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마다 병원 가던 치매 치료, 집에서 15초 만에
레켐비 피하 자가주사로 치료 방식 전환 추진
진단 검사·고가 약값 등 과제 여전히 남아있어

“치매약 맞으러 병원 가는 날이면 어머니는 아침부터 초조해 하셨어요. 대중교통을 두 번 갈아타고 도착한 병원에서는 한 시간 가까이 정맥 주사를 맞아야 했죠. 그날은 늘 지치고 기운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 펜 하나만 있으면 집에서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의 가정용 버전 출시를 예고했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투여할 수 있는 주사제 형태다. 이르면 2025년부터 미국 시장에 먼저 선보이고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 진행 억제 치료제다. 바이오젠과 공동 개발한 레켐비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해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입증됐다. 기존에는 2주마다 병원을 방문해 약 1시간 동안 정맥 주사를 맞아야 했지만, 에자이는 ‘치료의 번거로움’을 해결하겠다며 일명 가정형 피하주사제 개발에 힘을 쏟았다.
에자이는 새로운 피하 주사형 제형을 개발 중이다. 펜형 자동 주사기를 통해 15초 안에 피하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다. 병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제형은 주 1회 자가 투여가 가능한 방식이다. 에자이는 현재 미국 FDA로부터 생물의약품 허가 신청(BLA) 접수를 완료했다. FDA는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에 따라 오는 8월 31일까지 심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에자이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18개월 IV 치료 이후 주 1회 유지요법으로써의 레켐비 오토인젝터 자가투여 주사제(subcutaneous autoinjector)에 대한 허가 심사가 미국 FDA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레켐비 오토인젝터 자가투여주사제가 승인될 경우 환자들은 기존의 정맥 주사보다 용이하게 환자 스스로 또는 간호인을 통해 자택이나 의료기관에서 보다 짧은 시간 내 레켐비를 통한 치료효과를 유지할 수 있어 레켐비 주사제의 투여 편의성 향상이 기대된다"고 했다.
레켐비 임상 자료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지속적으로 치료하면 뇌에서 플라크가 제거된 이후에도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 레켐비는 임상 결과에서 증상 악화를 27%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 우려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전문가들은 “ARIA는 이 계열 치료제의 공통된 부작용이므로 사전에 충분한 설명과 안전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ARIA(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는 항-아밀로이드 약물을 복용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차이로, 부작용의 일종으로 알려졌다.
ARIA의 증상은 두통, 구토, 구역감 등의 비특이적인 신경학적 증상과 혼란, 시각적 또는 보행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에자이 관계자는 부작용 우려와 관련 여성경제신문에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대한치매학회 차원에서 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실사용 데이터(Real world data)를 수집하는 레지스트리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안정성 관련 데이터의 수집 및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한국인 환자분들이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힘쓸 예정"이라고 했다.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경제적 장벽도 넘어야 한다. 레켐비의 연간 약가(보험 미적용 기준)는 약 2만6500달러(한화 약 3600만원). 미국에서는 메디케어(Medicare)가 커버를 시작했지만, 환자 본인 부담금은 여전히 존재한다.
피하 주사제의 경우 Medicare Part D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 주입 센터가 아닌 집에서 자가 투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Part D 적용 시 본인부담금이 낮아질 수 있지만, 보험 범위와 금액은 여전히 환자 상황에 따라 다르다.
에자이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한국에자이는 레켐비의 급여 신청을 위해 노력 중에 있다"고 했다. 이어 "피하주사제형은 IV 제형보다 IRR 부작용(주입관련이상반응)의 발생이 낮으며 자가투여가 자택에서 가능하다"면서 "현재 2주에 1회 정맥주사 대비 환자의 치료 접근성 및 투여 편의성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에서 피하주사제가 승인된다면 한국에도 동일 제형이 빠르게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