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배터리 특성 "진압 어려워"
정부, 스프링클러 설치·점검 강화
불시 점검 5447곳 중 876곳 불량
충전기 교체·폐차 지원 대책 필요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정부가 대책을 마련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체계적인 관리와 대책 부족으로 소비자 불안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기차 화재 건수는 총 139건으로 매년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전기차 화재는 진화에 약 8시간이 걸렸다. 이 사고로 43대의 차량이 전소되고 45대가 파손됐으며 793대 이상의 차량이 그을음 피해를 봤다.
지난 28일 경기 구리시 제1순환고속도로 구리휴게소에서도 기아 EV9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전기차 전용 화재 진압 장비를 포함한 차량 20대와 인력 53명을 투입해 약 4시간 만에 완진했다.
전기차 화재가 진압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배터리 특성 때문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열폭주' 현상으로 화재가 쉽게 확산하며 금속 케이스로 밀봉되어 소방용 수가 침투하기 어렵다. 물과 반응 시 폭발 위험도 있어 배터리가 완전히 연소할 때까지 확산을 막는 것 외에는 효과적인 진압이 어려운 상황이다.
8월 청라 아파트 화재 이후 지하 주차장 스프링클러 설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일부 아파트에서는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문제점이 여전하다. 소방청이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불시 단속을 실시한 결과 조사 대상 5447개 단지 중 876개 단지에서 1312건의 불량 사항이 적발됐다. 소방시설 설치 기준에 따라 6층 이상 아파트는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지만 관리 미비 사례는 여전하다.
정부는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9월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신축 건물에는 '습식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기존 건물의 스프링클러 정기 점검을 강화했다. 또한 화재 감지기 설치 기준을 확대하고 소방시설 임의 차단·폐쇄에 대해 엄중 처벌 방침을 마련했다.
내년 2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관리가 강화된다.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2025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에는 배터리 인증제와 이력관리제가 포함돼 있다. 이 제도는 정부가 배터리 안전성을 직접 인증하고 등록 시 배터리 식별번호를 부여해 제작부터 폐기까지 추적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화재 예방과 소비자 신뢰 제고를 목표로 마련된 제도다.
전문가는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한 정부 대책이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스프링클러는 화재를 진압하기보다 온도를 낮춰 확산을 막는 용도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현재의 정책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대책으로 전혀 와닿지 않고 충전기 교체와 오래된 전기차 폐차 지원 같은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완속 충전기를 스마트 제어 충전기로 교체하면 충전을 80~90%로 제한해 화재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비용도 기당 약 100만 원으로 정부, 지자체, 입주민이 분담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년 이상 된 전기차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완성도가 낮아 화재 위험이 크다"며 "오래된 전기차 폐차 지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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