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발언에 불붙은 논란, 정부 초비상
외교 공백에 재계 수장 동선에 쏠린 시선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반복할까 노심초사
비즈니스 갈라 디너에 美 APEC 대사 축사

'2025 APEC CEO 서밋' 의장이자 추진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민간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최 회장의 방미 목적은 자동차·반도체 등 주요 수출 품목의 관세 대응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열린 행사 내용은 APEC 지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참 가능성과 맞물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와 같은 사례가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언론에서 오는 10월 말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국상공회의소(US Chamber) 관계자를 인용한 발언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뉴스토마토에 따르면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정 의원은 "미국상공회의소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며 "미국 측의 우려를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은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2만5000개 이상의 숙소가 필요하다는 점과 경주와 공항 간 거리 및 교통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동영 의원은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불참 가능성이 언급됐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민간 부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요구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서도 이를 의식한 듯한 성명이 나왔다. 외교부는 "미국은 대한민국의 2025년 APEC 의장국 취임을 환영하면서 의미 있는 성과 도출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고 '트럼프 불참론'에 반박하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각국 정상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등을 위한 숙박 시설을 충분히 제공하고 대표단이 회의장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정부의 공식 입장에도 트럼프 불참설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외교가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APEC 회원국 및 초청국에 발송하는 초청장은 의장국인 한국 대통령 명의로 초청장을 발송해야 한다. 하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명의로 발송할 경우 '대행의 대행'이라는 위치에 있어 초청장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정부는 21개 국가 정상의 참석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최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한 달이 지나도록 아직 전화 통화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트럼프 1기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는 했지만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았고 한미 정상 간의 중요한 정책 결정도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에야 미국을 방문해 첫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재계에서는 사업가 기질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권한대행과의 대화보다는 차기 리더십이 확정된 후 직접 소통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모두 직무 정지된 상태에서는 정상 외교가 사실상 어려운 만큼 민간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G2 정상들의 참석을 확보하기 위해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대리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도지사는 지난달 2일 페이스북에서 "국내의 혼란한 정치적 상황으로 발생하는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의구심 불식을 위해 여야를 막론한 국회와 정부가 구성한 공동사절단과 최태원 CEO 서밋 의장을 APEC 21개국에 파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런 형국에서 2025 APEC 서밋 추진위원회의 역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중심의 추진위원회는 경주 APEC의 성공적인 서밋 개최를 위해 민간 기업 중심의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구성됐다. 최 회장이 추진위원장을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집행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어 지난 5일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 겸 대표이사가 '2025 APEC CEO 서밋'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으로 위촉됐다.
국내 조직인 AMCHAM은 정동영 의원이 첩보를 입수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와 네트워크상에서 협력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관계다. 최태원 회장을 포함한 민간 경제사절단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날은 지난 19일 오전인데 트럼프 불참설이 국내에서 제기된 시점과 맞물려 있다.
미국에 도착한 최 회장은 20일(현지시각) 워싱턴 미국 의회 도서관의 토머스 제퍼슨 빌딩 그레이트홀에서 '한미 비즈니스의 밤(Korea-US Business Night)' 갈라 디너를 개최했다. 하원이 휴회 중임에도 미국 현직 상·하원의원, 주지사, 전직 장관, 양국 기업인 등 250여 명이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당초 예상했던 100여 명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었다"며 "한국의 리더십을 기대하는 맷 머레이 미국 APEC 대사의 축사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