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시장 선점' 강조하며 제도화 추진
한은은 통화정책 영향 우려, 입법 참여 주목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상자산과 디지털 금융을 둘러싼 정책 방향이 대선 정국의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필요성을 두고 산업 육성 기조와 통화 주권 우려가 맞서면서 제도 설계의 주도권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1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관련 논의는 정책 추진을 둘러싼 정치권과 통화당국 간 입장 차이를 중심으로 빠르게 구체화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나 자산에 연동돼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현재 주요국 중앙은행과 민간 기업들이 관련 시장을 선점하려는 흐름을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8일 경제 유튜브 채널과의 대담에서 “미국은 달러 표시 국채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으로 가상자산 시장을 점령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가상자산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지도 않고 적대시하는 현실이 있는데 빨리 이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만들어놔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도 관련 내용이 논의됐다. 지난 9일 부산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디지털금융 초강국을 위한 국가전략’ 세미나에서 이언주 최고위원은 "미래경제성장전략위에서는 작년부터 가상자산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며 "가상자산 시장이 성장곡선에 있을 때 올라타야 한다. 제도적 입법 틀을 마련해 제도권 안에서 제대로 활성화되도록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상임부회장은 발제에서 작년 상반기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일평균 6조원, 시가총액은 55조3000억원, 이용자 수는 778만명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또 외국인 시장 참여 제한, 블록체인 인프라 미비 등의 제도적 한계를 지적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관련 규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교수는 토큰증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오는 2030년에는 관련 자산이 글로벌 GDP의 1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조각 투자 기반 토큰증권 시가총액도 같은 해 367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실물자산과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자산이 토큰화돼 거래되는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지급결제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며 인가 단계부터 실질적인 개입 권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USDT(테더) 등은 이미 해외 송금과 결제 수단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지만,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현행법상 국내에서 발행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고경철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지난 9일 한은 별관에서 열린 한국금융법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동향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고 팀장은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 금융 안정, 지급결제 등 중앙은행의 정책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발행자 진입 규제와 관련해 인가 단계에서 중앙은행에 실질적인 법적 권한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앙은행이 인가 단계에 실질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중앙은행 정책 수행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법제화 설계부터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디지털 지급결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한은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이를 기반으로 한 예금 토큰, 스테이블코인을 모두 아우르는 미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지급결제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지급 수단적 특성을 내재한 만큼 광범위하게 발행·유통돼 법정통화를 대체하는 지급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통화정책, 금융 안정, 지급결제 등 중앙은행 정책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어 별도 규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가상자산위원회 등 향후 진행될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해 중앙은행 관점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방향에 의견을 제시하는 등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바람직한 지급결제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시 이병목 한은 금융결제국장은 기자 설명회에서 "외부 충격으로 스테이블코인 가치가 법정화폐 가치에 정확히 1 대 1로 연동되지 않고 가치가 축소될 경우 상환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 경우 발행 기관은 예금을 대거 인출해서 대응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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