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밀려 이르면 4월에야 체결 전망
“한국 기업 이익 사수에 총력 다해야”
현지 여론은 '조기 대선 가능성' 주목

이달 말로 기대했던 체코 원전 수주 최종 계약이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정국 혼란을 탓하는 여론이 많지만 실상은 체코에 공급하는 한국형 원전 APR1400의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사업 지분을 요구하면서 세부 협의가 매듭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12일 익명을 요구한 한국수력원자력의 한 직원은 여성경제신문에 “한국과 체코가 한국 원전 기업들의 사업 참여 배분을 조율하는 가운데 웨스팅하우스가 한국 측에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3월 안에 계약을 체결하기는 무리이며 이르면 4월 중순에야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체코 수주 후 웨스팅하우스의 항의로 시작된 한수원-웨스팅하우스 간 지식재산권 분쟁은 지난 1월 16일 양측 간 합의로 종결됐다.
세부 협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향후 세계 원전 시장 진출 시 양국 기업의 협력 방안·역할을 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해 웨스팅하우스에 일정 부분의 일감을 주고, 향후 유럽, 비유럽 등 제3국 원전 수출도 공동 추진하는 일종의 합의안도 마련했다.
애초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원전 수주 최종 후보에도 들지 못했고 체코 정부도 선정 결과를 바꿀 의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는 점에서 웨스팅하우스의 목적이 입찰 뒤집기가 아닌 ‘지분 요구’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으론 한수원이 체코에 공급하려는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 설계 등 분야의 원천기술을 미국이 갖고 있고 한국은 시공이나 기자재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만큼 양국의 강점을 토대로 협력하는 모델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안 그래도 본계약을 눈앞에 두고 ‘현지화율 60% 달성’ 합의가 이뤄져 우리 기업의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웨스팅하우스의 지분 요구가 과하게 끼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현지화율 60%란 체코 현지 기업이 전체 공정의 최소 60%는 참여한다는 뜻이다.
업계 한편에서는 체코 원전 수출 시 현지화율이 60%이고 웨스팅하우스가 11% 지분으로 참여하며, 이에 따라 실제적인 한국의 국익은 6조6000억원에 불과할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웨스팅하우스 11% 참여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지만 웨스팅하우스가 지분을 갖는 것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즉 체코 원전 전체 공정의 60%는 체코 현지 기업에 돌아가는 상황에서 나머지 40% 지분을 한국 기업과 웨스팅하우스가 나눠 갖는 수순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전 사업이 '정부 대 정부' 사업인 만큼 체코 현지 언론도 비상계엄 이후 한국 정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새 정부 출범 이후까지 계약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는 가운데 웨스팅하우스와의 지분 협의를 원만하고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는 지적이다.
한 원전 기자재 업체 사장은 여성경제신문에 “웨스팅하우스는 시공 능력이 크게 떨어져 원전 건설은 직접적으로 어려우니 지재권을 통해 한국의 원전 수출 틈을 비집고 파이를 얻으려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나머지 40%를 갖고 웨스팅하우스와 한국 기업들이 지분을 가지고 싸울 텐데 국내 원전 업계가 탈원전 후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인 만큼 정부가 고려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