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화, 예산 지원, 규제 정비 ‘미비’
부지 ‘지자체 자율유치’ 떠넘기기 지적
인허가, 안전규제 심사 빠른 정립 필요

두산에너빌리티 경남 창원 공장의 뉴스케일파워 전용 원자로 주조 설비에서 작업자들이 소형모듈원전(SMR) 주단 소재를 제조하고 있다. 주단 소재는 원자력 압력 용기를 구성하는 특수 금속이다.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 경남 창원 공장의 뉴스케일파워 전용 원자로 주조 설비에서 작업자들이 소형모듈원전(SMR) 주단 소재를 제조하고 있다. 주단 소재는 원자력 압력 용기를 구성하는 특수 금속이다.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은 2020년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개발을 공식화하고 2030년 본격적으로 수출 시장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에 대해서는 업계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i-SMR은 국내 자체 모델로 개발 중인데 실증화, 예산 지원, 규제 정비 등이 미비한 상황이어서 계획연도에 맞춰 개발이 이뤄질 것이란 보장이 없어서다. 이러한 가운데 전 세계가 지금 3세대 원자로를 넘어 4세대 원자로 개발, 실증화까지 이른 상황이라 원활한 개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부 차원의 결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11차 전력기본수급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국내 첫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을 위해 올 하반기 유치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상반기에는 SMR 건설 부지 선정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진행한다. 부지 선정에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부지선정평가위원회가 환경성과 건설 용이성, 주민 수용성 등을 기준으로 종합적 평가를 수행한다. 

올해 말 부지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내년 9월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예정구역 지정 고시를 통해 부지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대구와 부산, 경주, 창원 등의 지자체에서 SMR을 유치하는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MR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국내 건설이 이뤄지게 된다. 국내 첫 SMR 실증 및 상용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SMR을 수출하려고 하는데 정작 수출국에 실증 모델이 없으면 수입국 입장에서 신뢰할 수 없고 경쟁입찰을 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며 “한국도 향후 i-SMR의 원활한 수출을 위해서는 국내에 SMR을 1기라도 건설해 운영해보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SMR 실증화를 계획하고 있지만 사실상 부지 선정부터 쉽지 않을 상황이다. 정부나 한수원 주도의 밀도 있는 추진력으로 선정하는 게 아닌 ‘지자체 주도 자율유치’로 부지 선정을 계획해놓은지라 사실상 주민 수용성 제고를 지자체에 떠넘긴 게 아니냐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특히 부지 선정 이후 다시 해제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지자체·지역 주민들의 정책 불신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규제 정비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은 기존 대형 원전 기준의 안전 및 인허가 규제를 SMR 기준으로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SMR 개발이 늦는 이유는 관련 규제 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이라며 “인허가, 안전 규제 심사 등 필수 요건을 빠르게 마련해야 사업자들이 설계 개발을 진행하고 심사를 거쳐 건설을 촉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정책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가세한다. 정부는 지난해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발표하고, SMR 도입 계획을 처음 공식화했다. 2035년까지 SMR 1기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이 담겼지만 건설 후보지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더구나 원전 축소를 주장하는 야당이 전기본 국회보고를 거부하면서 건설계획은 차일피일 미뤄진 바 있다. 

이러한 사연에 한국이 전통적인 원전 강국으로 인정받는 것에 비해선 SMR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더딘 상황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SMR 개발 경쟁에 불이 붙고 있으며 최근엔 냉각재로 물을 사용하지 않는 4세대 비경수형 SMR 개발이 대다수다. 한국이 개발하는 i-SMR은 3세대 경수형 SMR이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 80여 종의 SMR이 개발 중이다. 뉴스케일파워의 VOYGR, 영국의 롤스로이스 SMR, 프랑스 EDF의 NUWARD SMR 등 경수로 SMR과 함께 용융염원자로(MSR), 소듐냉각고속로(SFR) 등 4세대 원자로의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경수로 SMR은 2030년을 전후해 첫 호기 준공을, 4세대 원자로는 2030년대 실증로 건설을 목표로 한다. 

미국 테라파워는 지난해 6월 자국 내 첫 4세대 SMR 건설에 착수했다. 테라파워가 짓는 4세대 SMR은 냉각재로 물이 아닌 액체 나트륨을 사용한다. 4세대 원자로는 3세대 원자로와 달리 물이 아닌 가스, 용융염, 액체 금속 등 다양한 물질을 냉각재로 사용해 안정성과 핵연료 사용 주기를 높인 원전이다.   

테라파워는 4세대 나트륨 SMR 실증단지 건설공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 SMR은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소유한 전력회사 파시피콥의 석탄화력발전소 부지 내에 약 25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인 345메가와트(㎿)급 단지로 조성된다. 2030년 SMR 완공하여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존 화력발전소를 대체해 지역 주민들에게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테라파워가 현지 데이터센터 업체 'SDC(Sabey Data Centres)'와 4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인 '나트륨(Natrium)' 개발에 협업한다. 테라파워의 SMR을 활용해 데이터센터용 전력을 공급한다. 미 전역에 SMR 사업을 확대하며 HD현대와 두산에너빌리티의 수혜가 전망된다.

유럽에서도 영국 롤스로이스(Rolls-Royce), 프랑스 EDF 등이 자체 SMR 모델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이 대형원전을 수주한 체코는 영국 롤스로이스사를 SMR 사업 파트너로 선정하고 자국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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