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심인 정부 여성 지원 제도
미혼 여성 1인 가구로 간접 포함
"정책 분리 어렵지만 안전 강화 고려해야"

정부의 여성 정책이 '엄마', '아내' 등 가정을 이룬 여성만을 중심으로 설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혼하지 않았거나 자녀가 없는 여성은 실질적인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와 기업이 여성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인 복지 제도는 가족을 구성한 여성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결혼과 출산 여부에 따라 여성의 정책 접근성과 수혜 범위가 달라진다.
여성 일자리 정책은 대표적으로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 지원에 집중돼 있다. 정부는 최근 '제4차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 단절 예방 기본계획(2025~2029)'을 통해 청년, 중장년, 고령 여성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세부 정책은 여전히 결혼·출산·육아 경험이 있는 여성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주거 정책은 신혼부부 특별공급, 다자녀 가구 우선 공급, 육아 부담 완화형 공공임대 등 결혼과 자녀 유무를 핵심 요건으로 한다. 일정 연령 이상의 미혼 여성은 소득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현재 정책은) 미혼 여성을 별도로 특정하기보다는 정책 설계상 1인 가구 안에 포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예를 들어 주거지원은 1인 가구가 대상이므로 그 안에 미혼 여성이 포함된다. 여기서 특화한다면 여성 안심 주거 지구 등을 언급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허 조사관에 따르면 고용 측면에서도 미혼 여성은 일반적으로 경력 단절 여성에 해당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의 일자리에 많이 진입하기 때문에 통계상 초기 고용률은 높게 나타난다. 이에 따라 미혼 여성이 고용 정책에서 별도 대상군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출산과 양육을 기반으로 한 육아휴직 제도도 여성정책으로 간주하기도 하지만 이는 남성에게도 지원되는 가족 정책이다. 허 조사관은 "육아휴직은 여성 정책이 아닌 가족 정책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남성의 사용률을 높이는 것이 오히려 성평등에 중요한 과제다"라고 했다.
여성가족부의 2025년 주요 정책 추진 계획에 따른 아이돌봄서비스, 경력 단절 예방, 가족친화기업 인증제, 한부모·다문화가정 지원, 양육비 선지급제 등 대부분이 가족 내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일부 생애주기별 지원 확대가 명시됐으나 구체적 제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부모가정, 미혼모 등 일부 취약가족에 대한 지원도 마련돼 있지만 이 역시 '엄마'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에 한정된다. 결혼하지 않았거나 자녀가 없는 미혼 여성은 경제적 위기나 주거, 돌봄 등 다양한 삶의 문제에서 실질적 제도 접근이 어렵다.
다만 전문가는 미혼 여성을 세부적으로 분리해 정책을 설계하는 방식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사회 정책에서 집단을 지나치게 잘게 나누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며 설계의 실효성과 수용성도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허민숙 조사관은 "여성 1인 가구는 안전·재생산권 등에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집단으로 볼 수는 있다"며 "혼인한 여성만이 재생산의 권리를 갖는 현재 구조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혼 여성은 폭력에 취약할 수 있으니 여성 1인 가구 대상 스마트 방범 시스템 설치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발적 비혼 여성의 삶도 정책 설계에서 고려될 수 있으나 이를 '미혼 여성만의 정책'으로 한정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허 조사관은 "자발적 비혼 여성의 자율적 가구 구성권, 더 나아가 생활 동반자 제도 등의 정책이 논의될 수 있다. 다만 이는 꼭 여성에 국한된 것이 아닌 남성도 포괄할 수 있다"며 "미혼 여성만을 위한 정책을 설계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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