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지만 가심비가 높은 곳은 대기도 길어
가성비와 가심비가 높은 비수도권에 많아
2025년 오픈 실버타운, 정착에 시간 걸려

백문백답에 들어가며

실버타운이 은퇴 후 새로운 주거시설로 떠오르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오해와 궁금증도 많다. 필자는 전국의 실버타운을 모두 조사해 <실버타운 사용 설명서>에 100문 100답 형식으로 주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책은 지면의 한계로 인해 모든 궁금증을 다루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책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추가해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한다. 실버타운에 대해 알고 싶은 점이나 질문이 있는 독자는 게시판에 답글 형식으로 남겨주면 답도 해드릴 예정이다.

더클래식500 건강학교/이한세 객원기자
더클래식500 건강학교/이한세 객원기자

실버타운의 가심비는 ‘사람의 마음’에서 나온다

실버타운의 만족도는 넓은 평수나 세련된 시설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입주민을 진심으로 대하는 직원들의 태도와 마음이다. 예를 들어 오성급 호텔에서 1인당 10만 원짜리 식사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따뜻한 정이 담겨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반면, 동네 단골 식당에서는 1만 원짜리 식사에도 안부를 묻고 반찬 하나라도 더 챙겨주는 따뜻함이 느껴질 수 있다.

실버타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운영자와 직원들의 입주민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책임감이 없다면 진정한 만족감을 주기 어렵다. 입주민간의 정서적인 교감과 직원들의 세심한 배려가 더해질 때 비로소 그 곳은 가심비가 높은 실버타운이 된다.

직접 발로 뛴 26곳, 정성 평가의 출발점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가 직접 방문한 26곳의 임대형 실버타운을 대상으로 시설과 인적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이 평가는 수치에 기반한 정량적 분석이 아니라 현장을 다니며 만난 입주민과 운영진 그리고 생활 분위기를 바탕으로 한 정성적 평가다.

인적 서비스의 질은 수치화가 어렵다. 특히 ‘진정성’, ‘친밀감’과 같은 정서는 통계로 담아낼 수 없는 요소다. 따라서 이 평가는 어디까지나 필자의 주관적인 시선이 담긴 결과이며 향후 실버타운에 대한 지속적인 방문과 인터뷰, 추가 검토를 통해 수정되거나 보완될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시설 평가는 기본적인 주거 및 커뮤니티 시설 이외에 수영장, 의료시설, 파크골프장 같은 부가시설의 유무까지 고려했다. 인적 서비스 평가는 단순히 직원 수나 전문성뿐만 아니라 직원과 입주민 사이의 교감 정도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한편, 오픈 초기거나 아직 정식으로 개원하지 않아 인적 서비스가 안정되지 않은 실버타운은 평가를 보류하고 ‘*’로 표시했다.

출처: '실버타운 사용설명서' 및 각 실버타운 방문과 입주민 인터뷰
출처: '실버타운 사용설명서' 및 각 실버타운 방문과 입주민 인터뷰

최고급 실버타운 만족도 높아: 더클래식500, 삼성노블카운티

더클래식500과 삼성노블카운티는 대한민국 실버타운 가운데 입주보증금과 월 생활비가 가장 높은 곳으로 손꼽힌다. 시설도 다양해 단지 내에 병원, 은행, 여행사, 증권사, 미용실, 마사지샵, 고급 식당 등이 입점해 있고, 세대 공간 자체도 넓고 고급스럽다. 삼성노블카운티의 경우 일반 식당처럼 입주민이 자리에 앉으면 직원이 식사를 직접 자리로 가져다주는 서빙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모든 임대형 실버타운을 통틀어 유일한 사례다.

더클래식500과 삼성노블카운티 두 곳 모두 만실이며 입주 대기 기간도 다른 실버타운에 비해 긴 편이다. 이는 고가의 비용에도 불구하고 가심비가 매우 높다는 반증이며 시설과 인적 서비스 모두 높은 수준에서 정착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수도권 고가 실버타운은 일정 수준 이상 유지

더클래식500과 삼성노블카운티 외에도 수도권 내에는 다양한 고가 실버타운들이 운영되고 있다. 대체로 월 생활비와 입주보증금이 높지만 시설이나 인적 서비스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는 드물다.

전반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 완성도와 생활 서비스가 보장되어 있어 고가 실버타운은 대체로 '비싸지만 최소한의 만족은 확보된 곳'으로 정리할 수 있다.

중가 실버타운 중 가성비 좋은 사례: 사이언스빌리지

중가 실버타운 중에서는 사이언스빌리지가 대표적인 가성비 실버타운이다. 2019년에 오픈한 이 시설은 입주보증금이 1억 원 초반에 불과하지만 신축 건물로서 기본적인 시설과 서비스는 수도권 고가 실버타운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

특히 과학기술인공제회 회원만 입주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입주민의 학벌과 지적 수준이 매우 높다. 대학과 연구기관 출신 박사 학위 보유자가 다수로 서로의 전문성과 경험을 존중하며 풍부한 지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또한 합리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입주민들이 많아 분쟁이 적고 공동체 운영에 대한 참여와 책임감이 높은 편이다.

사이언스빌리지는 ‘엑티브 시니어’를 위한 공간을 지향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해야 입주가 가능하다. 입주한 후라도 돌봄이 필요해지는 경우에는 다른 돌봄 시설로 이전해야 한다. 이러한 운영방식은 사이언스빌리지가 추구하는 설립 목적과 운영 철학에 기반한 것이다. 활기차고 자율적인 노후를 보내고 싶은 시니어들에게 적합한 실버타운이라 할 수 있다.

사이언스빌리지 골다공증 예방강좌/이한세 객원기자
사이언스빌리지 골다공증 예방강좌/이한세 객원기자

유투브를 통해 입주민들의 삶을 전하는 곳: 청심빌리지

청심빌리지는 경기도 가평에 위치해 있으며 서울시니어스고창타워와 함께 자체 파크골프장을 보유한 몇 안 되는 실버타운 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매년 ‘청심빌리지 원장배’ 파크골프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입주민의 건강을 챙기고 상호 친목을 도모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청심빌리지가 입주민들의 삶과 활동을 주 1회 이상 유튜브를 통해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https://www.youtube.com/@csvillage). 현재까지 영상 업로드 횟수가 600회를 넘어섰으며 단순한 홍보를 넘어서 입주민의 일상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실버타운의 분위기를 외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입주민의 삶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가족들이 볼 수 있도록 해온 사실만 보더라도 임직원들이 입주민에 대해 얼마나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시설 운영에 얼마나 진심을 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청심빌리지원장배 파크골프대회/이한세 객원기자
청심빌리지원장배 파크골프대회/이한세 객원기자

시설장을 비롯해 온 직원이 입주민을 마음으로 섬기는 곳: 동해약천온천실버타운

동해약천온천실버타운은 대순진리회 산하 사회복지법인에서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배경에 구애받지 않는 포용적인 운영 방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매주 일요일, 대순진리회와는 종교적으로 거리가 있는 기독교와 천주교 신자 입주민들을 위해 자체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교회에 가는 팀과 성당에 가는 팀으로 나누어 2대의 차량이 각각 이동하며 예배와 미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실버타운으로 귀가시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회와 성당을 찾는 입주민을 위해 별도의 픽업 차량을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곳은 전국실버타운 중 동해약천온천실버타운이 유일하다. 이러한 운영은 종교적 배경을 넘어선 진정한 배려와 존중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 또한 눈에 띈다. 시설장을 비롯해 24시간 상주하고 있는 관리과장은 필요할 때는 직접 청소도구나 작업도구를 들고 시설을 손보고 청소까지 도맡는다. 이 때문에 처음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시설장과 관리과장을 현장 작업 직원으로 착각할 정도다. 그만큼 이곳 운영진은 입주민과 공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솔선수범하고 있다.

또한 식당에서 사용하는 채소 등 일부 식재료는 직원들이 직접 텃밭에서 길러 수확한 것을 사용한다. 이러한 모습은 단순한 운영을 넘어 모든 직원들이 대순진리회 가르침 안에서 ‘타인을 위한 봉사’라는 공동의 가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동해약천온천실버타운을 방문한 마중물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공연 후 어르신과 허그/이한세 객원기자
동해약천온천실버타운을 방문한 마중물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공연 후 어르신과 허그/이한세 객원기자

월 115만 원으로 누리는 복합단지의 여유: 서울시니어스고창타워

임대형 실버타운 중에서 539세대 규모의 대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월 생활비가 115만 원으로 가장 가성비가 좋은 곳은 서울시니어스고창타워다. 하지만 고창타워의 진가는 단지 비용이 저렴하다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곳은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전북 고창에 조성한 40만 평 규모의 복합단지 ‘웰파크시티’ 안에 위치해 있다. 단지 내에는 암 전문 병원과 요양병원을 비롯해 온천사우나, 실내외 수영장, 헬스장, 파크골프장, 황토 맨발 산책로, 상가 등이 입주해 있어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입주민들은 단지 내 파크골프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인근에는 18홀 규모의 석정CC도 있어 골프를 즐기기에 좋은 환경이다. 특히 암 전문 의료기관과 게르마늄 온천수 사우나, 건강 맨발 황톳길 같은 시설은 요양과 심리적 치유를 원하는 시니어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서울시니어스고창타워가 위치한 웰파크시티/이한세 객원기자
서울시니어스고창타워가 위치한 웰파크시티/이한세 객원기자

주거, 돌봄, 신앙까지 통합한 실버타운: 공주원로원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만족하는 대표적인 실버타운으로는 공주원로원을 꼽을 수 있다. 이곳은 월 생활비가 90식 포함하여 127만 원으로 저렴하면서도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다양한 돌봄 시설을 한 단지 내에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실버타운 주거동 외에도 방문요양센터, 주간보호센터, 요양원, 치매전담실이 함께 마련되어 있어 입주민이 건강이 악화될 경우에도 다른 시설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는 연계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운영자인 오정호 대표는 10년째 직원 기숙사에 거주하며 실버타운의 운영 전반을 직접 챙기고 입주민의 불편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또한 실버타운 내에는 공주원로원 교회가 있으며 담임목사님 부부가 상주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기독교 신자인 입주민을 정기적으로 심방하며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도록 정서적 돌봄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공주원로원은 주거, 돌봄, 신앙이 조화를 이루는 실버타운으로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따뜻한 공동체 안에서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공주원로원 오정호 대표와 담임목사님/이한세 객원기자
공주원로원 오정호 대표와 담임목사님/이한세 객원기자

2025년 신규 오픈 실버타운, 정착까지는 시간이 필요

2025년에 오픈하는 실버타운들은 이미 완공되었거나 설계 도면을 통해 시설에 대한 기본적인 판단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인적 서비스의 수준은 입주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실버타운은 건물이 완공되었다고 곧바로 안정적인 운영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입주가 본격화되고 식당 운영이 자리를 잡고 전체 시스템이 안정되기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도 소요된다.

인적 서비스의 핵심은 시니어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진정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재를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적절한 인력을 채용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채용 이후에도 시니어에 대한 마인드와 현장 감각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과 적응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선 분양 후 입주가 시작되는 실버타운의 경우 단기간에 많은 인원이 입주하면서 초기 혼란이 생기기 쉽다. 갑작스럽게 증가한 입주 수요에 비해 인적 시스템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예기치 못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2025년에 새롭게 문을 여는 모든 실버타운들이 이러한 초창기의 과도기적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정적이고 신뢰받는 주거시설로 잘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가성비와 가심비 외에도 고려해야 할 요소들

가성비와 가심비가 높다고 해서 모든 실버타운이 곧바로 만실이 되고 대기자가 줄을 서는 것은 아니다. 입지와 접근성 같은 현실적인 조건 또한 실버타운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비수도권에 위치한 가성비와 가심비가 뛰어난 실버타운들도 지리적 거리나 교통 여건 등의 한계로 인해 공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공주원로원은 높은 만족도와 정착률로 인해 입주 대기 기간이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 반면 청심빌리지, 동해약천온천실버타운, 서울시니어스고창타워 등은 공주원로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주가 수월한 편이다.

사이언스빌리지는 입주 자격이 과학기술인공제회 회원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해당 자격의 적용 범위가 생각보다 넓기 때문에 관심 있는 시니어라면 입주 가능성을 한 번쯤 검토해볼 만하다.

실버타운 선택은 비용 대비 가치(가성비)와 정서적 만족도(가심비)에 더해 자신의 생활 패턴, 건강 상태, 지역 선호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어야 한다.

여성경제신문 이한세 객원기자·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외래교수 justin.lee@spireresear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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