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친환경 車 내수 판매량 역대 최다
전기차 21.2%↓, 하이브리드 24.9%↑
환율 급등·기름값 상승에 유지비 부담
전문가 "하이브리드는 불가피한 선택"

서울 시내의 한 대형쇼핑몰 내 친환경 자동차 전용 주차구역에 하이브리드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대형쇼핑몰 내 친환경 자동차 전용 주차구역에 하이브리드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완성차 5사의 친환경 차(HEV) 판매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그 중심에는 하이브리드차가 자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하이브리드차의 흥행이 중국 전기차 시장과의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7일 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코리아자동차·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5사의 친환경 차 내수 판매량은 45만194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40만5331대) 대비 11.1% 증가하며 역대 최고 기록이다.

특히 하이브리드차는 전년 대비 24.9% 증가한 35만6058대가 판매되며 전체 친환경 차 판매량의 88%를 차지했다. 반면 전기차(EV)는 대형 화재 등으로 인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을 겪으며 2023년 11만5900대에서 지난해 9만1385대로 21.2% 감소, 연간 판매량 10만 대선이 무너졌다.

올해부터 친환경 차에 대한 정부 세제 혜택이 줄어들었지만 하이브리드차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급등과 기름값 상승으로 내연기관차 유지비 부담이 커진 영향이 크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은 11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하이브리드차는 초기 구매비용은 높지만 연비가 우수해 장기적으로 유지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디젤(경유) 모델의 단종도 하이브리드차의 성장을 견인했다. 친환경 시대를 맞아 디젤차는 판매 부진과 반환경적이라는 인식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있다. 이에 전기차 구매를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이 중간 단계로 하이브리드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하이브리드차 흥행은 신차 사전 계약에서도 확인됐다. 이달 출시 예정인 현대차 '디 올 뉴 팰리세이드'는 지난달 20일 사전 계약 첫날 3만3567대 중 70%가 하이브리드 모델로 집계됐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기본 가솔린 모델보다 600만원 이상 비쌌지만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 역시 출고 54일 만에 1만5912대가 판매됐으며 이 중 하이브리드 모델이 96%를 차지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투자와 판매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해 8월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향후 10년간 120조5000억원을 투자해 하이브리드 차종을 확대하고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하이브리드 단계에 오래 머무를수록 전기차 전환이 지연돼 중국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연합뉴스
다만 일각에선 하이브리드 단계에 오래 머무를수록 전기차 전환이 지연돼 중국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연합뉴스

다만 일각에선 하이브리드 단계에 오래 머무를수록 전기차 전환이 지연돼 중국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앤디 팔머(Andy Palmer) 전 애스턴 마틴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매체 인사이드 EV와의 지난 26일 인터뷰에서 "하이브리드는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며 "관세를 이용한 보호무역은 업계의 혁신 의지를 약화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관련 기사 : 중국차 韓 상륙은 '역사적 전환' 자신감···美·獨·日도 초긴장

그럼에도 국내에선 하이브리드는 불가피한 선택이란 것이 대체적인 업계의 분위기다.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를 추구해 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날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불확실성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 수세적 자세로 혁신을 도외시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비관주의'를 경계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보급을 서두르려 해도 소비자 선택이 따라주지 않아 하이브리드차로 이동한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이유는 인프라 부족과 저가형 전기차의 미흡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이브리드는 정부 보조금 없이도 자생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제품"이라며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내연기관차에 환경세를 부과하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에 보조금을 늘리는 등 정부 차원의 정책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은 대규모 보조금을 통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했고 미국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 패권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국은 제한된 시장 규모와 자원으로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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