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모임 외식 예약 줄줄이 취소
2016년 탄핵 때도 소비심리 위축
백화점·면세점 등 매출 타격 우려
원화 약세로 소비자물가 상승 전망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계엄령 이후 손님이 훅 없어졌어요. 12월이 연중 최고 매출 나오는 달인데 1일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계엄 이후 연중 최저 매출입니다. 지방인데도 단체주문 예약은 거의 다 취소됐어요.”

고깃집을 운영하는 40대 A씨는 이와 같이 말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전화가 울릴 때마다 예약 취소 문의 전화가 아닐까 싶어 걱정부터 앞선다”고 토로했다. 관공서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도 “연말이지만 연말 같지 않다. 관공서 100명 이상의 송년회 대관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에 정국이 불안정해지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연말 대목임에도 불구하고 외식업계에서는 계엄 이후 송년 모임 등 예약 취소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또한 고물가에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소비 침체 우려가 제기된다. 연말 특수를 노리려던 유통 및 식품업계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소비자심리지수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외식업계와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불안정한 정세가 지속될 경우 소비는 줄이고 현금을 보유해 두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기관 인근 외식 상권의 경우 일주일 사이에 예약의 절반 이상의 취소 요청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원들은 특히 정국에 민감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연말 모임을 취소하는 분위기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불행 중 다행으로 대규모 집회 장소 인근 카페와 식당들은 ‘반짝 매출 특수’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주말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 있는 카페와 식당들에서는 대규모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위해 ‘선결제해 놓겠다’는 주문이 다수 들어왔기 때문이다. 일부 식당에서는 준비된 메뉴가 소진돼 더 이상 선결제를 받을 수 없다는 매장도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소비 위축 분위기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 특수를 노리던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당장의 큰 변화는 없지만 우선 정치적 상황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진행된 2016년 4분기 민간 소비 증가율은 0.2%로, 같은 해 2분기(0.8%)와 3분기(0.4%)보다 감소했다.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도 2016년 10월엔 102.0이었으나, 그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한 이후인 2017년 1월 93.3까지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가 비관적임을 뜻한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직후인 2016년 10월부터 12월까지 서울 광화문과 시청 앞을 중심으로 촛불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가 확산됐다. 당시 인근 일대가 집회와 시위로 인해 교통이 마비되고 안전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롯데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동화면세점 등을 찾는 내·외국인 발길이 크게 줄었다.

이에 백화점 업계는 2016년 말 겨울 세일 매출이 5년 만에 역성장했다. 2016년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정기 세일을 열었던 롯데백화점은 전년 행사 대비 매출이 0.7% 감소, 현대백화점은 1.2% 줄어들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온이 떨어져 객단가가 높은 패딩 등 겨울 아우터 제품이 잘 나가면서 지난 주말에는 매출이 두 자릿수 신장했다”면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환율이 계속 오르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건 아니다. 또한 집회가 계속 이어지면 명동, 을지로 등 서울 중심에 있는 백화점 및 면세점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소비 침체 현상은 내년 상반기까지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정치 불확실성에 의해 달러·원 환율이 1440원 목전까지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예측도 제기된다.

이은희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소비자도 고물가·고금리에 시달렸고 경기침체로 가라앉아 있었지만 연말은 사실 들뜬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연말 모임도 취소하고 외식 자영업자도 타격이 큰 상황”이라며 “소비 직격탄은 내년 상반기까지도 영향이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강달러 현상으로 특히 식품업계에서는 수입 원재료 가격이 올라가면서 물가 인상에 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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