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앞서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암호화폐 시장이 은행망을 대체하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되며 글로벌 주요국이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거래의 급증으로 외환당국의 통제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정의 명확화, 거래 내역 보고 의무화, 이용자 보호 규제 마련 등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동시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디지털 자산 생태계 활성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8일 국제금융센터는 서울 중구 YWCA 대강당에서 '가상화폐, 금융의 新 패러다임 전환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 발전방향과 관련 주요 이슈를 집중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는 김갑래 자본연구원 박사,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 김상래 경희대학교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김갑래 자본연구원 박사는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제2 단계 암호화폐 입법'에서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전 등록 및 거래 내역 보고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등 외국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중개하는 암호화폐 사업자에 대한 진입을 규제하고, 자산보전 및 상환 등 이용자 보호 의무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암호화폐가 더 이상 금융의 대체제가 아닌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와 팬데믹 이후 과잉 유동성으로 명목화폐의 구매력이 약화하면서, 달러 중심의 기존 금융 질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러시아의 외환보유고 동결 사례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는 달러 환류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드러냈다"며 "이 같은 환경에서 금과 함께 비트코인 등이 새로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 연구원은 "암호화폐는 이제 투기를 넘어 새로운 금융질서의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 등을 통해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에 편입하며 패권 유지를 시도 중"이라고 부연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김상래 경희대학교 교수는 "최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비중이 하루 거래의 20% 이상으로 급등했다"며 "이에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통한 비공식적인 외환 흐름에 대한 외환 당국의 통제력이 약화하고 자본 유출입 관리에서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국내 디지털자산 기반 핀테크 생태계를 활성화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한국 국채를 담보로 활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국채 가격이나 시장금리 변동성 확대 등 리스크에 대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여성경제신문 서은정 기자 sej@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