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자이·바이오젠 ‘레켐비오토인젝터’로 주 1회 투여
일라이릴리 ‘렘터네터그’ 피하 주사 제형으로 '맞불'
치매 치료제 시장, 효과 경쟁에서 ‘편의성 전쟁’으로

미국 일라이 릴리가 내놓은 '도나네맙(키썬라·왼쪽)'과, 미국 바이오젠·일본 에자이가 내놓은 '레켐비(오른쪽)'. /일라이 릴리, 에자이
미국 일라이 릴리가 내놓은 '도나네맙(키썬라·왼쪽)'과, 미국 바이오젠·일본 에자이가 내놓은 '레켐비(오른쪽)'. /일라이 릴리, 에자이

최근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받는 70대 A씨는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자가 투여가 가능한 신약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정맥주사(IV) 방식으로 병원을 찾아 투여받아야 했다. 앞으로는 간단한 주사기를 이용해 집에서도 스스로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변화의 중심에는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켐비’와 일라이릴리의 ‘렘터네터그’가 있다. 두 기업은 알츠하이머병 치료 효과를 높이면서도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자가 투여’ 방식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존의 정맥주사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혁신적인 치료 방식이 치매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관심이 쏠린다.

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의 피하주사형 ‘레켐비 오토인젝터’의 미국 FDA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서(BLA)를 승인받았다. 오는 8월 31일까지 최종 허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현재 레켐비는 정맥주사(IV) 방식으로 월 1회 투여할 수 있는 제형이 승인된 상태다. 이번 오토인젝터가 승인되면 환자가 직접 주 1회 피하주사로 자가 투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15초 이내로 주입이 끝나는 간편한 방식이기 때문에 기존의 병원 방문 필요성을 줄이고 주입 관련 부작용(IRR)까지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해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는 치료제다. 임상 3상(Clarity AD 연구)에서는 위약군 대비 질병 진행 속도를 27% 늦추는 효과를 입증했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피하주사 제형이 미국에서 승인되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라이릴리는 자사 알츠하이머 신약 ‘키순라(성분 도나네맙)’의 후속 치료제로 ‘렘터네터그(LY3372993)’를 개발 중이다. 최근 미국, 유럽, 한국을 포함한 다국가 임상 3상을 시작했다. 총 1200명의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렘터네터그는 키순라와 마찬가지로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치료제다. 하지만 기존보다 질병 진행 지연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자가 투여가 가능한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전 임상에서 2800mg 최대 용량 투여 시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에 성공했다. 일부 환자에서 뇌부종(ARIA-E) 및 뇌출혈(ARIA-H)이 관찰되긴 했지만 명확한 용량 상관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릴리는 해당 연구를 2030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에서 자가 투여 가능 여부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는 정맥주사 방식으로 병원을 방문해 투여해야 했지만 피하주사 제형이 도입되면 환자가 집에서 직접 투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레켐비 오토인젝터를 통한 주 1회 자가 투여 전략을, 릴리는 렘터네터그를 통해 피하주사 시장을 겨냥하며 치료 편의성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자가 투여 방식이 상용화될 경우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며 "현재 치료제 개발 경쟁은 단순한 효과 차이를 넘어 투여 편의성 확보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에자이와 릴리뿐만 아니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애브비, 한국BMS제약, 아리바이오, 큐라클 등도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히 아리바이오의 경구용 치료제 개발은 기존 주사제 중심의 시장에서 차별화된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다. 큐라클은 차세대 혈관내피기능장애 차단제 개발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대체·보완 옵션을 모색 중이다.

과거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근본적인 치료보다는 증상 완화 중심이었지만, 레켐비와 키순라 등의 신약 등장으로 병의 진행 자체를 늦출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현재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한 신약들이 빠르게 출시되면서 향후 타우 단백질, 신경 염증 등을 타깃하는 신약까지 개발될 경우 치매 정복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자가 투여 가능한 신약이 상용화될 경우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이 기존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2032년 시장 규모는 약 16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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