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의 은퇴와 마주 서기]
부모와 자녀, 가족이 행복할 자격증
좋아하니까 결혼한다 그게 만능일까?
세대를 아우르는 기본 소양의 자격증

국가·민간 자격증 제도의 홍수 시대
요즘은 자격증 홍수 시대다. 별의별 자격증이 다 있다. 국가에서 실시하는 검증된 자격시험만도 수백 가지다. 민간자격증은 그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국가자격증인 음식만도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복어 조리사도 조리 기능사, 조리 산업기사 등을 나뉘어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피아노 조율사도 따로 있다. 이 자격증이 없으면 무면허가 되어 영업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요양보호사도 얼마 전까지는 민간자격증이었다가 최근 국가자격 고시로 바뀌었다.
산업 전반에 세분된 자격증 제도는 그 수가 엄청나게 많아 국가에서 관리·감독한다. 민간자격증도 국가 공인 민간자격증이 있고 일반 단체나 개인이 발행하는 민간자격증이 있다. 국가 공인 민간자격증은 관할 관청에 등록해서 개인이나 단체가 발행하는 것으로 국가공인 자격증과는 달리 공신력이 떨어진다. 국가 공인이 없는 민간자격증은 더 공신력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가족을 만드는 남편과 아내의 자격은?
이렇듯 피아도 하나 조율하는데도 피아노 조율 기능사 자격증이 필요하고 복어 요리하는 데도 조리 산업기사와 조리 기능사가 따로 있다. 그런데 꼭 필요하지만, 없는 자격증이 하나 있다. 성인이 되면 남녀가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다. 결혼식을 올리면 정식으로 부부가 된다. 결혼식 올리지 않는다고 부부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법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사실혼 관계를 통해 일부 재산권 문제 등에서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정식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가정을 갖는 것은 인륜지 대사라고 한다. 혼인하고 아이를 낳고 종족 보존을 위해 인간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우선순위의 큰일이라는 의미이다. 결혼식 날 주례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하라’고 덕담을 건넨다. 사랑하는 둘이 만나 결혼하는 그들의 앞날을 축하해주는 말이다. 결혼하고 가정이 생기면 아이들이 생기고 시집과 친정이라는 관계도 형성된다. 혼자 살 때와는 180도 다른 삶이 펼쳐진다.
가족의 일원이 되기 위한 조건
결혼은 부부가 되는 것이고 부모가 되는 것이며 누군가의 사위요 며느리가 되는 과정이다. 결코 만만하거나 쉬운 일이 아니다. 연애 시절처럼 마냥 달콤하지도 신혼처럼 깨가 쏟아지고 꿀이 뚝뚝 떨어지지도 않는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해야 해서 땀 흘려 일도 해야 한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위해 저축도 해야 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이러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고 서로 간에 의사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연애할 때는 몰랐지만 이때까지 살아온 환경과 문화가 달랐기 때문에 보지 못했던 허물이 보일 수도 있다. 부부간의 갈등, 부모와 자식들의 양육과 교육 등의 문제, 시부모와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가 얽힐 때도 있다. 이럴 때 슬기롭게 풀어야 하고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 가정은 화목하고 행복한 여정을 계속할 수 있다.

행복한 가족의 조건
옛날에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요즘은 툭하면 이혼한다고 할 정도로 이혼율이 늘었다. 이혼하고도 당당히 TV에 나와 활동하는 사람도 많고 그것이 특별한 일도 아닌 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이혼은 엄청난 고통과 시련과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사는 것보다 차라리 갈라서는 것이 낫다고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그 겪어야 할 고통은 작은 일이 아니다.
자녀가 있으면 자녀들은 당연히 엄마 아빠의 울타리에서 행복하게 보호받아야 할 처지에서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 아무런 잘못도 죄도 없는 자식들은 어느 날 두려움과 고통의 나락에 떨어져 또 다른 갈등을 해야 한다.
부부야 자신들이 좋아서 연애하고 결혼했지만, 자녀들은 그렇지 않다. 자기도 모르게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해서 이 부모를 선택한 것도 아니다. 마땅히 축복받은 삶을 살아야 하는데 부모의 갈등으로 아빠 엄마의 신경전, 말다툼, 거듭되는 큰 소리-싸움에서 주눅 들어야 한다. 누구도 행복하지 않게 된다.
좋아하니까 결혼한다는 것이 만능일까?
그런데 여기서 짚어봐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자라는 동안 부부가 서로에게 지켜야 할 것들을 제대로 배운 게 없다. 서로 마음에 들고 좋아하다 보니 결혼하고 살게 되었을 뿐이다.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부모로서 정말 필요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본 지식을 교육받거나 배운 적이 없다. 초·중·고·대학을 수십 년 다니며 수시로 시험을 보고 했어도 정말 중요한 교육은 배운 기억이 없다. 그저 부모를 보고 배운다는 것밖에는 알고 있는 것이 없다.
물론 그 많은 사례를 몇 시간씩의 교육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교육은 필요하고 그런 소양을 갖추었는지도 중요하다. 모든 것은 기본 원리가 있다. 그 기본 원리에 의해 문제를 풀고 해결해 나간다. 그 기본 원리가 살아가는 데도 중요하다.
좋아해서 결혼한다는 말로만 맡겨두는 부부관계
결혼은 인륜지 대사가 맞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부딪히거나 해결해야 할 사항은 너무도 많다. 그런 큰일을 앞에 두고 좋아서 결혼한다는 말로만 맡겨 두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서양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바다에 나갈 때는 한 번 기도하고, 싸움터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고, 결혼할 때는 세 번 기도 하라.’ 이렇듯 결혼은 그 어떤 변화와 위험보다 더 비중이 크고 중대하다.
그래서 부부가 결혼하려면 적어도 기본적인 교육은 받았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자격증 같은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음식 하나 만드는 데도 국가자격증이 있어야 요리사로 취업이 가능한데 서로에게 평생 반려자로 살아야 하는 배우자가 나를 잘 요리해 줄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존 가트만 박사가 연구한 부부의 소통법
부부라면 적어도 부부에 대한 예의가 기본이다. 서로 주고받는 대화에서부터 시작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존 가트만 박사는 38년 동안 3000쌍의 신혼부부들을 연구했다. 신혼부부들의 화법과 이혼율과의 상관관계에서 신혼부부들이 하는 대화 30분만 들어 보면 저 부부가 이혼하게 될 확률을 93% 적중시킨다고 한다. 부부가 하지 말아야 할 대화법이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였다. 이 네 가지를 자주 쓰는 부부는 점점 갈등하고 싸움이 커져 이혼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결론이었다.
물론 부부가 만나 싸울 수도, 갈등할 수도 있다. 서로의 성격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니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럴 때 슬기롭게 풀고 해결하는 방법이 중요하고 대화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화법 하나가 상대의 가슴을 찌를 때도 있고 말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날아올 때도 있다. 그러나 대화는 대화로 풀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다.
세대를 아우르는 기본 소양의 자격증
TV든 냉장고든 모든 전자제품은 전기 코드를 꽂아야 가동이 된다. 이 전기가 흐르는 코드가 바로 기본 소양이다. 부부가 되는 자격증, 부모가 되는 자격증, 자식이 되는 자격증 등 나를 알고 상대를 이해하는 자격증을 통틀어 신혼부부가 이런 자격증 하나는 들고 배우자를 만났으면 좋겠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고 아끼면서 행복하게 살아도 짧은 세상인데 서로 질시하고 경멸하며 살아야 할 세상은 아닌 것 같다. 요즘 너무 쉽게 만나고 너무 쉽게 헤어지는 세태가 보기에도 안타깝다. 배우자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기본 소양 정도는 갖춰진 공인된 자격증 하나 정도는 취득한 후 배우자를 맞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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