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철수, 탈탄소화 협상 추진력엔 부정적
친환경 선박 전환 대세 바꿀 정도는 아냐  
IMO-MRO 사이 정책 운용의 묘 발휘해야

선박 건조 중인 드라이 도크 /해양수산부
선박 건조 중인 드라이 도크 /해양수산부

미국이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운 탈탄소화 협상에서의 전격 철수를 발표하며 국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해운·조선업계는 IMO와 미국 사이에서 친환경 기술 개발 속도를 놓고 눈치게임을 벌이며 브릿지 연료인 LNG 추진선 건조 비중을 높여 리스크를 줄일 전망이다.  

한국은 잠재적으로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글로벌 친환경 선박 건조에 대한 노력을 쉬지 않고 병행함으로써 글로벌 해운 시장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8일 해운 전문가들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미국이 IMO의 해운 탈탄소화 협상에서 철수한 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의 방향성과 속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IMO는 유럽이 주도하고 미국이 지원하며 이끌고 있었는데 미국이 빠지면서 유럽만 남게 된 양상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해운 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많은 해운 기업들이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의 리더십이 부재하게 되면 친환경 해운 규제와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했던 정치적 압박이나 지원이 감수할 수 있다. 

게다가 현재 IMO 회원국은 총 179개인데 개발도상국이 다수 포함됐다.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이 주도하는 탄소세가 ‘사다리 걷어차기(성공한 사람이 다른 사람은 성공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는 형국이라 해운 탈탄소화 협상은 추진 동력이 더 약해질 전망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친환경 기술 도입에 소극적일 경우 해당 시장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새로운 기술 도입이 더디게 될 수 있다”며 “미국 대형 해운사와 조선소가 친환경 선박 발주를 줄이게 되면 글로벌 조선업체들이 이에 맞춰 생산량을 조정할 수밖에 없어 전체적인 기술 개발과 혁신이 저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선사들이 IMO와 미국 사이에서 친환경 기술 개발 속도 조절을 놓고 눈치게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 화석 연료에서 완전한 친환경 연료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브릿지 역할이 가능한 LNG 추진선 건조 비중을 높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 17일 관세청이 발표한 ‘2025년 3월 울산지역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LNG선 수출이 무려 214.7%(14억5700만 달러)나 껑충 뛰면서 석유·화학·자동차 품목의 마이너스 수출액을 만회하며 수출액 상승세를 이끌었다.

다만 LNG를 연료로 쓸 경우 매연(유황)은 1/100 수준으로 적게 나오지만 메탄 등의 온실가스가 상당량 배출된다. LNG 선박이 유류를 사용하는 선박보다는 낫다는 것이지 완전한 친환경선은 아니라고 조선사들은 설명한다. 

미국의 입장 변화라는 돌발 변수가 나타났지만 해운 탈탄소화라는 방향성 자체가 바뀌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 한국이 차세대 친환경 선박 개발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온다. 트럼프 영향으로 친환경 전환 속도가 느려진 것뿐이지 대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해운 탄소세 금액이 확정되면 전 세계가 특정 산업 분야에 탄소세를 매기는 첫 사례가 된다. 세계은행은 해운 탄소세를 t당 100달러로 책정할 경우, 2025년부터 2050년까지 해운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최대 600억 달러(약 87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강화되는 해운·조선업계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암모니아·수소 운반선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 개발에 나서야 한다”며 “기술 개발과 선제적 투자를 바탕으로 중국의 유례없는 시장 지배력 확대에 대응하여 국내 조선업계의 초격자 경쟁력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경우 미국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적절하게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국내 조선업계는 현재 트럼프의 협력 요청에 부응하여 MRO 사업 진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함정 MRO를 통해 미국과의 신뢰를 구축해 향후 10년간 약 108조원까지 커질 함정 신조 시장에 수월하게 진입하겠다는 복안이다. 

유럽의 IMO 대세를 거스르지 않고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도 국제 정세를 살피며 미국 MRO 사업에 대한 끈을 놓지 않는 정책 운용의 묘(줄타기)를 발휘해야 하는 과제가 차기 정부에게 넘겨졌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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