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폐기하고 신규 원전 검토
민주당도 최근 변화 기류 감지
대선주자 정착 공약에 변화 주나

최근 스위스와 이탈리아 등이 탈원전 종료를 선언한 데 이어 벨기에가 ‘탈원전 계획법’을 22년 만에 없앴다. 북유럽의 ‘풍력 강국’ 덴마크도 탈원전 선언 40년 만에 SMR(소형모듈원전) 도입 검토에 나섰다.
인공지능(AI) 확산과 전기차 보급 등에 따라 2050년 전력 수요가 지금의 2배 수준으로 폭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안정적이고 값싼 에너지원인 원전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탈원전에 앞장서며 재생에너지를 늘려온 나라들이 앞다퉈 “원전이 가장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이라며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대선 후보 공약은 물론 정부와 정당의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 외신에 따르면 벨기에 의회는 올해 말까지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하도록 한 ‘탈원전 계획법’을 지난 15일 폐기하기로 의결했다.
2003년에 제정한 이 법안에 따르면 벨기에에 있는 원전은 모두 올해 말까지 문을 닫아야 했지만 방향을 선회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대정전 사태까지 발생하자 법을 폐기하며 탈원전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이번 의회 결정에 대해 마티유 비헤트 벨기에 에너지부 장관은 “연방 의회는 현실적이고 탄력적인 에너지 모델의 길을 열기 위한 페이지를 막 넘겼다”고 말했다.
덴마크도 SMR 도입을 검토하며 40년간 이어온 탈원전 정책을 손보기 시작했다. 덴마크는 1985년 탈원전을 선언하고 2006년에는 연구용 원자로마저 없앴다. 그사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전체 발전량의 90%까지 늘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에너지 수급 불안과 스페인 대정전이 가져온 공포에 위기감이 커지자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SMR 도입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라르스 오고르 덴마크 에너지·기후 장관은 현지 일간 폴리티켄과의 인터뷰에서 “SMR 기술이 덴마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블랙아웃(대정전)’ 사태를 겪은 스페인에서도 원전 폐쇄 방침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확대해 온 스페인은 2035년까지 자국 원전 7기를 모두 단계적으로 폐쇄할 방침이었다. 불규칙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때문에 정전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대두하면서 원전 폐쇄 계획이 재검토되는 것이다.
앞서 사라 아게센 스페인 친환경전환부 장관도 지난달 국제에너지기구(IEA)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업들이 요구한다면 2035년 이후에도 원전 가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탈원전을 고수했던 민주당도 이러한 국제 에너지 판도 속 에너지 정책 방향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 경제성장위원회는 지난 15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와 공동으로 ‘국민이 안심하는 원자력’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언주 최고위원은 “AI시대, 반도체 시대, 전기요금이 굉장히 중요한 시대에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의 에너지 경쟁력을 잘 유지하면서 안전성·수용성을 더 높여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SMR·MMR 등 현재 연구개발 중에 있는 많은 미래 에너지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앞서 나가서 세계 기술 경쟁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우리의 관심사”라고 했다.
문주현 단국대 교수는 “우리나라도 에너지믹스(전원 구성)를 다변화하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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