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40%라는 결과를 내놓은 여론조사 업체 고발을 검토해 파장이 일고 있다. 여론조사의 질문지를 문제 삼은 것이지만 그동안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를 냈던 여론조사 업체도 편향성 논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5일 발표한 조사에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탄핵 정국 속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이 40%로 집계됐으며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60%로 집계됐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조사 응답률은 4.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편향적 여론조사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은 일단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이의 신청을 하기로 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해당 여론조사에 대한 자료 검토, 의견진술 절차 등을 통해 경고나 정정보도 등 시정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 조사는 총 10개 문항으로 이뤄졌는데 윤 대통령의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를 물은 뒤 3번 문항에선 “선생님께서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에 대한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강제 연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라고 물었다. 또 이후엔 '중앙선관위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고도 물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리얼미터·갤럽에선 대통령의 지지율 조사를 중단했는데 해당 업체가 조사한 것이 논란이 됐다. 3번 문항에서 사용된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와 ‘현직 대통령을 강제 연행하는 것’ 등의 표현은 편향됐다는 지적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문항 설계 자체가 특정한 방향으로 (결과를) 유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여론조사 질문지의 편향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야권 성향의 유튜버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은 2023년 2월 초 여론조사에서 "1월 무역 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IMF 이후 최초로 일본에 역전당했다"고 전제한 뒤 "현 정부의 경제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고 물었다.

또한 미디어토마토가 2023년 4월 초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일본 굴욕 외교 국정조사'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야권이 정한 프레임 그대로 물었다.

2023년 5월 초 윤 대통령 지지율은 여론조사 꽃에서 31.4%, 미디어토마토에서 32.6%로 집계됐다. 두 업체는 같은 시기 △국민리서치 42.1% △한국리서치 39.1% △메트릭스 37.5%의 조사 결과보다 낮았다.

최근 여론조사 꽃은 지난 3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1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윤석열에게 군 통수권을 돌려줘도 된다고 생각하나' △'탄핵 심판이 기각돼 윤석열이 대통령에 복귀한다면 비상계엄을 또다시 선포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상목 권한대행은 여야가 이미 합의한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 중 2인만 임명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등 야당의 주장 위주로 질문이 짜여졌다.

여론조사 꽃은 '현재의 경기침체와 정국혼란의 원인이 다음 중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라 묻고는 선택지로 '내란 상황의 지속', '야당의 탄핵 시도', '모름·무응답'만 보기로 내놓았다. 해당 여론조사 정당 지지도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47.1%, 국민의힘 26.8%, 조국혁신당 6.1%, 개혁신당 2.9%, 진보당 1.1%, 그 외 다른 정당 1.4%, 지지정당 없음 14.3%, 모름·무응답 0.3%로 집계됐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론조사는 끝까지 응답한 이들만 샘플로 집계하기 때문에 편향된 질문에 불편을 느껴 중간에 끊는 이들은 '여론'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국여론평판연구소만 문제 삼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을 지냈던 김헌태 매시스컨설팅 대표는 8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나와 여론조사 문항 제작에 대해 "사실 정답은 협의해서다. 다만 현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여론조사 회사, 여론조사 기관의 담당자가 좀 더 많은 의견을 반영하는 경우도 있고 또는 언론사 특정 미디어가 더 많은 주장과 의견을 관철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당의 입장을 묻는 질문은 별로 없고 사실 오히려 여당 쪽의 조금 주장을 반영하는 질문들이 좀 더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 질문을 들으면서 민주당 지지층들이 계속 끊었고 그 다음에 보수 응답자들이 여론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응답률이 과대 표집됐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실 근거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민주당은) 공직자를 연쇄 탄핵하더니 이제 민간 여론조사 회사까지 고발하겠다고 겁박한다"며 "무슨 조항으로 고발하겠다는 건지 밝히라. 고발 협박으로 여론조사마저 길들이려는 간악한 시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