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재처리 일본 수준” 언급하자
극우 평론가 핵무장론으로 논란 확산
신뢰 가능한 동맹 복원 물거품 우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한·일 정상회담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한·일 정상회담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가 추진하는 ‘동맹 현대화’가 시작도 하기 전에 신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본래 미국이 원하는 것은 글로벌 연결성을 강화한 신뢰할 만한 관계 복원인데, 한국 내부에서는 동맹 개념을 약화시키는 담론이 좌우 진영에서 동시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미국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을 일본 수준으로 확대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공개 발언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재처리 권한을 갖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메시지의 확산 양상이다. 위 실장의 주장을 근거로 극우 성향 정치 평론가가 “한국이 핵재처리를 통해 핵탄두 40개를 만들 수 있다”고 언급해 일을 키웠다. 이날 유재일 씨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잠재적 핵무장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대선 과정에서 거론했던 사안”이라며 플루토늄을 재처리해 핵무장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한미 동맹 현대화 논의가 진행되는 민감한 시점에 미국의 비확산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메시지가 등장하면서 워싱턴의 불신을 키워, 대통령실 전략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은 원자력협정 개정의 전제 조건으로 ‘신뢰할 수 있는 동맹(return to our reliable allies)’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책 방향 역시 재처리 기준 완화가 아니라, 해외 공동 연구와 투자·개발을 통해 원자력 안전과 안보(Nuclear Safety and Security)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극우 성향의 핵무장 발언은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 아니라 언제든 규범을 위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국으로 비치게 할 수 있다.

또한 향후 협상 지형을 한국에 불리하게 바꾸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동맹 현대화의 본래 취지는 사이버·우주·AI 협력을 확대해 북한 억지력을 보강하고 인도·태평양 기여를 넓히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한국 내 자주국방 정치 담론은 이를 ‘핵 주권’과 ‘주한미군 철수’로 연결하며 왜곡된 해석으로 치우치고 있다.

국내 좌우 극단 세력의 상반된 주장은 겉으로는 달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동맹의 안정성을 약화시키는 데 수렴한다는 점에서 워싱턴의 경계심을 자극한다. 좌파는 ‘탈미·주한미군 철수’를 명분으로, 조갑제씨 등 극우는 ‘자체 군사력 강화’를 내세우지만 공통적으로 동맹 중심 체계를 흔드는 결과를 낳는다.

반면 트럼프 2기에 부상한 ‘동맹 현대화’는 “한반도와 그 너머에서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합 태세를 적응시키고 상호운용성을 심화하며 전 영역(육·해·공·사이버 등)에 걸쳐 협력을 확대한다”는 개념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대중국 억제에 한국이 기여하는 방안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한반도 방어의 중심성을 재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 본격화하는 재처리를 통한 ‘핵 주권’ 프레임은 한미 관계를 불필요한 논란의 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여성경제신문에 "윤석열 정부 당시 일각의 핵무장 발언을 빌미로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해 수출 통제를 시도한 논란이 반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 원자력협정이 불신의 희생양으로 전락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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