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에자이 의학부 김민영 부서장
100대 워킹맘 선정, "일을 즐겨라"
업무 분장 통해 육아·일 사수해야
일에서 자유를 얻을 때 행복해져

아이 둘을 낳고 육아 휴직까지 썼는데 그는 오히려 더 승승장구했다. 차장 직급 시절 갓 21개월 된 아이를 집에 두고 나와 일에 매진했고 육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심지어 미팅 많기로 소문난 마케팅팀에서 그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스스로 되뇌며 버텨냈다. 무엇보다 일이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일에 미쳤고 결국 프로가 됐다.
일본의 제약사 에자이 한국지사 의학부에 근무하는 김민영 부서장 이야기다. 능력 위주 인재를 중시하는 제약사 마케팅팀에서 버텨내 GWP 코리아가 주관하는 자랑스러운 워킹맘 100인에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GWP 코리아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등을 뽑는 미국의 GPTW 연구소 한국지사다.
김 부서장은 일과 육아를 동시에 잡는 게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일에 대한 만족도가 컸다"고 했다. 특히 그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문구가 날 버티게 만들어줬다"고 회상했다. 부장 자리에 오른 그녀가 지친 후배를 볼 때도 항상 이 문구를 추천해준다고 한다. 여성경제신문이 자랑스러운 워킹맘, 김민영 부장을 만났다.
ㅡ소개 부탁한다.
"한국 에자이 의학부에서 근무하는 김민영이라고 한다. 2006년에 제약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숙명여대 약대를 나와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에서 일하다가 2009년, 빠른 결정과 능력 위주 인재를 중시하는 에자이에 끌려 합류했다. 항암제 관련 마케팅 업무를 오래 했다. 지금은 부서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ㅡ두 아이 엄마로서 제약사 마케팅팀에서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 같다.
"에자이에서 근무할 때 첫째 아이가 태어났다. 하지만 일을 너무 사랑해서 커리어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마케팅팀 특성상 미팅과 행사가 많았고 일이 늦게 끝나는 게 다반사였다. 그럴 때마다 아이를 봐준 친정 어머니에게 가장 미안했다. 해외 출장도 잦았다. 이럴 땐 시어머님이 맡아주셨는데, 항상 죄송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서 훗날 나를 기억할 때 '우리 엄마는 일도 열심히 했구나'라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었다. 아이에게만 매진하는 것보다 내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이 어찌 보면 아이 교육에서도,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중요한 부모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ㅡ아이 낳기 전 신입 시절, 여성으로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을 것 같다.
"에자이 입사 전 GSK라는 제약사에서 인턴을 경험했다. 당시 사수 선배가 마케팅 PM(프로젝트 매니저)이었다. 아마 그분은 나를 기억하지 못할 것 같다. 2~3개월만 함께 일했기 때문이다. 선배도 여자였고 약사 출신이었다. 그런데도 마케팅팀에서 잘 살아남았다. 그런 그가 나에게 해준 말이 있다. "서른이 되기 전까지는 못하는 걸 채우려고 노력하고, 그 이후에는 잘하는 걸 해야 한다."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 내가 부족한 부분을 다 채워보란 의미였다. 부족한 걸 채우다 보면 내가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게 되고 서른이 넘어갔을 땐 잘하는 걸 이어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나는 발표나 영업 전략 수립에 흥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미가 있다 보니 일에 빠지게 됐고 자연스럽게 '잘'하게 된 것 같다.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미가 있으면 미치게 되고 미치면 프로가 된다."
ㅡ워킹맘은 처음일 텐데, 첫 워킹맘 경험 어땠는지
"굉장히 힘들었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한다는 것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런데 방법이 있다. 동료 직원들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업무 배분을 하면 된다. 내가 힘들면 힘들다고 소리쳐야 한다. 아이에게 일이 생기면 연차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된다. 업무 분장이 가장 중요하다. 눈치 보다 참으면 곪아서 병 난다.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도움을 요청할 건 깔끔하게 요청하고 내가 시간이 생기면 집중해서 업무를 끝내는 패턴을 잘 유지해야 한다. 요즘 독박육아란 단어도 들어봤다. 일하지 않는 경우에 혼자서 아이를 떠안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스트레스는 표현하지 않는다 해도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이럴 땐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남편과 솔직하게 고민 상담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참으면 병난다."

ㅡ자녀에게 어떤 엄마로 기억되고 싶은지
"나의 친어머니는 나를 키우느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셨다. 훗날 내가 일을 시작하니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나처럼 일에 대한 열정이 컸을 텐데 커리어를 포기하고 나에게 전념했다. 차라리 그때 회사에 다니셨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내 아이들은 훗날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줬으면 한다. 그들의 인생보다 내 커리어를 생각한 게 아닌, 그들이 후회하지 않게 오히려 자랑스럽게 만들어주기 위해 엄마가 일을 계속했다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ㅡ은퇴 계획이 있는지? 제2의 삶 대비하고 있는지
"은퇴하고 싶지 않다.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다면 어느 약국이든 가서 약사 일을 하고 싶다. 그런데 사람의 활동적인 기간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다고 본다. 그런 기간이 끝나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봉사도 좋다. 은퇴한다고 하더라도 저는 무언가 좀 데일리 라이프가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
ㅡ이 글을 보고 있을 또 다른 워킹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본인의 경제적 자립을 목표로 업무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돈 문제가 아니더라도 내가 이 일을 선택했을 때, 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한다. 일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일이 고통스러우면 일로부터 묶여있는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이보다 고통스러울 순 없다. 또 일에 너무 매몰될 필요도 없다. 다만 내 일을 즐기고 잘 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