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특혜 의혹에 '멈칫'
"국책은행이 인수해야" 주장에
비은행 강화하려는 기업銀 검토
"회계 규제 강화 예정, CSM 감소"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던 MG손보는 예금보험공사 주관 하 보험사 M&A 시장에 나와 있다. /연합뉴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던 MG손보는 예금보험공사 주관 하 보험사 M&A 시장에 나와 있다. /연합뉴스

MG손해보험 인수 일정이 안개 속에 놓였다. 애초 인수 의사를 밝혔던 메리츠화재는 정치권이 제기한 특혜 의혹에 절차를 잠정중단한 와중 IBK기업은행의 참전 가능성이 발생하면서 인수전 일정은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던 MG손보는 예금보험공사 주관 하 보험사 M&A 시장에 나와 있다. 지난달초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으로 입찰이 마감됐고 우선협상대상자는 아직 선정되지 않았다.

당초 메리츠화재는 지난 8월 매각 경쟁입찰에서 MG손보 인수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경쟁입찰은 유찰됐으며 예보는 수의계약방식으로 전환했다. 메리츠화재는 이번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은 10월 초 마감됐다.

수의계약은 경매나 입찰 등 경쟁계약과 달리 적당한 상대방을 선택해 계약을 맺는 것을 의미한다. 메리츠화재는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입찰에 참여한 만큼 순탄하게 인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IBK기업은행의 인수 가능성이 발생했다. 지난달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해당 안건과 관련해 기한 연장 등을 근거로 메리츠화재에 대한 특허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 의원은 "(메리츠화재로) 수의계약이 성사되더라도 감사원 감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예보 직원들조차 이거는 감사원 감사를 각오하고 하는 일이라고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MG손보 매각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으며 유재훈 예보 사장 역시 "(메리츠화재 내정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한 만큼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하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신 의원은 국감 당시 국책은행이 MG손보를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 의원은 "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이 MG손보 매각과 관련해 국책은행으로서 투자나 공동출자 여부를 검토할 의향이 있냐"고 질문했다. 이에 기업은행 전무이사는 "부실 금융기관 정리를 통한 금융시장 안정에 기업은행이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은행장과 상의하고 금융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기업은행은 이전까지 MG손보 인수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측면에서 손해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이 완전히 불필요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오래전부터 모색해 오기도 했다.

다만 MG손보를 인수할 경우 경영 정상화를 위해 큰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 기업은행 인수 결정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재 MG손보의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은 36.53%로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150% 선에 도달하기까지는 수천억원의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

메리츠화재의 K-ICS 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224.6%로 업계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다. MG손보의 자산과 부채를 흡수할 때 충격을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또한 우량자산만 선택해 인수할 수 있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을 선택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업계는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를 통해 손해보험업계 2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DB손보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한다고 본다. 인수 시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늘어나 DB손보와 격차를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내년부터 강화되는 회계 규제는 인수 의지를 밝힌 두 회사 모두에게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메리츠화재의 경우) 특혜 의혹이 제기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고 다른 쪽(기업은행)은 손보사가 필요하다고 해도 꼭 MG손보를 인수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없어 보인다"면서 "IFRS17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MG손보의 계약마진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인수 시 이점이 커 보이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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