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주택 중 실버타운 아닌 곳 많아
허가는 노인복지주택, 시설은 제각각
나이 제한 모르고 분양 받았다가 후회도

백문백답에 들어가며

실버타운이 은퇴 후 새로운 주거시설로 떠오르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오해와 궁금증도 많다. 필자는 전국의 실버타운을 모두 조사해 <실버타운 사용 설명서>에 100문 100답 형식으로 주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책은 지면의 한계로 인해 모든 궁금증을 다루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책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추가해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한다. 실버타운에 대해 알고 싶은 점이나 질문이 있는 독자는 게시판에 답글 형식으로 남겨주면 답도 해드릴 예정이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국내 최초의 실버타운인 유당마을 전경모습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국내 최초의 실버타운인 유당마을 전경모습

[백문백답 Q1. 실버타운은 요양원·요양병원과 어떻게 다를까]에서 실버타운은 대부분 노인복지주택이며, 일부 양로시설이 포함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24년 말 기준, 국내 노인복지주택은 총 41곳으로, 이 중 필자가 생각하는 실버타운 자격 기준에 부합하는 노인복지주택은 29곳이며, 나머지 12곳은 실버타운으로 보기 어렵다.

실버타운의 자격을 갖추기 위한 필수 조건은 식당 운영 여부다. 실버타운 입주의 가장 큰 목적이 식사 준비로부터의 자유로움인데 내부에 식당이 없다면 실버타운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기능을 상실한 것이므로 실버타운이라 할 수 없다. 일부 노인복지주택은 식당이 운영되지만 무주택자나 경제적 취약계층만 입주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 일반인의 입주가 어려운 곳 역시 실버타운 범주에서 벗어난다.

또한, 실버타운 기능을 갖춘 노인복지주택이라 하더라도 규모와 입주 자격이 각기 다르며 반대로 실버타운 기능을 갖추지 못한 노인복지주택 중에서도 일부는 실버타운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반면, 적지 않은 노인복지주택은 일반 아파트나 공동주택과 거의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없는 곳도 존재한다.

이로 인해 실버타운을 찾던 사람이 노인복지주택을 실버타운으로 착각하고 입주했지만 실버타운의 기능을 상실하고 일반 아파트처럼 운영되는 경우가 있어 실망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노인복지주택을 일반아파트로 생각하고 분양받았다가 나중에 60세 이상만 매매할 수 있는 노인복지주택임을 알게 되어 논란이 된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41곳 노인복지주택을 유형별로①중·대형 실버타운 ②소형 실버타운 ③프리 실버타운 ④실버 아파트 ⑤일반 아파트 ⑥무료·실비 양로원으로 구분해 보았다.

전국 41곳 노인복지주택 상세분석./이한세 초빙교수 (무단도용 금지)
전국 41곳 노인복지주택 상세 분석 /이한세 초빙교수 (무단도용 금지)

·대형 실버타운

규모가 100세대 이상인 중·대형 실버타운은 전국에 22곳이 있으며 내부에 식당을 운영하고 입주 자격은 60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중·대형 실버타운 대부분은 임대형이거나 분양·임대 세대가 함께 있는 혼합형이며, 100% 분양형은 스프링카운티자이가 유일하다. 서울시니어스타워 4곳은 분양·임대 복합형으로 임대 세대 비율이 30~40%로 분양 세대보다 적지만 실버타운 본연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실버타운’이라고 하면 중·대형 실버타운을 의미하며, 책자나 SNS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유형이다. 실버타운 입주를 고려하고 있다면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곳들이다. 표의 1~22번까지 노인복지주택이 중·대형 실버타운에 해당한다.

소형 실버타운

소형 실버타운은 대부분 50세대 미만의 규모로 운영되며 전국에 5곳이 있다. 내부에 식당을 갖추고 있으며 입주 자격은 60세 이상으로 제한된다. 소형 실버타운은 모두 임대형이며, 규모가 작아 중·대형 실버타운처럼 화려한 시설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입주 비용과 생활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대형 실버타운이 대형 호텔이나 콘도미니엄이라면, 소형 실버타운은 중급 펜션과 비슷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규모가 작고 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전형적인 실버타운으로 보기에는 다소 아쉬운 면이 있지만, 비용 부담이 적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성크리스챤휴빌리지, 에버그린센터, 생명의빛홈타운, 청주아침햇살실버타운, 에코뷰실버타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중·대형 실버타운이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면, 이러한 소형 실버타운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프리 실버타운

·대형 실버타운과 거의 모든 면에서 유사하지만, 입주 연령 제한이 없는 노인복지주택이다. 100% 분양형임에도 불구하고 식당과 의무식이 있으며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운영해 60세 이상의 시니어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맞춤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입주 연령 제한이 없기 때문에 60세 미만도 입주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70~80대 시니어들이 전체 입주자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고령의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생활하려는 자녀들에게도 적합한 주거 형태로 부모님은 자녀의 도움 없이도 식당을 이용하고 커뮤니티 시설에서 동료 어르신과 어울릴 수 있어 부모님을 모시는 자녀 입장에서 한결 부담이 적을 수 있다. 벽산블루밍더클래식과 정원속궁전이 프리 실버타운이며 중·대형 실버타운과 함께 자주 언급되는 곳이다.

실버 아파트

내부에 식당이 없으며 60세 이상만 입주할 수 있는 노인복지주택은 실버 아파트로 볼 수 있다. 다만, 세대별 평형대와 커뮤니티 시설의 규모에 따라 고급형과 서민형으로 나뉜다. 시설과 서비스가 제한적이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일부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면서 거주할 수 있는 시니어 주택을 찾는 경우에는 고려할 만하다. 광교두산위브와 광교아르데코는 고급형이며 내장산실버아파트와 김제부영실버아파트는 서민형이다.

일반 아파트

내부에 식당이나 의무식이 없으며 입주 나이 제한도 없는 노인복지주택은 일반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다. 누구든 나이에 제한 없이 입주 및 매매할 수 있다. 노인복지주택으로 허가를 받아 건설된 만큼 일반 아파트에 비해 전용면적이 작고 법적으로 요구되는 주차 공간도 상대적으로 작다.

또한 아파트 건설 시 요구되는 전기차 충전소, 유치원, 어린이 놀이터 등의 설치 의무가 없어 어린 자녀를 둔 가구가 거주하기에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100% 분양형으로 실버타운의 설립 취지와 가장 거리가 먼 형태의 노인복지주택이라 할 수 있다.

옥성노인복지주택, 더헤리티지, 상암카이저펠리스, 시니어캐슬클라시온, 정동상림원, 후성누리움 등이 이러한 노인복지주택에 해당한다. 이들 6곳은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가격, 평형대, 시설 또한 천차만별이다.

이들 노인복지주택은 실버타운의 고유 기능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입주 연령 제한이나 의무식 등의 제약이 없어 일반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더 적합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더헤리티지의 경우 운영상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는 개별적인 사례일 뿐이며, 전체적으로 노인복지주택이 일반 아파트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무료ž실비 양로원

내부에 식당이 마련되어 있고 60세 이상만 입주할 수 있어 실버타운의 기능을 갖추고 있으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만 입주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무료·실비 양로원과 유사한 형태의 노인복지주택이다. 밀마루복지마을의 경우 세종시에 6개월 이상 주소를 둔 무주택자 중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혹은 기초연금 수급자만 입주 신청이 가능하다. 성남시아리움은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무주택 기초생활수급자만 입주할 수 있으며,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아 사실상 무료 양로원과 다름없다.

목적과 생활 방식에 맞는 노인복지주택 선택해야

실버타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인복지주택 전체를 유형별로 살펴보았다. 각 노인복지주택의 유형은 입주 조건, 운영 방식, 시설 구성 등에서 차이가 있으며, 실버타운 입주를 고려하는 경우 자신의 목적과 생활 방식에 맞는 노인복지주택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