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시니어 입장가](27)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을 갖길 바라는 부모와
좋아하는 일을 원하는 자녀의 충돌···결과는?
영화 팬들이 손꼽는 명작이다. 피터 위어 감독이 만들고 주연에 얼마 전 작고한 로빈 윌리엄스, 로버트 숀 레오나드, 에단 호크 등이 나온다.
이 영화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오늘을 즐겨라’라는 뜻인 ‘카르페 디엠! Carpe Diem!’ 그리고 링컨 대통령을 지칭했던 ‘오 캡틴! 마이 캡틴! O Captain! My Captain!’까지 유행시킨 영화이므로 시니어 필수 감상 영화로 꼽는다.
100년이 넘는 전통의 미국 명문고등학교 웰튼 아카데미에 존 키팅 선생이 새 영어 교사로 부임해 온다. 첫 시간부터 키팅 선생은 기존의 상식을 깬 파격적인 수업 방식으로 학생들의 인기를 얻는다. 1951년생으로 최근 작고한 로빈 윌리엄스가 존 키팅 선생 역으로 나온다
‘닐’(로버트 숀 레오나드 분)은 ‘키팅’ 선생을 ‘캡틴’이라 부르며 따른다. 키팅 선생으로부터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서클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닐’과 그의 친구들은 엄격한 학교 규율을 어기고 강 건너 인디언 동굴에 들어가 시를 낭송하며 스터디하는 죽시사(죽은 시인의 사회) 서클에 참여한다. 그러면서 ‘키팅’ 선생을 통해 획일적인 삶이 아닌 ‘참된 인생’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느끼게 된다.
닐은 아버지가 반대하는 연극에도 참여하며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려는데 엄격한 아버지는 전학이라는 최후의 비책을 들이댄다. 그날 밤 닐은 자살한다. 닐의 자살을 놓고 학교 측은 키팅 선생이 닐을 죽게 했다며 내쫓는다. 그러나 학생들은 키팅 선생의 가는 뒷모습에 책상 위로 올라서며 교장선생에게 반항한다.
명문 학교는 ‘전통과 규율’이라는 것이 모든 것의 기준이다. 이런 학교에 학생을 보내는 부모도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학교에서도 퇴학이라는 무기를 내세우며 권위주의적으로 매질을 한다. 부모도 “안 돼!” 한 마디면 아들은 무조건 들어야 한다. 그래야 착실하게 공부하고 졸업해서 나중에 법률가가 되고 의사가 된다는 것이다. 행복도 그다음에는 저절로 온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닐은 아버지가 절대 반대하는 연극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찬사를 받는데 아버지가 나타난다. 그 정도면 이해할 만도 한데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필자와 아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이다. 아들이 대학 시험을 보고 철학과에 간다고 했을 때 아버지의 권위로 영문과로 보냈다. 철학과보다는 영문과가 취업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아들은 4년 내내 영문과가 재미없다며 아버지를 원망하며 다녔다.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상의도 없이 삼류 영화사에 취업했다. 더 이상 아버지의 말을 따르지 않겠다며 영화사로 사회 첫발을 디뎠다. 물론 필자도 닐의 아버지처럼 반대했다. 그러나 다른 대책이 없어 말리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아들이 취업한 영화사는 3년 만에 도산하고 아들은 무직자가 되자 취업이 걱정이었다.
다행히 필자가 고집해서 보낸 영문과가 재취업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어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있다. 당시 분위기로 봐서는 키팅 선생이 맞을 것 같은데 우리 사회는 아직은 아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판사·의사를 향한 획일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다양한 직업과 삶 쪽으로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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