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시니어 입장가] (28)
이상과 다른 은퇴 생활에 현실을 타개하고자
모르는 아이들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다

은퇴한 노인들이 겪는 유쾌하면서도 남의 일 같지 않은 일을 엮은 영화다. 원제인 <GRANNY NANNY> 중에서 ‘Granny’는 ‘유모’, ‘노파’라는 뜻이고, ‘Nanny’도 역시 같은 뜻이다.

독일의 볼프강 그루스 감독의 2020년 작품이다. 출연에 마렌 크로이만, 하이너 로터바흐, 바바라 수코바, 라비니아 윌슨 등이 출연했다.

영화 공식 포스터
영화 공식 포스터

은퇴 후 자유로운 생활을 꿈꾸던 세 노인의 이야기다. 자유로운 것이란 소파에 반쯤 누워 TV를 보는 것일까? 그러면서 하루 밥 세 끼를 다 챙겨 먹으면 그야말로 삼식이다. 남자는 편하니까 그대로 자유를 누리고 싶지만, 아내는 남편이 직장에 나가 있던 동안 누리던 자기 생활을 희생해야 하므로 힘들어지고 분란도 생기게 마련이다.

아내는 은퇴 생활을 같이 즐기기 위해서 조기 은퇴까지 했는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남편을 닦달한다. 안정을 선호하는 남편은 지금 그대로를 원하지만, 아내는 변화를 원해 오랫동안 벽을 장식했던 장식품도 없애고 그 벽면을 다른 색으로 페인트칠을 하자고 한다. 대부분의 노인 부부가 비슷할 것이다. 부부가 하루 종일 같이 있다 보면 벌어지는 사소한 다툼이다.

그렇게 노년의 현실이 이상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변화로 이 난관을 헤쳐 나가 보기로 한다. 그래서 조부모 대행 서비스에 등록해 새로운 ‘유모’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영화 '어쩌다 유모!' 스틸컷 /씨네폭스 캡처

우연한 기회에 아이들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주는 일을 하게 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삶을 찾게 된다. 해 보니 내 손주보다 남의 손주들이 더 귀엽다. 원래 무뚝뚝한 남자들이 자기 자녀와 손주에게는 권위주의적으로 대했지만, 남의 자녀나 손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노인들이 가족들보다 더 따뜻하고 푸근하게 대해주는 태도에 아이들도 잘 따른다. 할아버지는 비록 자장가는 부를 줄 몰라도 유일하게 기억하는 군가라도 불러주자 아이가 편히 잠든다. 그러나 부모들은 남의 식구라고, 노인이라고 무시하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이라고 만만치도 않다. 까다로운 엄마들이 해 준 교육의 힘이다. 개울의 오리에게 과자를 던지자 과자와 오리 똥이 바닥에 쌓여 하천을 오염시킨다고 따지고, 핫도그와 햄버거 고기로 바비큐 굽는 데 와서 유기농이냐고 묻는다. "유기농이 아니면 악마"라며 한 소리 하고 간다. 맹랑하다.

바깥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노인들끼리 바람을 피우는 해프닝도 생긴다. 그러나 노인들에게 애정도 한계가 있고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 이내 반성하고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결국 아내는 뉴질랜드로 장기간 여행을 떠나며 새로운 삶을 즐기는 장면이 엔딩이다.

수명은 길어지고 은퇴 후에도 여생이 많이 남다 보니 대책이 필요하다. /사진=강신영
수명은 길어지고 은퇴 후에도 여생이 많이 남다 보니 대책이 필요하다. /사진=강신영

누구나 한 번쯤 지나가야 하는 황혼. 할 일도, 의욕도 없이 살아가는 노인들이 모르는 아이들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이다.

역시 연륜이라는 경험치도 나오고, 조금 과하면 신체적 무리가 따르기도 한다. 누구나 꼭 거쳐 가야 하는 노년의 느낌을 공감하면서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나오는 힐링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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