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제21대 대선 젠더 정책과제 발표
김문수·이재명·한덕수 구체적 여성 공약 無
"여성 생명·안전 무대응, 국민 대우 안 하는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성단체들은 대선 후보들을 향해 25개 젠더 정책과제를 제시하며 정치권에 성평등 공약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야 주요 후보들은 여성 관련 공약이나 정책을 사실상 내놓지 않고 있어 성평등 의제가 외면당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7개 여성단체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 민주주의 개혁을 위한 제21대 대선 젠더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이들은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정권의 퇴행 이후 열리는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와 성평등을 함께 복원해야 할 전환점"이라며 "정치권이 성평등을 국정의 핵심 가치로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여성단체가 제시한 과제는 총 25개다. △국가 성평등 체계 강화 △돌봄·노동·주거 등 삶의 기반 보장 △젠더폭력 근절과 권리 보호 △성평등 교육과 미디어 정책 △소수자 권리 보장 △성평등 외교·평화 정책 등 여섯 영역으로 나눠 구체화했다. 핵심 과제로는 여성가족부 강화,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비동의강간죄 도입(형법 297조 개정),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돌봄기본법 제정, 성별 균형 내각 구성 등이 포함됐다. 장애여성지원법 제정, 여성농민 법적 지위 보장,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 디지털 성폭력 처벌 강화 등 세부 과제들도 함께 제안됐다.

하지만 대선을 약 한 달 앞둔 현재까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등 주요 후보 모두 여성 정책 관련 구체적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여성단체들은 "성평등은 민주주의의 핵심이며 제21대 대통령은 이를 실현할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왼쪽)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왼쪽)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성평등 의제를 꺼내면 젠더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로 주요 후보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젊은 여성들의 정치적 효능감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특히 이번 탄핵 정국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행동한 여성들의 역할을 정치권이 외면하는 모습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에선) 통합 정치와 청년 정책을 이야기하지만 한국은 아직 성평등 사회가 아니다"라며 "젠더 격차를 줄이는 노력은 사회 통합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핵심 요소다. 각 캠프에서 그리고 당선인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것에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여성가족부 존폐, 성폭력 대응, 젠더폭력 예방 등을 중심으로 주요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재명 후보는 스토킹·데이트폭력·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응 강화, 군 내 성폭력 예방 조직 설치, 여성 건강권 보장 등의 공약을 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으며 무고죄 처벌 강화, 디지털 성범죄 대응 등을 말했다. 심상정 전 정의당 의원은 비동의강간죄 도입과 권력형 성범죄 무관용 원칙 등을 포함해 강력한 성평등 정책을 발표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역시 스토킹범죄 반의사불벌죄 삭제, 디지털 성착취 대응 등을 강조했다.

허민숙 조사관은 여성경제신문에 "(지난 대선에서 나온 공약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친밀한 파트너의 의해 사망한 여성만 지난해 비공식 통계로 181명에 이른다. 이 문제에 분노감이 드는게 사실"이라며 "여성의 생명과 안전 문제는 가장 시급한 재정비 과제다. 정치권에서 이에 대해 재정비하고 엄중하게 대처하겠다라는 정도의 공약은 나와야 여성이 국민으로서 대우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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