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낙후는 옛말 가보면 놀랄 곳 많아
1인당 월 비용 200만원 넘어도 무료
잘 찾으면 저가 실버타운 못지않아
대부분 자리 있지만 입소 상담받아야

백문백답에 들어가며

실버타운이 은퇴 후 새로운 주거시설로 떠오르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오해와 궁금증도 많다. 필자는 전국의 실버타운을 모두 조사해 <실버타운 사용 설명서>에 100문 100답 형식으로 주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책은 지면의 한계로 인해 모든 궁금증을 다루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책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추가해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한다. 실버타운에 대해 알고 싶은 점이나 질문이 있는 독자는 게시판에 답글 형식으로 남겨주면 답도 해드릴 예정이다.

구정 때 직원들이 어르신들께 세배드리고 있다. /자혜양로원 제공
구정 때 직원들이 어르신들께 세배드리고 있다. /자혜양로원 제공

무료·실비 양로시설의 변화

양로시설은 크게 무료·실비 양로시설과 유료 양로시설로 구분된다. 무료·실비 양로시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법인 등이 운영하며 입소자는 무료로 이용하거나 일정한 실비만 부담한다. 반면 유료 양로시설은 입주자가 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일반적으로 ‘실버타운’으로 알려진 시설들은 모두 유료 양로시설에 해당한다. 유료 양로시설의 특징과 운영 방식에 관해서는 지난 기사 [Q3. 양로시설도 최고의 실버타운이 될 수 있을까?]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다.

무료·실비 양로시설에 대해 ‘무의탁 독거노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곳’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2000년대 이전까지는 어느 정도 사실일 수 있었지만 현재 상황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대한민국은 2021년 7월 2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의해 공식적으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되었다.

국가의 위상이 변화함에 따라 노인 주거 복지시설에 대한 지원 수준도 크게 달라졌다. 현재 운영되는 무료·실비 양로시설은 2000년대 이전, 개도국 시절의 양로시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된 환경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료·실비 양로시설의 운영비

무료·실비 양로시설의 운영비를 살펴보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다. 입소자 1인당 운영비를 환산하면 중급 실버타운보다도 많은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현원은 2023년 말 기준으로 현재와 다를 수 있다./각 시설 홈페이지
무료·실비 양로원 2024년 예산 결산 내용. 현원은 2023년 말 기준으로 현재와 다를 수 있다. /각 시설 홈페이지

국가의 지원을 받는 무료·실비 양로시설은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예산을 일반에게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일부 시설은 홈페이지를 통해 예산 내역을 공개하여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 표에 있는 4곳의 2024년 예산을 기준으로 해당 시설들의 총수입을 입소자 수로 나누어 계산해 보면 1인당 월 운영비는 약 186만~247만원이었다.

이러한 비용 차이는 시설별 후원금 규모의 차이, 국가의 시설 개·보수 지원 여부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무료·실비 양로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입소자 1인당 약 200만원 정도의 운영비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유료 시설에서 입소자가 운영비를 전액 부담하는 경우 최소 1인당 20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월 200만원을 부담하는 유료 실버타운과 무료·실비 양로시설의 생활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무료·실비 양로시설의 운영비 중 주요 항목인 식비와 간식비를 살펴보면 입소자 1인당 월 약 33만원이 책정되어 있으며 이는 하루 기준으로 1만1000원, 1식당 3600원에 해당한다. 이 비용은 순수한 식자재비로 영양사와 조리사의 인건비는 별도로 계산된다. 일반적으로 주야간보호센터나 요양원의 평균 1식 원가는 3500원 수준이므로 무료·실비 양로시설의 식사 수준이 이들보다 낮을 이유는 없다.

또한 무료·실비 양로시설에서는 입소자 6명당 1명의 요양보호사(생활지원사)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아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한 입소자들에게 적극적인 지원이 가능하다. 반면 일반적인 실버타운에는 요양보호사가 배치되지 않으며 돌봄이 필요할 경우 장기요양등급을 받아야 하거나 별도의 돌봄 서비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요양보호사가 충분히 배치된 무료·실비 양로시설에 입소하면 추가 비용 없이 보다 나은 생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규모 있는 무료ž실비 양로시설

전체 175곳의 양로시설 중 무료·실비 양로시설은 약 145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며 정원이 50명 이상이고 입소율이 50%를 넘는 시설을 선별한 결과 총 42곳이 해당하여 이를 테이블로 정리했다. 일반적으로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고 규모가 크며 입소율이 높은 시설일수록 체계적인 운영과 우수한 시설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목록에 포함되었다고 해서 모든 시설이 동일한 수준이라는 보장은 없으며,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시설이 반드시 열악하다는 의미도 아니다.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며 정원이 50명 이상이고 입소율이 50%를 넘는 무료·실비 양로시설 /이한세

입소 자격과 비용

무료·실비 양로시설은 모든 사람이 입소할 수 있는 곳이 아니며 입소 자격에 따라 무료 입소 대상자와 실비입소 대상자로 구분된다.

무료 입소 대상자는 65세 이상이면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생계급여 또는 의료급여 수급자)여야 한다. 반면 실비입소 대상자는 65세 이상이며 도시 근로자 1인당 월 평균소득보다 소득이 낮아야 한다. 현재 도시 근로자의 1인당 월 평균소득이 약 350만원이므로, 월 소득이 350만원 미만이라면 일정한 재산이나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실비입소가 가능하다. 이러한 기준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많은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실비입소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입소 비용은 무료 입소 대상자의 경우 전액 지원되며, 실비입소 대상자는 입소 보증금 500만원과 월 44만9300원의 비용을 부담하면 된다.

무료·실비 양로시설, 이제는 다시 봐야 할 때

무료·실비 양로시설에 대한 기존의 인식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과거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곳이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현재는 국가와 사회복지법인의 지원을 받아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시설이 많다. 일부 시설은 중급 실버타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으며 운영비와 돌봄 지원 면에서 오히려 강점을 지닌다.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고 필요한 어르신들이 적절한 시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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