지를 위한 국방비에 집중되면서 경제 몰락을 가속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파키스탄 사례는 적나라하다. 2021년도 국가예산이 7조1360억 루피인데 핵무기와 미사일 등의 개발 및 유지 비용이 막대하여 국방비는 무려 1조2900억 루피에 달한다. 이러다보니 공공부분과 교육, 복지, 경제발전에 투자해야 할 예산을 손실해 파키스탄의 잠재성장력을 다 깎아먹었다.
비슷한 시기 핵무장 시도를 했지만 결국 포기한 나라는 전혀 다른 경제적 결과를 맺었다.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에 가입하지 않은 중립국들인 스위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를 비롯해 한국, 대만 등은 등은 핵무기의 개발단계에서 스스로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했다.
그 결과 핵무장을 포기한 스위스(8만9942달러), 핀란드(4만5939달러), 스웨덴(5만5521달러), 노르웨이(7만8939달러), 한국(3만5569달러), 대만(3만4424달러) 등은 1인당 GDP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황 교수는 “경제와 핵무장 중 양자택일한 나라들이 각각 맞이한 결과를 보면 지금 이 시기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바로 알 수 있다”며 “한국이 현재 1인당 GDP 3만 달러가 넘었는데 여기서 핵무장으로 되돌아간다면 처참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핵무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것이지 국가를 위한 것이 전혀 아니다”며 “핵무장은 반국가적, 반역사적이며 개발해 핵을 쏜다 하더라도 그 방사능 피해는 수십년 수백년 남아 있으니 반인류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원자폭탄을 비롯한 핵폭탄은 미래엔 효용성이 없어질 것이라는 게 황 교수의 시각이다. 앞으로 강력한 레이저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레이저 대공무기가 실전 배치되면 지상 또는 인공위성에서 쏘아 핵탄두가 날아오르기도 전에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최초로 레이저 대공 무기 ‘블록-1’이 2026년 전력화 완료를 목표로 올해 하반기부터 우리 군에 실전 배치된다. 레이저 속도가 초속 30만km로 여러 개의 표적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고 1회 발사 비용이 2000원에 불과하다.
황일순 교수는 “그러지 말고 미국의 핵우산을 확실히 얻자. 즉 미·영·호주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에 한국이 합류하자”며 “원자력 동맹을 만들어가는 대신에 한국은 핵 비확산 노력을 펼쳐 나가고 평화적인 방법의 원자력 발전으로 탄소중립을 해나가는데 앞장서자”고 말했다.
[➃편에서 계속 됩니다]
<황일순 박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 학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 석사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 석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핵재료공학 박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재료공학과 연구 교수
△기초전력연구원 원전성능관리연구센터 설립
△미국 에너지성 유카산 고준위처분장기술개발 국제전문위원
△원자력정상회의(SHAPE-2010) 공동조직위원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원자핵공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
△한국핵정책학회 부설 핵안보연구소 소장
△울산과학기술원 석좌교수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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