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기존 후보론 이재명 상대 역부족
찬탄·반탄 양쪽으로부터 거부감 적어
韓 "출마 전혀 생각한 적 없다" 선 그어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른바 '한덕수 대안론'이 나오는 이유는 국민의힘 내부가 탄핵 찬성과 반대로 극명하게 갈라져 어느 한 쪽으로 단일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된 마당에 국민의힘 내부까지 분열된다면 대선은 해보나마나일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한덕수 대행은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만류하며 계엄을 반대했다. 그러면서도 이후 윤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선 민주당의 헌법재판관 임명 요구에 끝까지 굴하지 않아 본인이 탄핵되는 수난을 당했다.
찬탄 혹은 반탄으로 극명하게 갈린 기존 국민의힘 후보와 달리 한 대행은 중립적 위치에 있는 셈이다. 찬탄·반탄 후보들과의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가 된다면 양 진영을 모두 아울러 보수를 통합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다 '행정 기술자'라는 기존의 이미지와 달리 윤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과거와 다른 강단을 보여주기도 했다. 전날 한 대행은 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대통령 몫의 재판관 지명권까지 행사해 논란을 빚었다. 한 대행은 문형배 헌법재판관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중 이완규 법제처장은 현재 형법상 내란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된 인물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데도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데서 출마 가능성이 엿보인다"라고 말했다.
탄핵 정국에서 정부를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전날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통화를 한 것도 기대감을 높였다. 호남(전북 전주시) 출신이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극단적인 대립에 치진 유권자에게 실용주의 이미지로 다가설 잠재력을 갖춘 셈이다.
국민의힘도 한 대행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한 대행의 대선 출마론이 논의됐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해서는 이번 경선에 같이 참여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분부터 여러 종류의 말씀이 있었다"라며 "(비율로 치면) 필요하다는 의견이 좀 더 많았던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나 한 대행은 공식적으로는 대선 출마에 부정적인 태도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최근 총리실 간부들에게 "대선의 'ㄷ' 글자도 꺼내지 말라"라고 말했다. 전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찾아갔을 때도 대선 출마를 전혀 생각한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는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분이 갖고 있는 폭발성도 적을 것 같고 국정 운영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윤 정부의 국무총리직을 지낸 만큼 대선 후보로 나오기 어렵다는 예측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 대행은 윤 정부의 국무총리로 공동 책임이 있다. 대선 후보로 나오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일축했다.
한 대행 출마설이 나오는 데에는 현재 국민의힘 후보들이 이 대표에 대항하기 힘든 현실이 영향을 미쳤다. 뉴스1의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6~7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인터뷰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5.5%, 휴대전화 가상번호 방식) 결과를 보면 이 대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가상 양자 대결에서 55%를 얻어 김 장관을 20%p 앞섰다.
이 대표는 오세훈 시장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52%를 얻어 오 시장(37%)을 15%p 차이로 제쳤다. 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31%)와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양재 대결에서도 각각 21%p, 16%p 차이로 앞섰다. 유승민 전 의원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49%를 얻으며 32%를 얻은 유 전 의원을 17%p로 따돌렸다.
다만 이 같은 수치는 경선 과정을 감안하지 않은 단순 비교여서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 대표는 사실상 민주당의 단독 후보나 마찬가지지만 국민의힘에선 여러 후보가 경쟁하고 있어 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추대하면 진보와 보수 양자 대결이 되고 결국 중도의 표심이 선거 결과를 갈라 놓을 거란 얘기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한덕수 대행이 김문수 장관, 오세훈 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과 경선해서 후보 단일화를 이룬다면 강성 우파에서 중도까지 아우르는 바람을 일으킬 잠재력이 있다"며 "가장 큰 변수는 결국 본인의 결단"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첫 회의를 열고 오는 5월 3일 최종 대선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후보 등록은 이달 14~15일 이틀간 진행될 예정이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