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상법 개정 난항에 우회 비판
"비대한 규제, 자율 억압하고 창의성 저해"
기술 충격·정치 불안 겹쳐 경제 어려움 지속
러트릭 장관 "한국 중요하게 본다는 뜻 전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 /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 /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지금 꼭 시행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반도체 산업에도 예외 없이 '주52시간제'를 적용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비대한 규제는 창의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26일 최태원 회장은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현안 관련 질문에 답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상법은 경제 영역에서 헌법과 같은 법인데 이를 바꿔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자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적절한 타이밍인지 의문"이라며 "현재 한국 경제에는 불안 요소가 많고 상법 개정은 또 하나의 언노운(unknown, 불확실성)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52시간제와 관련해 최 회장은 기업의 자율성 침해를 우려했다. 그는 "기업의 자율을 제한할 필요성도 있고 예외를 두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면서도 "좋은 취지로 만든 법이라도 그 취지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비대한 규제는 자율을 억압하고 창의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이런 규제가 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최 회장은 "봄이 왔지만 경제는 여전히 꽝꽝 얼어붙은 상태"라며 "통상 문제, 금융 불안, AI 등 기술 충격에 정치적 불안까지 겹쳐 기업은 물론 자영업자와 시민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초불확실성'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의 의사 결정이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지난달 민간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재무부, 의회 관계자 등과 만난 자리에서 '세 가지 협력 카드'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의 80%는 외국인직접투자(FDI) 형태로 다시 미국에 투자되고 있다"며 "미국 내 한국 기업 공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나 중간재 대부분을 한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무역적자가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FDI는 계속될 것이며 미국과 한국이 함께 이익을 볼 수 있는 시너지 사업도 제시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이 일부 중동산 에너지를 미국산으로 대체해 미국의 무역적자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방안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미국 측에서는 20개국 넘는 통상사절단 중 한국만큼 잘 준비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 경우는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하워드 러트릭 미 상무장관과의 만남에서 홀대를 받았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 최 회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러트릭 장관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내 한국 경제사절단을 만난 것은 미국이 한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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