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정치인 이미지 바꾸기 힘들어
기자회견 긍정 효과 조사 없어
지금이 바로 정치력 보여줄 때

이재명 대표가 현실적 실용주의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지난 1월 23일 이재명 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실용적인 입장이 중요하다”라며 탈이념·탈진영을 강조했다.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냐”라며 실용주의 노선을 띄웠다. 그러면서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 "트럼프 정부를 맞아 한미동맹의 강화가 중요해졌다"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가 갑자기 이런 주장을 계속하는 이유는 아마도 설 명절 밥상머리 토크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동시에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들을 안심시키며 자신을 선택해도 결코 ‘불안한 상황’이 초래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려고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의도는 이해하지만 쉽게 의도를 현실화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의 이미지는 ‘장시간 언행의 축적’의 결과물이어서 쉽게 바꾸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표는 실수까지 했다. "정치 보복은 절대 하면 안 된다"라며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도 이런 단어조차 없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부분이 그것이다. 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가 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에서 나오는 것처럼 정치 보복이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정치 보복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정치 보복’이라는 단어만을 주로 기억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이 대표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지난 23일에 있었던 이재명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재명 대표의 의도대로 여론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에 나타난 각종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이런 생각이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2025년 1월 23과 24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103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타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41% 민주당 40%였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2025년 1월 27일과 28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4% 국민의힘 41%였다.
만일 이재명 대표의 기자회견이 ‘성공적’이었다면 해당 여론조사에서 긍정 효과가 대폭 반영돼야 했다. 일반적으로 특정 사안이 여론조사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사흘이 필요한데 MBC 여론조사는 이 대표의 기자회견이 반영될 수 있는 시기에 조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 대표의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박빙이고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은 40%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지지율을 올릴 마땅한 방법이 없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잠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인 1월 셋째 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시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0%대 초반에 머물렀는데 당시 당내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 지사가 버티고 있었고 당 밖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라는 경쟁자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30%대 초반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과 경쟁 상대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30%대 초중반 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은 그 의미와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즉 당시보다 좋은 환경임에도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은 40%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현재 민주당이 보이고 있는 행태를 보면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진영 논리로만 가득 채워진 민주당의 현재 모습은 중도층을 끌어들이기는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진짜 정치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일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재명 대표가 투쟁력 아닌 정치력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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