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속되는 ‘슈퍼사이클’ 국면 진입 
美 중국 견제, IMO 규제에 빠르게 도래 
“LNG선 확대, 미 해군 함정 골든크로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야경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야경 /삼성중공업

30년마다 찾아오는 조선업 사이클이 최근 예상보다 빨리 도래한 데다 20년 이상 장기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카운트다운 20년. 조선업의 미래를 바꾸어놓을 골든크로스의 시기인 만큼 국내 조선사들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2일 한 조선 업황 전문가는 여성경제신문에 “이번 3차 사이클은 2037년을 넘어 2045년까지 20년간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빅사이클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제로탄소 연료를 필요한 만큼 만드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선업은 경기에 민감하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업종”이라며 “해운업이 1~2년마다 경기가 바뀌는 반면 조선은 그 경기와 무관한 장기전망 산업”이라고 부연했다. 

조선업이 3차 사이클 국면에 진입했다. 조선업 장기 사이클은 전 세계 선박 교체 주기에 따라 30년 주기로 찾아온다. 이를 고려하면 3차 사이클은 2037년께로 예상됐지만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온실가스를 대거 배출하는 노후 선박을 교체하도록 강하게 유도하면서 조기 도래한 것이다. 

1차 사이클은 2차 세계대전 이후 1963년부터 1973년까지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무역량은 전쟁 직후 바닥을 치고 빠르게 증가했지만 선박 공급이 이를 따라주지 못하며 선박 가격이 상승했다. 

2차 사이클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글로벌 물동량이 폭발했던 2002년부터 2007년까지였다. 당시 글로벌 조선사들은 급증하는 중국의 선박 발주 물량을 소화하며 초호황기를 누렸다. 

두 차례 사이클 모두 5년에서 10년간 지속되는데 불과했지만 이번 사이클은 20년간 지속되는 빅사이클 내지 슈퍼사이클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IMO가 천명한 ‘탄소 순배출 제로(0)’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기술력을 요하고 있어 선박 건조에 앞서 기술 확보에 투자되는 시간만 5~10년이 걸려서다. 

IMO가 이달 11일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조치에 따르면 2027년부터 국제 항로를 항해하는 5000t 이상의 선박은 강화한 온실가스 기준에 맞는 연료를 써야 한다. 이에 발맞춰 국내 조선 3사는 미래 기술 확보에 힘을 쓰고 있다. 산업의 다운사이클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각종 연구기관을 신설하고 투자금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함께 이어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해양 원자력 서밋’에서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설계 모델을 최초 공개하고 미국선급(ABS)으로부터 SMR 기술을 적용한 컨테이너선 설계에 대한 기본인증(AIP)을 획득했다.

박상민 HD한국조선해양 그린에너지연구랩 상무는 여성경제신문에 “HD한국조선해양은 원자력 추진선 상용화에 필요한 국제 규정 마련을 위해 주요 선급뿐만 아니라 국제 규제 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며 “육상용 SMR 원자로 제작 사업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해상 원자력 사업 모델 개발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친환경 스마트십 개발에 6000억원, 스마트 야드 구축에 3000억원을 투자하며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공동수조와 자율운항 시험선 ‘한비(HAN-V)’, 디지털 트윈 기반 원격관제 시스템 등 차별화된 기술 인프라를 구축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선박의 86%를 친환경 선박으로 채우며 환경 규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국내 대형 조선사 중 유일하게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등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 중이다.

거대한 사이클 초입에 들어선 지금이 국내 조선사들이 환경 규제를 도리어 게임체인저로 삼아 천혜의 기회를 얻을 골든타임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미 정부의 중국 조선업 견제도 슈퍼사이클의 장기화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미 정부가 중국 조선소를 경제하기 위해 수입 관세를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발주 취소 후 한국 발주로 전환되는 계약 사례가 나오고 있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이번 3차 슈퍼사이클에 LNG선 수요 확대, 미 해군 함정 건조 등 호재가 맞물리는 골든크로스가 일어나면서 조선업계가 초호황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해군력 강화 움직임은 국내 조선사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국회는 2025년 2월 동맹국에 미 해군 함정 건조를 허용하는 해안경비대 준비 보장법, 해군 준비 보장법 등을 발의했다.  

이에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말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 인수 절차를 마쳤다. HD현대중공업도 미국 군함 전문 조선사 헌팅턴잉걸스와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함 등 특수선 특수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여성경제신문에 “국내 조선업은 경기침체 우려와 불확실한 매크로 환경 속에서도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3차 슈퍼사이클이 평균 30년 이상 주기보다 빠르게 도래할 것”이라며 내다봤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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