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준 산업·미래세대 강조한 韓
금감원 동원 이복현 한화 유증 제동
"국무위원이 아니라 절박하겠지만···"
정부 기조 어긋난 단독 행동에 혼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 시한인 5일이 임박한 가운데 "앞으로 내가 내리는 모든 판단의 기준은 대한민국 산업과 미래세대의 이익에 두겠다"고 강조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발언이 조명되고 있다. 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공개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면서 '정치적 행보' 논란에 휩싸였다.
30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원장은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유상증자 관련 공시 정정을 요구했다. 자회사 지분 확대 및 수직계열화 추진은 경영판단의 영역이지만 이 원장은 "주주 설득이 부족했다"는 이유를 들어 사전 절차를 문제 삼았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조치가 단순한 공시 시정 수준을 넘어 '정치적 시위'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원장은 앞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달하며 F4회의(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에도 불참했다. 금융감독원장이 이례적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정치적 판단에 반대 신호를 보낸 것에 대해 금융권에선 "국무위원이 아니라서 이 원장이 더 절박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무위원이 아닌 이 원장은 사실상 제도 밖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해야 하는 처지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반대 발언에 이어 유증 제동까지 감행한 것은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실질적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정치적 실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이 원장은 이번 주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채널 '삼프로 TV' 방송 출연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내부에서도 이 원장의 단독 행동은 혼선을 낳고 있다. 상법 개정안의 소관 부처는 법무부이고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산하다. 정부는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우선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으며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자본시장법 개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법무부 역시 "미국도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는 극히 예외적 상황에만 인정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 원장은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제동은 방산·항공우주 분야의 대규모 투자 계획에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점에서 행동주의 논리가 실제 산업 확장 전략에 제약을 가한 첫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특히 해당 유상증자가 경영 판단원칙에 입각한 것이어서 금융당국의 제제 움직임은 기업별 경영 전략 수립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이런 가운데 한 대행은 지난 27일 경제6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직접 재계의 우려를 청취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은 "불확실성을 키워 투자를 위축시킨다"며 거부권을 요청했다. 한 대행은 구체적인 발언은 삼갔지만 "기업 최우선 보호" "안정적 경영활동" 등을 언급하며 재계 입장에 공감하는 기조를 보였다.
정치권은 한 대행이 지난 24일 대국민 담화에서 "남은 임기 동안 판단 기준은 대한민국 산업과 미래세대의 이익에 두겠다"고 언급한 것을 사실상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예고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한 대행은 산업과 국가적 리스크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반면 이 원장은 행동주의 펀드 프레임에 갇혔다"며 "금감원장이 제도로 입법된 내용도 아닌 금감원 권한을 동원해 거부권을 막으려 한 전례는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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