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강화→대외 충격은 불가피
반도체·배터리는 바이든 때보다 못해
집권 2기엔 양적완화 자충수 없을 듯
조선·방산업·AI·전력·비트코인 장밋빛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276~27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당선을 확정 지었다. /셔터스톡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276~27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당선을 확정 지었다. /셔터스톡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선으로 인해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트럼프노믹스 2탄'은 관세 정책을 중심으로 제조업의 미국 회귀와 기술 패권 확립 의도로 해석된다. 그는 관세를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로 칭하며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과 전방위적 보편관세 도입을 예고했다. 이는 한국 경제에 여러 측면에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내년 1월 20일 취임할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서 전방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정기 보고서를 통해 법인세 등 감세로 인한 국채 발행 수요 증가에 따른 금리 상승 시나리오를 감안하면 경기변동 이론상의 성장 제약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공화당이 추진하는 법인세 감세와 규제 완화 등이 미국 주가의 부양 요인이긴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장기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는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에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물가 상승을 촉발했으며 바이든 행정부 역시 미·중 패권 전쟁 속에서 이 대중(對中) 관세를 철회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과거처럼 양적완화(QE)와 같은 자충수를 두지 않는 한 바이든 시기 양적긴축(QT)에 따른 강달러 흐름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일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45%까지 치솟았다. 영국 경제연구소(Capital Economics)와 제이피모간 체이스(JPM)도 트럼프 당선을 전제로 내년도 5~10%의 달러화 지수 상승을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구호 아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구호 아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은 트럼프 1기에도 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압박을 받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도 강경한 보호무역 정책에 맞서야 했다. 바이든 정부 시기에도 미국은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보호 관세를 2040년까지 연장하는 보호무역이 이어졌고 이와 유사한 제재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가 10%포인트 보편관세와 25%포인트 중국산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약 152억 달러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가 중국에 60%포인트 관세 정책을 펼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을 최대 448억 달러 감소시키고, 한국 GDP는 0.67%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특히 최근 3년간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계속 증가해 미국 측에서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국은 한국을 반도체 산업의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고 있지만 트럼프가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축소하거나 수정할 가능성을 시사해 한국의 입지에 불확실성을 더한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판해 왔으며 특히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트럼프가 보조금 축소 행정명령을 내릴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산업연구원, 삼정KPMG 경제연구원 재구성
산업연구원, 삼정KPMG 경제연구원 재구성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가 제외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316억원의 영업손실이, 삼성 SDI와 SK온도 이익 감소와 손실 확대가 우려된다. 또 이는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미국 내 공장의 탄소배출 규제와 기후 공시 의무가 완화되면서 한국 기업들도 ESG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미국 우선 정책을 고수하며, 실리콘 밸리의 기술 기업들이 유리한 환경에서 AI 개발을 주도하도록 지원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은 벤처캐피털리스트 출신으로 미국의 기술 패권 강화는 한국 AI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증시를 주도하는 트렌드는 인공지능(AI)이고 트럼프에게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은 '규제 완화'다. 이는 달리 말해 AI 산업 중 '규제 완화'로 날개를 달 수 있는 자율주행·우주 방산과 같은 신규 업종이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머스크가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바이오·원자력 발전과 금융도 주목할 만한 업종"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7월 24일 미국에서 열린 비트코인 관련 콘퍼런스에 트럼프 당시 전 대통령이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게티이미지
지난 7월 24일 미국에서 열린 비트코인 관련 콘퍼런스에 트럼프 당시 전 대통령이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게티이미지

또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AI 전력 인프라를 비롯해 조선과 방위산업도 주목받는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트럼프는 국방력 강화를 위한 방위비 지출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데 가성비가 높은 K 방산 기업이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함정 MRO(유지, 보수, 정비)를 맡길 정도로 신뢰도가 높은 조선산업 역시 수혜 분야로 손꼽힌다. 이를 염두에 둔 듯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도 미국 조선업에 대한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AI를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 사업은 이미 슈퍼사이클에 접어들었다. 노후 전력망 교체와 전기자동차, AI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력 수요는 모두 전력 인프라 사업으로 수렴된다. 아울러 이를 위해 필수적인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중심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트럼프는 선거 기간 암호화폐를 육성해 미국이 비트코인 종주국이 되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미국 비트코인 전략 비축량을 구축하고, 암호화폐 업계의 '적'으로 여겨지는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트럼프 당선에 사활을 걸었던 암호화폐 진영이 이번 대선으로 이득을 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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