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권위자 황일순 서울대 명예교수
원자력 발전이 징검다리 에너지? “틀린말”
바다, 육지 매장량의 800배 '우라늄 보고'
美·日·中, 우라늄 추출 기술 경쟁 본격화

6·3 대선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각 후보들은 에너지 믹스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쳤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원자력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적극 활용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원전의 위험성과 사용후핵연료 문제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까지만 사용하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여성경제신문은 한국 원자력계 최고 권위자인 황일순 서울대 명예교수(前 UNIST 석좌교수)의 작심 인터뷰를 녹여내어 차기 정부의 원자력 정책에 제언한다. 핵무기화, 사용후핵연료, 안전 사고, 우라늄 고갈 등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서의 원자력 발전의 역할을 풀어내는 코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UAE 원전 1-4호기 전경 /한국전력
UAE 원전 1-4호기 전경 /한국전력

대한민국은 매년 약 300조원을 에너지 수입에 지출하고 있다. 한국이 사용하는 전기의 대부분이 석탄, 천연가스, 원유, 우라늄 등의 해외 자원에서 수입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에너지 자립은 국가 경제와 안보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미래 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에너지 연료의 자립화는 한국의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연료의 수입 의존을 줄여 자립을 이뤄내면서도 고갈의 걱정이 없어야 한다. 여기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절실하다. 

에너지원 가운데 원자력 발전은 다수의 조건을 충족하지만 연료(우라늄)의 해외 의존과 유한성(고갈)이 발목을 잡아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는 “현 추세대로 원자력 수요가 증가할 경우 2080년대에는 전 세계 우라늄 매장량이 고갈될 수 있다”고 보고한다.  

특히 우라늄의 매장량은 한정돼 있는 상황인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미래 성장동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 세계가 원전 경쟁이 뛰어들면서 우라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란 우려도 가세한다. 

황일순 교수는 “원자력발전소 연료 공급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바다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라늄을 해수에서 추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마 많은 사람들이 모를 것”이라며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는 이미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한국도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서둘러 우라늄 추출 연구개발(R&D)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IAEA에 따르면 현재 확인된 우라늄의 육상 매장량은 약 600만t으로 현재 추세라면 향후 60-70년 정도만 사용 가능한 양이다. 

하지만 시야를 바다에 녹아 있는 해상 우라늄까지 넓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바다에는 육상 매장량의 약 800배에 가까운 약 45억t의 우라늄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현재 지구상의 440기의 원전을 적어도 약 6만년 동안 가동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바닷속에는 육상 매장량의 약 800배에 가까운 약 45억t의 우라늄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준상 기자
바닷속에는 육상 매장량의 약 800배에 가까운 약 45억t의 우라늄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준상 기자

황 교수는 “바닷물 염분 농도가 올라갈수록 바닷물에 들어 있는 우라늄 농도가 수직으로 올라간다”며 “전세계 대항에 염분 농도가 높은 곳에서 우라늄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바다 아래 모래 속에 굉장히 많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전문가들조차 원자력은 재생에너지 기술 발전이 진보를 이루기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징검다리 에너지라고 했는데 이는 틀린 말”이라며 “연료 문제가 해결된 원자력은 지속가능한 에너지”라고 명시했다. 

약 45억t의 우라늄이 바다에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농도가 너무 낮아(1t 중 3.3mg가량) 현재 기술력으론 경제성을 충족하는 채취를 이뤄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각국이 R&D를 통해 우라늄 채취량을 높이는 것이 미래 원전 경쟁력과 직결될 것이라고 황 교수는 강조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태평양북서부국립연구소(PNNL, Pacific Northwest National Laboratory)는 LCW Supercritical Technologies와 협력해 아크릴로 이루어진 흡착제에 바닷물을 흘려보내는 매우 간단한 방법으로 우라늄 가루 5g을 채취하는데 성공했다. 

PNNL의 발표에 따르면 5g이라는 양은 바닷물의 위치에 따른 우라늄 농도를 고려하지 않고 채취한 양이다. 우라늄 농도가 더 높은 곳의 바닷물을 확보한다면 더 많은 우라늄을 채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실제로 채굴 가능한 양은 약 1000조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도 ‘원전 굴기(崛起)’를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바닷물에서 우라늄 추출 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에 여념이 없다. 중국은 작년 한 해 천연 우라늄 1만3000t을 수입했다. IAEA는 2040년까지 중국의 우라늄 수요가 연간 4만t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 란저우대 희소동위원소 프런티어 과학센터 연구팀은 우라늄 흡착 용량을 2배 증가시키고 우라늄-바나듐 분리 효율을 40배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 3월 1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중국이 2019년 설립한 국가 해수 우라늄 추출 기술 혁신 연합 로드맵에 따르면 ‘2021~2025년 일본의 기록(1kg 우라늄 추출) 달성’ ‘2035년 연간 1t 규모 시범 플랜트 구축’ ‘2050년 산업적 연속 생산 체제 구축’ 등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중국은 바다에서 대규모로 우라늄을 확보하는 세계 최초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원전 굴기(崛起)’ 중국이 바닷물에서 우라늄 추출 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전 굴기(崛起)’ 중국이 바닷물에서 우라늄 추출 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해수 우라늄 추출 분야에서 선구자 역할을 했다. 대규모 해양 시험을 통해 1kg의 옐로케이크(우라늄 농축물)를 회수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보고된 가장 높은 수치다. 일본 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는 계속해서 해수 우라늄 추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일본 해류가 옮기는 해수 중에는 우라늄 520만t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약 0.2%를 회수할 수 있으면 일본 연간 우라늄 수요량인 약 8000t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원 빈국인 일본이 원전용 우라늄을 해수에서 회수하는 기술 개발에 일찍이 나섰다는 것은 유사한 상황인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황 교수는 “지금 각국이 주목하고 있는 해수 우라늄 추출 기술에 한국도 R&D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AI 시대 전 세계 원전 수요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에너지 자립화를 위해 정부가 주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수력원자력은 해수에 녹아 있는 우라늄을 효율적으로 추출하기 위한 PNNL 방식과 같은 흡착제 기술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3월 카자흐스탄 국립대학인 파라비 대학교, 국영 우라늄 기업인 카자톰프롬의 연구소인 아이에이치티와 해수와 지하수 등에 녹아 있는 우라늄 자원화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카자톰프롬은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업체로 전 세계 우라늄 공급의 약 43%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국인 카자흐스탄 내 수자원의 활용 가능성이 확인되면 양국 간 기술협력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황 교수는 한수원 뿐만 아니라 해양수산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다 우라늄 추출은 산업부 뿐만 아니라 해수부가 함께 조인해서 정부 주도로 나서는 국책 과제가 돼야 한다”며 “미래 성장동력이 에너지에 달렸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시간을 다투어 투자해야 할 현안”고 강조했다. 

이어 “바닷물에서 우라늄을 추출하는 기술이 일취월장하고 있어 앞으로 50년 내로 육지에서 추출하는 기술력과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며 “기술력을 확보해 상용화가 되면 우라늄 가격 상승을 상쇄할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⑥편에서 계속 됩니다]

<황일순 박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 학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 석사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 석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핵재료공학 박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재료공학과 연구 교수
△기초전력연구원 원전성능관리연구센터 설립
△미국 에너지성 유카산 고준위처분장기술개발 국제전문위원
△원자력정상회의(SHAPE-2010) 공동조직위원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원자핵공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
△한국핵정책학회 부설 핵안보연구소 소장
△울산과학기술원 석좌교수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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