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尹정부 책임론 공방
핵무장론 영향설 불분명
한수원 지재권 침해 소송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국가’에 포함한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 지정 원인은 미국 정부의 자세한 설명이 없어 불명확한 가운데 국내에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야당은 먼저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 주요 정치인들의 자체 핵무장론을 탓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년 안에 핵무장할 수 있다는 허장성세, 현실성 없는 핵무장론 등이 민감국가 지정으로 나타났다”며 “완벽한 외교 참사이자 정부 실패”라고 성토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전날 "한국전쟁 이후 체결된 한미 동맹이 올해 72주년째로 그동안 계속 발전돼 왔고, 업그레이드 돼왔다"면서 "그런데 민감국가 지정은 한미동맹 역사에서 최초로 퇴보하고, 뒷걸음치고, 다운그레이드가 된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 사이트에 따르면 민감국가는 △국가 안보 △핵 비확산 △지역적 불안정성 △경제안보 위협 △테러지원 등의 이유로 지정할 수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023년 1월 국방부·외교부 업무보고에서 “북핵 문제가 심각해지면 전술핵 배치나,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 우리 기술로는 이른 시일 내에 가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정 사유 중 핵 비확산에 포함될 소지가 있었던 것이다.
다만 아직 섣부른 추측은 이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에너지부의 결정에 행정부 차원의 판단이 개입됐는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SCL은 백악관 등의 간여 없이 DOE 자체 판단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감국가 중 한국과 같은 수준인 '기타 지정국가'에 인도, 이스라엘, 대만 등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 있다. 이들 국가 모두 미국과 긴밀히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미국이 민감국가 지정 이유에 대해 아무 말도 안했는데 제1야당 대표가 무슨 근거로 핵무장론이 그 원인이라고 단언을 하는 것이냐"고 적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여성경제신문에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민주주의국가에서 정치인들이나 전문가들의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우방인 미국의 행정부가 제재를 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반대 빌미를 찾고자 하는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의 ‘확증 편향’ 성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핵무장론 외에도 일각에선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대형 원전 원천기술 침해 문제로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에 휘말린 게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의 독자 원전 수출이 미국의 원천기술 유출에 해당한다며 크게 반발해 왔다. 해당 분쟁은 지난 1월 17일 종결 합의를 봤는데, 민감국가 지정은 그 직전이다.
지난해 7월 발생한 '수미 테리 사건'도 미국 입장에서 좋지 않은 방첩 활동(국가 안보)이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지역적 불안정성)이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에 따른 공식적인 조치는 오는 4월 15일 발효된다. 시행되면 한미간 원자력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협력에 제한이 생기고 한미동맹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으로 '정상 외교'가 공백인 상황에서 한 달 안에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정부는 이번 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방미를 시작으로 다음 달 15일 SCL 관련 조치가 실제 발효하기 전 한국을 제외하도록 외교 총력전에 나설 예정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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