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헤 독일 경제에너지장관
“탈원전 이미 완료” 재검토 배제
원전 대신 가스화력 발전 추진
이달 취임한 메르츠와 엇박자?

이달 초 취임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검토하겠다고 공약한 데 대해 독일 경제장관들이 “(원전을 강화한 프랑스와) 다른 길 갈 것”이라며 엇박자를 내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탈원전을 결정하고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독일은 가스화력발전을 택소노미에 끼워 넣었고 그 뒤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최근 독일 정부의 행보는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독일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23일 소식통에 따르면 카테리나 라이헤 독일 경제에너지장관은 2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경제장관회의에서 “회원국 각자의 에너지 믹스를 존중한다”면서도 “우리는 프랑스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기술에 개방적이어야 하며 미래에도 이를 옹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을 강화하는 프랑스의 에너지 정책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들은 원전 중심 정책을 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총선 기간 탈원전 정책 폐기를 검토하겠다고 공약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와의 입장과는 엇박자를 내는 내용이다. 독일 정부 내 에너지 정책 방향이 하나로 모이지 않았거나 혼선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메르츠는 메르켈의 탈원전 구상과 숄츠의 탈원전 이행을 꾸준히 비판했고 올해 총선을 앞두고도 탈원전 재검토를 공개적으로 밝혀온 만큼 취임 이후 독일의 에너지 위기 정상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됐다.
라이헤 장관도 과거 연방의원 시절 원전 추가 건설을 주장한 인물이었지만 취임 직후 20GW(기가와트)급 가스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탈원전은 이미 완료됐다”며 원전 재검토는 배제했다. 카르스텐 슈나이더 환경장관도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확고하게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장관의 탈원전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은 탈원전 후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EU가 채택한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포함되자 당시 독일은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자 이미 탈원전을 결정하고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독일이 가스화력발전도 끼워 넣었다는 게 정설이다.
즉 독일 정부가 최근 프랑스의 원자력 중심 정책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원전 세계 최강 프랑스와 천연가스 기반의 독일이 샅바 싸움 끝에 원전과 천연가스를 교차 승인한 것에 불과하다. 다시 원전 중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최근 인접 국가들의 원전 건설 계획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환경부는 벨기에의 원전 유턴 결정에 대해 “국가 에너지 믹스에 대한 자율적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유감이라고 밝혔다. 벨기에와 국경을 맞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벨기에 원전 안전 문제를 연방정부와 논의하기로 했다.
독일은 현재 전기요금이 치솟는 데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동력 가동시 전력공급이 절실한 상황에서 화석연료인 가스화력 이외 대안이 부재한 상황이다.
노동석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은 여성경제신문에 “독일 경제 위기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원인”이라며 “탈원전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 독일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경제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은 2023년 4월 탈원전을 완료했지만 러-우 전쟁의 발발로 저렴한 천연가스 수입도 어려워지면서 전기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고 독일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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